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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드라마의 정치 폄훼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요즘 SBS방송에서 방영하는 '대물'(수·목)과 '자이언트'(월·화)두 편의 드라마가 화제다. 주말 드라마도 아닌데 시청률이 20∼30%를 오르 내리고 있다니 인기를 짐작할만 하다. 두편의 드라마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콘텐츠는 정치다. 특히 '대물'의 경우 무대는 정당과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등이 줄거리를 이룬다.

 

사람들은 본시 정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세상살이 모든 것이 정치다. 그래서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란 말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들은 우선 재미가 있다. 스토리 전개 과정도 매우 흥미진지하다.

 

'자이언트'는 주인공 세남매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내는 성공신화가 기둥 줄거리이다. 그 과정에서 개발연대의 유신독재와 군사 독재정권의 만행, 민주화의 실현등 우리 현대사의 명암을 실감나게 조명하고 있다. 여기에 권력욕과 부(富)의 화신인 한 비정한 국회의원의 잔혹함과 정치적 술수, 악랄한 간계(奸計)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그 국회의원에 대한 증오심을 억제할 수 없게 한다.

 

'대물'의 경우는 아예 작심한듯 정치권의 온갖 비리와 부정 부패를 드러내 놓고 까발린다. 정당 대표가 미술품을 뇌물로 받아 축재하고 혼회정사로 낳은 딸이 아버지에 대해 복수를 다짐하는가 하면 머리가 텅 빈듯한 국회의원의 모자란 행동을 희화화 하기도 한다. 정치자금의 부저한 거래, 공천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과 흥정, 이권 개입등 익히 알려져 온 정치권의 온갖 비리들이 빠짐없이 등장하여 유권자들의 혐오감을 부추긴다. 여기에다 정의감 하나로 똘똘 뭉친 신출내기 검사의 좌충우돌과 아나운서 출신 여성 대통령이라는 설정까지 도대체 현실감과 동떨어지는 이야기 전개 과정을 때도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푹 빠져 들고 있는 모양이다. 왜 일까? 시청자들은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일에 더 흥미를 갖기 마련이고 그동안 비화(秘話)처럼 전해져 온 정치권의 실태를 간접 목격하며 대리 만족을 느끼게 때문일 것이다.

 

상업방송은 속성상 시청률 끌어 올리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 드라마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대변자라 할 국회의원들에 대한 폄훼가 지나치다. 아무리 픽션이라 하지만 정치권을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난도질 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일종의 미디어 횡포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물론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데에는 정치인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그동안 보여준 일부 국회의원들의 비리와 추태가 부정적 이미지를 키워 온 업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들은 유권자가 뽑아준 검증받은 국민의 대표다. 나름대로 성실한 의정활동을 해온 국회의원들까지 도매급으로 매도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정치 허무주의가 심화될까 우려스럽다.

 

/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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