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국회의원·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지난 5일 노모가 기저귀에 대변을 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냄새나는데 왜 말하지 않았느냐"며 아들이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한 사건이 있었다. 같은 날 아버지가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아들이 아버지의 머리를 흉기로 내려 쳐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고 한다. 가정의 달 5월에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사건들이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존속살해 범죄 발생 건수가 2008년 44건에서 2009년 58건, 지난해는 68건으로 해마다 늘었나고 있다. 40건이 일어난 2006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발생 건수가 무려 65%가 증가한 것이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존속살인 비율도 2008년 4.0%, 2009년 4.2% 지난해 5.3%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2009년 기준 미국 2%, 프랑스 2.8%, 영국 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인 것이다. 가족 내 범죄는 비단 살인사건 만이 아니다. 존속 폭행이나 상해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존속살해는 대부분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지만, 폭행과 상해는 주로 상습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가족 대상 범죄가 급증하는 원인을 가정내부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올바른 문제 진단이 아니다. 산업화가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져 충분히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가졌던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단기간 동안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개개인이 겪는 갈등이 가족 내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가족해체로 이어졌고, 이렇게 가족이 점점 쪼개짐에 따라 과거 가족공동체가 담당해왔던 윤리의식 등애 대한 교육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족해체 등에 따른 가족 내 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급격한 사회변화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회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하는 이유는 해마다 급증하는 가족 내 범죄를 해결할 주체 또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가족 내 범죄는 가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가정의 개인사로 방관해버린다면 그 파장은 고스란히 사회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형법의'존속살해 죄'조항(제250조 2항)을 삭제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개정 시안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 자문기관인 형사법개정특위에서는 헌법의 평등권 조항(제11조)을 고려할 때 존속살해는 출생 관계에 따른 차별적 형사처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우리 법제와 가장 유사한 일본도 존속살해와 존속상해치사, 존속유기 등 부모에 대한 범죄 가중처벌 규정을 모두 없앴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가의 입법례를 고려한 의견이라고는 하나 각 나라에는 저마다 법률문화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법률문화가 있다. 특히 효(孝)는 우리의 유구한 전통사상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질서와 윤리관도 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인륜을 거스르는 패륜 범죄를 엄단해 온 게 우리 법률문화이다. 더욱이 최근 존속살해 범죄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더'존속살해 죄'조항의 폐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가끔 보도되는 존속살해 등의 가족 내 범죄를 보면서, 우리는 천륜을 잊고 패륜을 저질렀다고 비난 한다. 그러나 우리 또한 점점 삭막해지는 사회에서'방임 죄'에 해당하는 공범(共犯)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이 낳아 준 부모를, 낳은 자식을, 배우자를 죽이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가족 내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공동체의 연대의식 강화를 통해 가정도 바로 세우고 사회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 김춘진(국회의원·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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