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전북대병원장)
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화제다. 가창력과 음악성은 인정을 받지만 방송 출연 기회를 많이 보장받지 못하던 쟁쟁한 가수들이,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경쟁하면서 시청자들은 '귀의 호강(?)'을 실컷 누리고 있는 중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교체, 그리고 인터넷을 둘러싸고 벌어진 설전 등 다소의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우리 의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가수들 모두가 처음에는 즐기면서 노래를 불렀지만 톱클라스 가수인 K씨가 탈락의 위기에 놓이자 모두 혼란에 빠졌고 예능 프로그램이 진검승부로 바뀌었다. 결국 진지하지 못한 그는 탈락하고 말았다. 중견가수로서 별다른 고민없이 자존심과 자만심으로 생활해 왔을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나는 가수다'는 오히려 좋은 도전이었을 것이고 성장과 발전은 물론 겸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탈락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은 그들을 몰입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이라는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실력있는 중견가수들의 새로운 변신은 가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신선한 충격이었다.
필자는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우리 의료계도 의사들이 "나는 의사다"라고 외칠 수 있는 무대에 서있는 것인지, 의사로서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지 생각해 본다. 의사들의 사명은 기본적으로 생명존중의 정신을 기반으로 진료, 교육, 연구를 통하여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것이다.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가슴으로 아파하고, 건강을 회복한 환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환자와 그 가족들과 함께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우리 의사들과 의료계도 "나는 의사다", "우리는 인술을 베푸는 의사다."라고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신뢰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의사로 변신해야 할 때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국민들과 도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겸손한 자세로 그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의료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이웃들이 없어야 하고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열린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전북대병원을 비롯한 전북지역 의료기관들은 수도권에 못지 않는 수준의 의료의 질, 시설, 인력, 최첨단 장비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일부 도민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고 있고 그 결과 경제적 부담은 물론 사회적, 심리적 비용까지 가중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 지역 의료기관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은 아쉽지만 그러한 인식을 바꾸려는 우리 지역 의료인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전북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외롭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지라도 우리를 신뢰해주는 도민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꿋꿋이 버텨나가야 한다.
결국 "나는 의사다"라고 외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은 우리 의사들과 의료계의 몫이다.
*김영곤 병원장은 전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북대 의과대학 의학과장과 전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비뇨기과 과장을 거쳐 2006년 7월부터 전북대학교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대한병원협회 이사와 한국전립선관리협회 이사·법무부 범죄예방 전주지역협의회 운영위원·전주지방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김영곤 (전북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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