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우석대 총장)
아나톨리 칼레츠키는 그의 최신저서 '자본주의 4.0'에서 2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는 대처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를 지칭한 자본주의 3.0을 넘어서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4.0은 아담스미스 이후의 자유방임의 시장근본주의도 아니고 뉴딜정책 이후 정부 개입이 증가한 수정자본주의도 아니며 민영화와 규제완화의 신자유주의는 더더욱 아닌 적응성 혼합경제 시스템일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시장과 정부 중 양자택일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적응하는 유연한 경제라고도 하였다.
칼레츠키는 시장과 정부가 다같이 완벽하지 않으므로 서로 협력하는 혼합경제로 진화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미래의 자본주의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의 거의 모든 경제는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한가지가 아니다. 정부 개입 정도에 따라 4개의 시장경제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시장경제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시장중심주의 혹은 시장근본주의, 둘째 능력에 의하지 않고 투기와 범죄를 자행하는 경우만 국가가 개입하자는 능력주의, 셋째 시장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과 노약자·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 이익이라는 복지주의, 그리고 넷째 인종, 성별, 장애, 기타 초기에 불평등한 구조적 요소를 그대로 두고 자유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므로 가능한 한 정부가 개입하여 초기 조건을 비슷하게 하자는 시정주의 시장경제가 그것이다.
시장주의는 프리드먼(Friedman)이나 하이에크(Hayek) 등이 주장하고 있고, 능력주의는 노직(Nozick), 복지주의는 롤스(Rawls), 시정주의는 센(Sen)이나 드워킨(Dworkin) 등이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개입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모두 시장경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개발 초기부터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세워 성장을 주도하였던 시대가 있었다. 지난 90년대부터는 정부개입의 부작용을 발견하고 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우리 경제는 이제 복지증대와 불공정 시정 등과 관련하여 정부의 개입을 더욱 늘여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급증한 단계로 진화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위 4가지 시장경제로 평가하면 아마도 복지주의 초기 단계정도의 시장경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동안 고도성장이 총량으로는 성공하였을지라도 과정이 불공정하였거나 그 결과가 양극화를 넓혔고 일반 국민의 생활의 질을 크게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자본주의 4.0단계의 요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지난 10여년간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복지를 늘려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2007년 GDP대비 공공사회 지출은 OECD 평균 19.6%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7.5%에 머물러 있다. 이 수준은 세계 최고의 프랑스(28.4)·스웨덴(27.3)·독일(25.2) 등은 물론 복지 수준이 비교적 낮은 일본(18.7)·미국(16.2)에 비하여도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 있었던 학교 급식을 둘러싼 서울시 학교 무상급식 투표에서도 명백히 들어났듯이 국민의 복지 요구 수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복지 포퓰리즘과 같은 정치적 논쟁에 치우치고 있다.
앞으로 보다 진지한 논의를 거치되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그 정도는 예산배정에 달려있다. 주어진 예산 중 얼마만큼을 복지부분에 할애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선진국 수준 그 중에서도 미국·일본 수준이냐, 유럽수준이냐, 아니면 스칸디나비아 모델 수준으로 가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어느 부문의 예산비중을 조정하여야 하는지 생각할 문제이다. 예컨대 과거에 중시하였던 경제개발 부분에서 얼마나 줄여야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또한 자유롭고 공정해야 할 시장경제가 반칙에 의해 독과점 초과이익을 남기고 있다면 반칙규제를 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재정수입을 늘릴 뿐 아니라 고용과 소득격차를 감소시켜 양극화도 축소시킬 수 있다. 이는 복지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 강철규 (우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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