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전북칼럼] 외모 지상주의

김영곤 전북대병원장

"신이 날 만들었지만 의사가 약간 손을 봐주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K가 얼마 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성형 커망아웃' 발언이다. 활동 중인 연예인 대부분이 성형수술을 했고, 활동이 뜸하다 돌아온 스타들의 컴백 전후를 눈여겨보면 재충전 일정의 핵심은 열에 아홉이 성형수술이라는 것이다.

 

외모가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의식이 보편화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얼굴보다는 실력과 마음 가꾸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힘쓰라는 충고는 이제 '흘러간 옛 노래'일 뿐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겐 능력도 중요하지만 남에게 호감을 주는 외모도 필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취직시험에 낙방하지 않기 위해 얼굴과 몸을 뜯어 고친다. 못 생긴 아이들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기꺼이 얼굴을 고칠 수 있고 가능하면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성형 중독증'이라는 말이 있다. 외모가 멀쩡한데도 사소한 결함에 집착해서 자꾸만 얼굴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증상이다.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국 사람들이 키나, 몸매, 성기 크기 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본질보다 외형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탓이다. 성형을 마치 쇼핑하듯이 이번에는 이걸 해볼까, 다음에는 저걸 해볼까 하는 사람은 금방 싫증을 내고 불만을 느끼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 사망한 마이클 잭슨은 코 수술을 7차례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생전에 심각한 성형수술의 부작용에 고생했었다고 한다.

 

성형을 하는 부위도 다양하게 늘어났다. 요즘엔 얼굴 윤곽과 체형관리 등 총체적인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돈도 많이 들겠지만, 수술후 부작용은 더욱 큰 문제다. 무자격자가 병원을 운영하거나 간호사가 수술을 하는 범죄행위들이 적발되고 수술 부작용으로 자살한 사례들이 가끔씩 보도돼 충격을 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는 여성들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혼할 때 남자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덕목은 집안과 재산이며 다음으로 외모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몸무게와 신체 사이즈 등을 따지며 성격 나쁜 건 참아도 못생긴 것은 절대 용서 못하겠다니, 요즘 젊은이들의 신붓감에 대한 선호 감각을 알 수 있다.

 

작고한 이주일씨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인기를 얻었었다. 과연 누가 그를 미남이라고 여겨 좋아했겠는가. 오히려 못생긴 얼굴에 어리숙한 말씨에 서민들이 더욱 박수를 보내지 않았나 싶다. 조영남을 보자. 그의 빈대코에 칼을 대 코가 높아진다고 인기가 더욱 치솟을 것인가. 아니다. 이주일은 이주일대로, 조영남은 조영남대로, 다 생긴 그대로 살아갔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들의 영원한 스타로 남아있는 것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고 이를 훼손하지 않음이 효도의 근본이라고 배워왔다. 부모님이 만들어준 자연산 얼굴이 진짜 얼굴이다. 뜯어고친 얼굴에서는 참된 아름다움이 우러나지 않는다. 맑고 따뜻한 마음씨도 느낄 수 없다.

 

필자는 얼짱문화로 대변되는 외모 지상주의를 무조건 비하하거나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눈과 말초신경을 만족시키는 문화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머릿속을 채워줄 수 있는 좀 더 건전하고 발전적인 형태로 표출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문화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닥불

사건·사고정읍서 외국인 근로자 폭행 신고⋯경찰 조사 중

금융·증권李대통령 “금융그룹, 돌아가면서 회장·은행장 10년·20년씩 해먹는 모양”

사건·사고고창서 방수 작업 감독하던 40대 추락해 부상

사람들한국 연극계의 거목, 배우 윤석화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