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남긴 말이다. 스코틀랜드 모직공의 아들로 태어나 우편배달부로 출발, 철도 감독 비서를 거쳐 철강으로 막대한 부를 모은 그는 1919년 사망할 때까지 전재산으로 3천개의 도서관을 설립했고, 8천대의 오르간을 기증했다. 대학과 각종 사회단체에도 아낌없이 기부했다. 자식에겐 단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가 세운 카네기홀은 미국 문화의 상징이다. 세계 각국의 음악가들은 이곳에서 연주를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명예와 자부심을 느낀다.
카네기 이외에도 록펠러는 1913년 록펠러 재단을 설립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세계 최고 갑부 중의 하나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등이 기부서약을 통해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971년 타계한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씨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면서 자녀들에게 말했다. “모두 제대로 공부 시켰으니 자립해서 살아라. 학교에 다니는 손녀의 학비를 위해 주식배당금 중 1만달러만 물려주겠다.”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귀족들(Nobles)은 평민들보다 더 큰 책임(Obligation)이 있다는 말이다. 고귀한 신분에 따른 윤리적 의무를 뜻한다. 서양 귀족들이 평소에는 특권을 누리는 대신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피를 흘린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우리 사회에서 귀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민주사회에서 웬 귀족타령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모여 먹고 마시고, 사귀고 놀고, 끼리끼리 결혼하고, 재산을 주고받는 현대의 귀족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오죽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커녕 “노블레스-No-불리제”라는 조롱 섞인 우스개 소리가 나돌겠는가. 현대판 귀족들이 누릴 특권은 다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이다.
재벌들이 재산을 환원하기 보다는 황태자나 후계자에 연연하다 보니 젖먹이가 몇 억 원대의 주식을 갖고 있고 상속세나 증여세를 빼돌리기 위해 온갖 탈법과 불법을 서슴지 않는다. 급속한 산업화로 형성된 한국판 귀족들은 화폐와 권력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민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졸부문화다.
남을 돕는 일은 많이 가졌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행상 일을 하거나 구멍가게를 꾸리면서 평생 안 입고 안 먹고, 근근이 살아가며 아꼈던재산을 고스란히 사회에 넘기는 분들의 모습은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바로 이런 분들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마음씨가 혼탁하고 각박한 이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인 것이다. 이처럼 기부는 가진 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공헌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재능기부는 대단한 경력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즐겁게 배우고, 배운 것을 남들과 나눠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의무인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환영받는 리더가 될 수 있다.
21세기는 지식사회라 불린다.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극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적으로 분배의 정의가 더욱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다. ‘남과 더불어 잘살 수 있는 능력’인 공존지수, 즉 NQ(Network Quotient)가 높은 사람이 많아지고 그런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그 무엇보다 가진 자들이 카네기 정신을 본받아 기부문화가 활성화 될 때 우리 사회는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들의 의료분야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의료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기부활동으로 미래 지향적인 첨단과학을 활용하여 신약개발을 지원, 새로운 차원의 획기적인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어 무료 내지는 염가에 보급함으로써 빈곤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여 의료 빈민에게 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이 곧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 있을 때 남을 돕자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의 진정한 실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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