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한국과총 전북지역연합회장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잡초나 잡목이라고 부른다. 유행가 가사에서부터 국어사전에 까지 설명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세상에 잡초나 잡목은 단 하나도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은 자기 고유한 2개의 이름이 있다. 전 세계의 모든 식물은 어느 한정된 지역 내에서 통용될 수 있는 향명과 전 세계 혼동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라틴어로 된 학명을 가지고 있다.
'잡'이란 접두어는 순수하지 않거나 막 된 것을 뜻하는 것으로 대체로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자기 고유의 이름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풀이나 나무를 잡초나 잡목이라고 부르는 것은 식물을 모독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필자가 몇 년 전에 모 지방자치단체의 도립공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을 당시, 산중턱에 있는 사찰까지 도로를 개설, 포장한다는 계획을 상정시킨바 있었다.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 도로를 개설하는데 있어 몇 종의 수종과 몇 본의 나무가 벌채 되는지 물었더니, 담당 공무원은 잡목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인공조림목이 아니고 자생 된 나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그저 잡목들이기 때문에 구태여 따질 필요도 없다는 태도였다.
그 공무원은 자생된 나무보다 인공 조림한 나무들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았고, 생태적인 중요성을 간과하는 듯하였다. 오히려 인공 조림한 나무보다 자생한 나무들이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 생태적으로 그 지역에 알맞기 때문에 자생 된 것이다.
결국은 필자와의 논란 끝에 그 계획은 부결된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의 국어사전에 잡초는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대수롭지 않은 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정의에도 다소의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저절로 나서 자란다는 것은 우리인간의 관점에서 보여 지는 것이고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종족보존을 위하여 수많은 경쟁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서 하나의 식물체가 탄생하는 것 일진데 너무 쉽게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호칭에 대하여 신경을 많이 쓴다. 예를 들면 이름을 모르는 청년에게는 '총각' 또는 '젊은이'로 부른다거나 젊은 여자에게는 '처녀' 또는 '아가씨', 나이가 든 분들께는 '어르신'등으로 부른다.
전직의 직함에 따라서 퇴임한 후에도 과장님, 국장님, 군수님, 학장님 등의 존칭을 붙여 호칭하기도 한다. 이것은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배려하는 일 일 것이다.
그런데 식물에게는 이러한 배려가 없다. 이름을 모르는 풀이나 나무에게 '잡초'나 '잡목'이라 부르지 않고 무엇이라 불러야 되는지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름 모르는 한 해살이 풀은 '일년생 초본', 여러 해살이 풀은 '다년생 초본'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의 경우, 성장 하였을 때 수간(줄기)과 수관(줄기의 윗부분)이 뚜렷하지 않고 키가 6m이하인 나무는 '관목', 6m이상의 나무에는 '큰키나무(괴목)'라고 부를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사철나무처럼 상시 푸른 키 작은 나무는 '늘 푸른 관목'(상록관목), 소나무처럼 항상 푸르고 키가 큰 나무는 '늘 푸른 큰 나무(상록괴목)이라 부르며, 밤나무처럼 낙엽이 지는 키 큰 나무에는 '낙엽 지는 큰 나무(낙엽괴목)'등으로 칭할 수 있다. 따라서 이름 모르는 어떤 나무나 풀에도 '잡목'이나 '잡초' 대신에 그들을 배려 할 수 있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는 '잡초'나 '잡목' 등의 호칭에 대하여 보다 더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김계환 회장은 전북대 농과대학 학장, 전북대 새만금종합개발사업단 단장, 전북대 기획연구처장, 과학기술자문단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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