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자가 추천하는 한 권의 책-아동문학 부문 김근혜 씨
'옛 사람들은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하는 무감어수(無感於水)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鑒於人)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헤매는 요즈음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저자 신영복에게 관계의 미학은 평생의 과업처럼 절절하게 느껴진다.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돌베개)는 중앙일보에 연재됐던 글들을 묶은 책이다. 오랜 시간 감옥에서 사색을 끝내고 세상에 나왔을 때 그가 얻은 건 다양한 계층과의 소통과 인간과의 관계였다.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혹독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국토를 통해 이야기 되고 있다.
특별할 것도 화려함도 없는 우리 주변의 산하는 역사와 함께 흘러왔다. 자칫 겉모습만 보면 그저 산이요 강이요 바위일 뿐인 자연물이다. 그러나 저자는 남명 조식의 철학과 지리산의 산세를 연결시켜 '기계의 부품이 되지 말고 싱싱한 한 그루 나무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어머니의 등과 같은 모악산에서 미완의 의미를 고민했다.
저자 신영복의 역사는 배우는 역사가 아닌 배워야 하는 역사이기에 더욱 마음이 간다. 더구나 그가 얘기하는 역사에는 특별함도 화려함도 없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곧 역사이며 역사가 곧 지금 우리의 삶이라고 했다.
역사는 사람이고 정(情)이며 희망이다. '나는 문득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소나무가 아니라 소나무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마른 땅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언제나 큰 힘은 민중의 힘이며 결속력이라고 했다. 솔방울의 힘이 곧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소나무들의 어머니이며 햇빛과 같은 양분이기에 지나친 비유가 아님을 말해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역사서는 아니다. 저자가 밟은 땅에 서린 과거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뿐이다. 청령포를 찾아 단종의 가슴 서린 이야기를 하면서 민중의 정치적 참여를 이야기하고 얼음골을 찾아 허준을 명의로 이끌어 준 스승의 모습을 통해 주변인의 애정 어린 헌신은 한 사람에게 큰 꿈을 심어 준다고 한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간다는 말처럼 인간의 위대한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해준다.
'고난한 시절의 강물이 겸손과 평화의 흔적이라면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며 가장 평화로운 물이며 하늘로 오르는 도약의 출발점이다.'
신영복은 자신의 작은 발걸음이 바다로 향하는 강물의 여정이라고 했다. 바다가 평화라면 강물은 그 평화를 위한 작은 도약이다. 강물이 없고선 바다도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를 끌어온, 끌고 갈 수많은 민초들이 있기에 우리의 평화는 그리 멀지 않는 것이다. 역사를 거울삼아 지금의 나를 닦는다면 내일은 더욱 희망찰 것이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 김근혜씨는 순천 출생으로 아동문학을 공부한 지 2년 만에 올해 본보 신춘문예(아동문학)로 문단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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