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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선거 전쟁

▲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

네거티브 선거가 심상치 않다.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단골메뉴이기는 하지만 민주통합당 당내 경선을 앞두고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우리 지역에도 판을 치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군산에서 특정 후보를 음해하는 유인물이 살포되었다가 범인이 붙잡혔고, 전주완산을 지역에서 모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문자메시지로 대량으로 유포되었다고 한다. 문제가 되어 언론에 보도된 것만 이 정도지 실제론 근거도 없이 특정 후보를 비방하고 음해하는 수없이 많은 유언비어와 흑색선전들이 입과 입을 통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사실 특정 인물의 과거, 경력, 됨됨이 등에 집중하고 있는 네거티브 선거와 인물검증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하면 인물검증이요, 남이 하면 네거티브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선거운동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보다 더 많이 노력하여 내가 앞서가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 낚아채는 방식이다. 전자를 포지티브, 후자를 네거티브 선거운동이라고 한다. 선거를 해본 사람이면 포지티브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훨씬 쉽고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는 상대 후보를 불리한 입장에 빠뜨리거나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감정을 갖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그런데 네거티브는 공격은 쉽고 방어가 어려운 게 특징이다. 공격자는 불만 질러놓으면 그만이다. 반면에 공격당한 사람은 스스로 진실 증명을 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다바쳐야만 하며, 진실을 동원한 반증이나 반박이 신통치 않으면 대중들은 그것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간 고약한 게 아니다.

 

우리 기억에도 생생하지만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 초반 나경원 후보 측은 하루 평균 3건씩의 보도 자료를 통해 박원순 후보를 연달아 두들겨 패대 기선을 제압하였다. '박원순은 론스타 스폰서 진실을 밝혀라', '6개월 방위 혜택 박원순 후보 장군의 아들인가', '빚 4억 강남 60평사는 박원순 서울살림 제대로 할까', '병적위조도 모자라 이번엔 학적위조까지' 등의 네거티브 공격을 통해 이슈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한나라당 측은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정당한 과정이지 네거티브 공세는 아니다"라고 주장하였지만, 박원순 후보 측의 '나경원 후보 1억 피부 관리설'이라는 메가톤급 한방의 역공에 모든 것이 역전되고 말았다.

 

네거티브 선거가 항상 효과를 보는 것만은 아니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잘못했을 경우에 오히려 역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실제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에드먼드 팻 브라운(민주당)은 로널드 레이건(공화당)의 도전을 받자 브라운은 한 정치 광고에서 어린이에게 "넌 누가 에이브러햄 링컨을 쐈는지 알지?"라고 농담을 건넨다. 링컨이 배우 출신에게 암살당했다는 사실과 레이건이 배우였다는 점을 빗댄 것이다. 하지만 이 광고 때문에 브라운은 비열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결국 레이건이 이기고 만다.(데이비드 마크, 네거티브 전쟁).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 네거티브 선거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격으로 인해 얻는 이점이 불이익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포지티브 선거운동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유권자들은 공격적 내용에 더 많이 주목하고, 더 정확히, 그리고 더 오랫동안 그 내용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물론 네거티브 선거가 오히려 선거관심도를 높여 투표율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네거티브 선거는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혐오감과 냉소주의, 무관심을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투표 참여율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크다 하겠다. 결국 언론의 끈질긴 진실 검증노력과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만이 네거티브 선거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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