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신방과 교수
4·11 총선이 끝났다.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난 느낌이다. 전쟁은 항시 승자의 기쁨보다는 패자의 아픔이 더 크고 오래가는 법이다. 새누리당의 승리와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두고서 꿈보다 해몽식의 분석이 계속 되고 있다. 대체로 민주당의 오만에서 비롯된 공천 실패와 효과적인 선거전략 부재, 선거막판 김용민의 막말 파동을 가장 큰 원인으로 모아지고 있다. 수긍이 가지만 조금은 추상적이고 비가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보다 구체적이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차원에서 원인을 찾고자 한다. 필자가 보기엔 가장 직접적 승패 요인은 시도별 젊은 연령층의 투표율이었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지역과 연령별로 정치성향이 크게 다르다. 영호남의 지지정당이 완전히 다르고, 연령별로도 40대 이하는 야당, 50대 이상은 여당 지지라는 뚜렷이 구별되는 정치성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대립 구도에서 지역별 색깔이 너무나도 뚜렷한 영호남을 제외한다면 젊은이들이 투표를 많이 한 지역에서는 야당이,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는 여당이 승리하였다.
선관위의 정확한 통계자료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방송3사 출구조사 자료를 인용해 보면 분명 지난 18대 총선에 비해 20대의 투표율이 무려 16.9% 포인트(18대 28.1%, 19대 45.0%) 급증했으며, 30대 연령층 역시 6.3% 포인트(18대 35.5%, 19대 41.8%) 증가하였다. 이에 반해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겨우 3-4% 포인트 정도의 증가율에 그쳤다.
그런데 민주당이 크게 승리한 서울 지역에서 20대 연령층의 투표율은 무려 64.1%로 전국 20대 평균 투표율 45.0%보다 19.1% 포인트가 높았다. 서울지역의 30대 연령층 투표율은 44.1%로 20대 연령층보다는 크게 낮지만 전국 30대 평균 투표율인 41.8%보다는 높았다. 결국 서울에서의 야당승리는 반드시 투표를 해야겠다고 작정한 20대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선거참여에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 하겠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부정적이며, 때로는 냉소적이기까지 하였던 젊은이들의 잠재적 정치 근육을 제대로 보여준 선거였다. 앞으로 정치적 동질성이 높은 20-30세대의 폭발적 결집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20, 30대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도대체 이들 젊은이들은 왜 투표를 하지 않았을까?
그 답은 필자가 도내 모 방송사의 의뢰를 받아 4·11 총선을 3-4일 앞둔 시점에서 전라북도 도민 1,000명을 직접 방문하여 면접 조사한 결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선거를 불과 사나흘 앞둔 시점에서 우리 지역 유권자들의 과반수인 54.2%가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하였다.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비율은 젊은 층에서 매우 높았는데, 20대 연령층의 무려 77.3%, 30대는 64.1%의 미결정 율을 보인 반면에 50대 이상은 44.3%로 그 비율이 낮았다.
그러면 이들은 왜 선거 막바지 까지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출마한 후보들을 잘 몰라서'가 33.5%로 가장 많고, 이어서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가 29.5%, '후보들 간의 차이점을 잘 몰라서'가 18.8%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주된 이유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 부족이며, 바로 이런 사람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총선이 작은 전쟁이라면 대선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는 점에서 큰 전쟁이아닐 수 없다.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대선 때 보다 훨씬 더 치열한 사생결단식 전쟁을 치를 것이다. 결국 여당과 야당이 자신의 지지층을 얼마나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느냐는 투표율 싸움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다.
본선에서 대 역전승을 갈망하는 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대안매체인 SNS와 팟 캐스팅 방송을 통해 후보자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이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여야당 후보자 간의 명확한 차별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마디로 젊은 층의 '닥치고 투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해답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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