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원광보건대 교수
'차(車)를 탈 수 있는데도 건강을 위해서 걷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면서 고통을 회피하려는 근본적인 성향을 지닌 가운데 욕망이 충족된 상태에서 행복감을 맛본다는 표현이 가장 일반적인 행복론이다. 그러나 행복은 욕망 충족 이외에 타인과의 비교나 지향하는 목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식도락(食道樂)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혀로 느끼는 맛 중에 가장 짜릿한 맛은 단맛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단맛에 엄청난 집착을 보이는데 당류는 우리들 몸 속에 들어가면서부터 힘이 솟는 강한 에너지원이 된다. 그러다보니 먹잇감이 눈앞에 있으면 웬만한 지성과 인격으로는 견뎌내기 힘들다. 이성을 무너뜨리는 단맛은 가장 동물적인 맛이라고 한다.
삶의 단맛이든 혀로 느끼는 달콤함이든 단맛이 인간 본능의 맛이라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제한으로 이를 즐기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친 세파를 헤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달콤한 맛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 많은 사람들이 눈만 뜨면 정신없이 좇는 돈(富)이나, 명예, 권력일까? 사람들은 그 목표를 모두 이루어냈을 때 삶의 달콤함, 행복을 진정으로 느낄까?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논리가 이끌어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고달픈 현대인들은 어떤 가치 기준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를 것이다. 아무래도 삶의 질서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는 참다운 멘토가 옆에 있다면 아름다운 행복을 더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학생시절 전국의 고등학생 대표로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어린 클린턴은 젊고 매력적인 케네디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 속에서 정치가의 꿈을 세웠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닥친 만남과 감명, 인상이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어버린 셈이다. 그는 대통령의 꿈을 이룬 후 얼마나 행복했을까?
행복의 경계를 날마다 넘나드는 사람들은 어느 때 무엇을 단맛으로 느끼며 살아갈까. 높고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싶은 습관에 길들여져 있고, 맛있고 편안한 것에 젖어들어 '조금만 더, 더'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깊은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마음먹은 대로 진행된다면 자나 깨나 고민하고 격한 성정(性情)으로 목숨을 버리는 비극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음식 맛은 어머니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말도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혀끝의 맛도 세월이 지나면서 남녀노소가 다르게 느끼며 살아간다. 유행도 변하고 풍습도 옛 전통을 무시하는 지구촌시대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심성(心性)도 정도를 넘어 너무 격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하지만 그 수준은 교활하고 매몰찬 이기주의에 젖어 사람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다보는 시간은 줄어들고, 주위를 둘러 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무엇엔가 쫓기듯 정신을 못 차리면서 그저 세월에 묻혀가고들 있다. 치열한 삶의 전쟁터에서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가식으로 포장된 것들이 판치다보니 사람들의 손길, 발길만 닿아도 더럽혀지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다. 너와 내가 함께 하는 공동체를 이루기위해서는 자기 잣대로 경계선을 긋지 말고, 아집도 버릴 일이다.
오미(五味)중에서 영양가가 높고 맛이 있는 음식은 꼭 단맛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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