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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강금원'의 '바보 노무현'사랑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창신섬유 강금원회장이 지난 2일 밤 타계했다. 그는 그냥 일개 기업체 회장이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였다. 그의 타계 소식에 이어 일간신문 등을 통한 추모 물결이 이어진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예컨대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에 대한 추모 글에서 "아무런 이득도 없이 지역주의 극복, 원칙과 상식의 세상을 향한 신념을 지켜온 노 전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이라 불렀다. 같은 논리로 '바보 강금원'이라 부르고 싶다"고 적었다.

 

60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달리했다는 소식이라 그럴까. 충격과 함께 진한 애잔함이 거세게 밀려온다. 동시에 강금원회장을 만났던 일들이 한 편의 파노라마가 되어 생생하게 떠오른다.

 

"'동지' 강금원 구속때 극단적 선택 생각한 듯"

 

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무렵 어느 중앙일간지(2009.5.25)의 기사 제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결정적 이유로 강금원 구속을 든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1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강회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다. 미안한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수감생활을 하다 보석으로 풀려나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한 강금원회장은 "검찰수사 때문에 돌아가셨다"며 "살인마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 무렵 강금원회장은 입원과 함께 뇌종양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3차 공판을 앞두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바보 강금원'이 '바보 노무현'을 위해 보통 배짱으론 엄두도 못낼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셈이다.

 

그렇듯 강금원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함께 새삼 관심을 끌었다. 일부 언론은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과 연관시키고 있지만, 끝까지 지킨 '의리'외엔 공통점이 없다. 전두환 정권의 군사독재를 떠올려보면 비교 자체가 오히려 기분 나쁜 일일 수 있다.

 

내가 강금원회장을 만난 것은 다섯 번이다. '전주공고신문' 편집인을 맡고 있어 전주공업고등학교 출신인 그의 동향은 항상 내 관심 안에 있었다. 말할 나위 없이 '전주공고신문' 기사를 위해서였다. 전주공고 근무 6년 동안 2003년과 2008년 모교 방문 특강, 2004년 장학금 모금 동문골프모임,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주례의 자녀 혼사와 교지 '솔' 인터뷰 등에서 그를 만났다.

 

내가 강금원회장을 만나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한 마디로 그는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순수한 고졸 출신으로 성공한 사업가가 그것이다. 은행 돈을 한 푼도 쓰지 않는, 그리하여 빚이 전혀 없는 '한국식 사업가'가 아니란 점도 눈길을 끈다. 고향인 전북 부안을 떠나 객지 부산에서 일궈낸 성공이라는 점에서도 대단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그러나 강금원을 강금원답게한 것은 역시 끝없는 '노무현 사랑'이다. 자신이 7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주식회사 봉화를 통해 "봉하마을 개발사업을 계속하고 싶지만,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듯 그의 '노무현 사랑'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것보다도 더 강금원을 강금원답게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에 보인 그의 행보다. 노 대통령에게 단 한 건의 청탁도 하지 않았음은 물론 오히려 수감생활까지 한 그였다. 노 대통령 퇴임후에도 여느 사람들처럼 거리를 두기는커녕 주식회사 봉화를 설립해 노상 함께 해오다 다시 구속되기까지 했다.

 

전라도 사람 강금원의 경상도 사람 노무현 사랑은, 그래서 지역감정 벽 허물기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권력을 만들고 그것에 빌붙어 단맛을 보려는 정치 소인배가 아닌, 뭔가 '대인' 같은 인간관계의 우정이요 의리인 것이다.

 

그랬던 그가 세상을 떴다. 이제 '바보 강금원'의 끝없는 '바보 노무현' 사랑은 불가능해졌다. 그럴망정 전라도 사람 강금원의 경상도 사람 노무현 사랑이 지닌 그 상징성만큼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새겨졌으면 한다. 내가 고 강금원회장을 추억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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