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원광보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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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나 봉사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한 행위라고 한다. 일을 즐기는 사람만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며, 나누는 삶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배려가 되고, 봉사가 시작된다.
(주)유한양행 일가는 2대에 걸쳐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은 귀족다워야 한다.'는 프랑스 속담으로,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정신적 의무의 뜻)를 실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창업자인 고 유일한(柳一韓 )회장은 1971년 세상을 뜨면서 전 재산인 유한양행 주식 36만 주(당시 시가 2,400억 원 어치)를 사회 사업과 교육 사업에 써달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그는 또 아들에게 "대학까지 공부를 시켰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반면 상중(喪中)인데도 불구하고 유산 분할 문제로 추태를 부리는 유족들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도 많다. 대기업 오너 형제들의 재산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기 싫은 정도가 아니라 혐오스러울 지경이다. 재산 다툼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그들의 사회에 대한 공적 기여는 생각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추태스러운 인간들이 있는 반면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많고, 그래서 살맛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서도 평생 동안 성실하게 모은 재산을 선뜻 사회에 내놓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평범한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지 않은가.
7년 전 언론에 소개된 팔순의 김춘희 할머니(서울 양천구 신정 3동)는 평생 행상을 하면서 홀로 힘들게 생활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자신이 숨을 거두면 통장에 있는 예금 1,000만원과 옥탑방 전세금 1,500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세상의 감동을 자아냈다. 생활비를 절약해가며 검소하게 살았던 김 할머니는 "여러 사람들이 내 물건을 사준 덕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그 분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눈물겹지 않은가. 자신이 어려웠을 때 받았던 이웃의 도움을 잊지 않고, 진실한 마음을 담아 되돌려 주는 김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누며 사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것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사회의 희망이며, 꺼지지 않는 한 줄기 빛이라고 생각한다.
주위를 둘러 보면, 현대인들은 너무나 많은 것들에 대한 욕망에 갇혀 자신의 삶을 돌아 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밤낮으로 일에 몰두하느라 자아를 찾지 못하고, 모든 에너지를 돈 앞에서 소진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물질적 풍요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이고, 그 때문에 누적된 정신적 피로 등으로 인해 정작 어렵게 사는 이웃들에 대한 배려를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물질만능주의로 점철된 이 시대가 사람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마음의 병을 앓게 하는 지도 모른다.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각자 지금까지 얽매었던 틀에서 잠깐 생각과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한다. 작은 것들에서 만족을 알고, 내가 가진 어느 한 부분을 나눠 갖고, 작은 정성을 이웃을 위해 쏟아보는 것은 어떨까. 경제적·육체적으로 어렵거나 능력이 다소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서로 손을 마주 잡고 한바탕 웃어보는 것은 어떨까.
테레사 수녀나 슈바이처 박사 같은 나눔은 아니더라도, 마음을 열어 내미는 작은 손길이 닿는 여린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잠시라도 머물렀다면, 오늘 하루의 삶이 내일을 위한 자양분으로 축적될 것이다. 일을 즐기는 사람만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고, 나누는 삶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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