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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과 Off에서 찾는 보육정책의 해법

박철웅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너는 어쩌면 그렇게 너희 아빠랑 외모를 닮다 못해 걸음걸이하며 성격까지 닮았니?" 우리는 흔히들 '아빠와 아들' 혹은 '엄마와 딸'을 보며 너무도 당연하게 이러한 말을 하곤 한다. 이렇듯 우리는 유전인자가 사람의 외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은연 중에 습득하고 있는지 모른다. 외모는 그렇다 치고, 걸음걸이와 성격조차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로부터 온 것인가? 아니면 부모님과 함께 살아오면서 환경에 의해 형성된 것인가?

 

인간은 '본성' 즉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가 아니면 '양육' 즉 환경의 지배를 받는가의 논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시간을 거치며 이어져왔다. 이제는 유아교육학, 심리학, 교육학 등이 아닌 전혀 다른 생물학 쪽에서 새로운 시각에서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는 환경의 영향에 의해 작동을 하게 될 수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유전공학 분야의 석학인 일본의 무라카미 가즈오는 저서 〈스위치 온〉에서 '내 안의 잠자고 있는 긍정의 유전자를 켜라' 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저서에서 보육정책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한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유전자에는 토글방식(온 오프, 설정 해제가 반복되는 방식)으로 끄고 켤 수 있는 ON-OFF 기능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스위치는 사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켜지거나 꺼지는 특징을 가진다. 즉, 환경 요인이 유전자 스위치를 켜면 그 유전자 특성이 활성화하지만 유전자 스위치를 끄면 유전자 특성이 내재해 있어도 표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인간발달에 적용하면 실제로 태아기·영유아기에 경험하는 충분한 사랑과 안정감은 스트레스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서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발달시킨다고 보고 있고, 또한 어릴 때 다양한 환경에서 즐거운 학습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기억과 학습을 촉진하는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면서 학습 능력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반면 영유아기 때 아동 학대나 폭행 등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짐 상태로 유지되어 성인이 된 후에도 스트레스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우울증이나 적응 장애 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초기 경험 또는 환경의 영향은 영유아기와 아동기는 물론이고 태아기 때에도 매우 결정적으로 작용하며 심지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환경의 영향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결정적인 것이다.

 

이 새로운 발견에서 하나의 보육정책의 지향점을 찾아보려고 한다면 무리일까? 과거 1960년대 미국 정부가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취약계층에게 제공했던 영유아 조기교육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와 2006년부터 모든 아동의 공평한 양육여건과 출발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드림 스타트' 사업도 취약계층의 영유아 발달을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좋은 예이다.

 

정부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수당 지급 정책도 효과가 있겠지만, 태어난 아기가 물리적,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육정책을 펴는 것, 즉 영유아들이 스스로 유전자의 작동 스위치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근본을 짚어 주는 정책이 더 시급하고 중요해 보인다. 그것이 바로 긍정의 유전자를 키우는 'On과 Off'에서 찾을 수 있는 보육정책의 해법인 것이다.

 

이와 관련 오는 8일 전북도에서 진행하는 '보육& 육아 토크 콘서트'는 육아(가정양육)와 보육(시설양육) 관계자들에게 진솔한 대화의 장이 될 것이다.

 

정책의 직접 수혜자인 부모들과의 적극적인 만남과 소통만이 건강한 영유아 발달을 위한 보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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