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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 눈 치우기, 이웃 위한 작은 배려

폭설에 강추위까지 겹쳐 자치단체 제설작업 한계 시민들 자발적 참여 절실

▲ 김 천 환

 

전주시 건설교통국장

계사년 새해 첫 날부터 큰 눈이 계속되면서 온 세상이 설국(雪國)으로 변했다. 하얀 모자를 쓴 고즈넉한 한옥마을이나 풍년농사를 꿈꾸며 휴면 중인 들녘의 정취를 잠시 바라보는 것 자체가 호사스러운 시간의 연속이다. 혹한과 빙판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은 많은 지역의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극값을 기록할 정도로 한파까지 겹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도로 결빙과 상수도 계량기 동파 등으로 민원이 연일 빗발친다. 특히 낮 동안 잠시 녹은 눈이 밤사이 얼어붙어 도로와 골목길 등 발 닿는 곳마다 빙판길로 변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특히 제설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로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어느 지자체나 겨울을 앞두고 일찌감치 제설작업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을 것이다. 전주시도 각 구역별로 비상근무조를 편성하는 일부터 제설장비와 자재를 꼼꼼히 챙기고 예상 적설량을 체크하는 일까지 철저를 기해왔다.

 

특히 올해 겨울은 '여느 때보다 춥고 눈이 잦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따라 일찌감치 염화칼슘을 140%가량 더 확보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른 새벽 직원들을 독려해가며 제설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왔어도 시민이 느끼는 불편과 위험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하지만 요즘같이 단시간에 큰 눈이 집중되면 사실상 속수무책의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인원과 장비로 하늘이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 순식간에 쌓여가는 눈을 신속히 치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필수요원을 제외한 2000여 시청 직원들을 제설현장에 보내보기도 하지만 이면도로와 골목길, 인도 등 광범위한 지역의 제설작업까지 소화하기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마다 우리 사회에 큰 힘이 되는 것이 있다. 시민의 힘이다. '내 집 앞 눈 치우기'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여해 제설에 손길을 보태는 일이다. 핵가족화가 가속돼온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내 집 앞 눈 치우기의 중요성이 확대돼 왔다. 전주시도 2007년 이를 조례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첫째, 눈을 치워야하는 순서는 건물이나 점포의 소유자, 점유자, 관리자 순이다. 하지만 눈이 많이 쌓이고 있는데 소유자나 점유자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눈이 그친 다음에 함께 제설작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눈을 치워야 하는 범위는 보도의 경우 해당 건물 대지에 접하고 있는 보도구간 전체다. 이면도로는 주거용 건물일 경우 주요 출입구 부분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1m까지가 해당된다.

 

물론 조례가 시행 중이지만, 내 집 앞 눈을 치우지 않더라도 어떠한 제재나 불이익도 없다. 내 집, 내 상가, 내 건물 앞을 오가는 내 가족과 이웃 모두가 편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동참하자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의 발로인 것이다.

 

한 주먹의 눈도 자꾸 뭉치면 산더미 같이 불어난다. 개미 한 마리가 작은 먹이를 모아 큰 사회를 만들고, 꿀벌 한 마리가 꿀 한 방울을 모아 큰 꿀통을 채우듯 시민 한 사람의 손길이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우리 전주시 인구와 가구 수가 각각 65만 명, 24만 세대를 넘어섰다. 한 골목길에 마주하는 주민이 20세대라고 가정하면 내 집 앞 골목길을 치우는 시민이 한 사람만 있어도 8000여 곳의 골목길을 오가는 보행자들의 발걸음이 편리해진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은 내 가족과 이웃을 위한 일임에 틀림없다. 요즘 집 앞을 나서면서 미끄러워 넘어질 뻔 한 경험을 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눈을 왜 안 치웠나…, 누군가 한번 쓸기라도 했다면…"하는 생각을 했다면 그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이 돼야 할 것이다.

 

최근처럼 눈이 내린 뒤 혹독한 한파까지 닥치면 곧바로 빙판이 된다. 이런 날의 경우 낙상사고가 20~30여 건이라고 하는데, 그 사고의 당사자가 내 자신이나 가족이라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처마의 빗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점적천석(點滴穿石)처럼 비록 폭설과 한파로 맞이한 새해이지만, 내 집 앞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이 모일 때 더불어 사는 천년전주의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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