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흔들리는 교육 풍토

무소신 정책 추진 이공계 홀대 현상 교육 현장 망친다

▲ 김 형 중

 

문학박사·교육칼럼니스트

한 나라가 어느 정도 발전하면 외국으로 떠나는 유학생 숫자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3억의 중국이나 1억3000만의 일본보다 외국 유학생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만족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시설과 인력 면에서 교육여건을 어지간히 갖춘 상황에서 외국으로 떠나는 유학생이 많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물론 외국의 앞선 학문과 기술을 배워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분명 유익한 일이지만.

 

외국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는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학을 떠나는 상당수는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우리 교육현장은 오래 전부터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교육시스템이 붕괴됐다고 한다. 사교육으로 허리가 휜다며 학부모들은 비명을 지른다. 왜일까? 물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간다. 다양성의 사회 아닌가.

 

우리나라 교육은 오랫동안 정치인들, 소수 지배층이 책상 앞에 앉아 만들어 낸 정책에 휘둘려 왔다. 혼란의 원인이 됐다.

 

오랫동안 뒤엉킨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명쾌하게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백년대계의 안목으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 교육의 본질을 찾아나서야 한다. 학교와 교사들만의 책임으로 전가시켜서는 안 될 말이다. 교육당국과 학부모, 시민사회와 언론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빗나간 학생들을 선도하는 의무와 책임을 누군가 져야한다면 그건 당연히 교육을 책임진 학교요, 선생님들이며, 가정교육을 시켰어야 할 학부형들이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재' 문제를 살펴보자. 교육은 모르는 것들을 가르쳐 주고,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깨우쳐서 제대로 된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한다. 실수와 호기심으로 저질러진 행위의 결과를 평생 짊어지고 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육체적 정신적인 피해로 한 사람의 일생이 망가지지 않도록 사전 교육과 함께 치안확립 방안도 세워야 한다.

 

둘째, 대학 반값등록금 문제다. 누구든 대학에 가려고 생각만 하면 갈 수 있는 시대다. 수학능력시험은 합격선을 가르는 잣대도 없는 시험이다. 가난한 부모를 만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인이 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학업성적이 나보다 뒤진 학생의 등록금을 내가 낸 세금으로 치러야 하는 현실이 분명 비극이다. 재원(財源)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값 등록금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약속이라면 재고돼야 한다. 대안 없는 고급학력 양산보다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장년 390만 명의 갈 길을 찾는 일이 더 급하다.

 

셋째, 상급학교 진학문제 때문에 인성교육이 온데 간데 없어진 중등교육현장이다. 아침식사도 거른 청소년들이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생명력 없는 활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배운 대학 졸업자들은 진짜 일자리가 없어 직장을 못잡는 것일까. 아니면 편하고, 연봉이 많은 곳만 찾는 분수 모르는 젊음이 그들의 길을 가로 막는 것일까?

 

이런 저런 이유와 사정으로 우리나라에서 교육받기를 포기하는 학생들의 유학경비와 영어연수 비용은 해마다 60억 달러(한화 약 7조 2,000억 원)를 상회한다고 한다. 창의력이 없는 교육, 이공계가 홀대받는 사회현상, 대학을 나오고도 다시 전문대학에 편입하는 현실, 빛바랜 이념의 주도권 싸움, 소신 없는 교육정책당국의 실무자들, 한탕주의 사고가 만연된 사회가 가르치는 것은 우리교육의 현장을 검게 물들여 놓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 글로벌 K-씨푸드, 전북 수산업 다시 살린다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