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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의 올바른 이해

소비자가 지불 농산물 가격 41.8%가 유통비용 / 단계 축소보다 중요한 건 포장·선별 등 경로 효율성

▲ 김창수 전북농협본부장
요즘 배추 한 포기가 껌 값이다. 최근 정부는 김치 담그는 비용을 지수화한 김치지수를 발표했다. 올해 11월 김치지수는 91.3이다. 4인 가족 기준가격 21만 3846원을 100으로 볼 경우 김장철 시기만 놓고 본다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작년 11월에 비하면 20.1%가 하락했다. 2010년 10월 152.6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올해 기상여건이 좋아 김장채소 등 대부분의 농작물이 풍작이기 때문이다.

 

농사를 잘 지은 농업인들은 풍작을 기뻐하기보다 농산물 가격이 크게 떨어져 걱정이 앞선다.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 또한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시장바구니가 예전보다 가벼워졌다고 푸념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듯 농산물 유통의 문제는 역대 정부의 주요 관심사이자 역점 정책으로 다뤄져 왔다. 특히 농산물 가격 안정을 해치는 주요인은 과도한 중간 유통비용이며, 물가 상승의 주범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지목하고 유통단계의 축소라는 처방을 해 왔다. 이러한 진단과 처방이 농산물 유통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었을까? 필자는 또 다른 생각을 해 본다.

 

우선 농산물의 특성 상 유통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이해가 필요하다. 생산자 수취가격과 소비자 가격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다. 농산물은 가격대비 부피와 중량이 크고 부패 및 감모가 많다. 예를 들어 커피와 배추의 유통과정을 비교해 보자.

 

커피는 공장에서 대규모로 만들어져 곧바로 운송, 판매가 이뤄진다. 오늘 안 팔리면 내일도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다. 또 같은 운임 비용으로 1톤 트럭에 실을 수 있는 커피와 배추의 금액을 비교하면 몇 백 배의 차이가 날 것이다. 배추는 밭에서 수확해서 상하차, 선별, 포장, 운송, 저온저장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오늘 안 팔리면 부패돼 내일 제값 받고 팔수도 없다. 당연히 유통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GSnJ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에 소비자가 지불한 농산물가격 중 41.8%가 유통비용이라고 했다. 무, 배추 등 채소류는 70% 수준으로 가장 높고, 과일류는 50%, 식량작물은 30% 수준이다. 유통단계별로는 도매단계의 유통마진이 총 마진의 15%, 출하단계가 24%, 소매단계가 33%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매단계의 유통마진이 가장 높다. 이것은 산지 출하단계나 도매단계를 뛰어넘는 유통단계 축소가 농산물유통 문제의 핵심 수단 이라는 인식이 오해임을 의미한다.

 

농산물 유통구조가 선진화되어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유통비용은 대체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미국은 73%, 일본은 55% 수준이다. 이는 농업선진국일수록 소비자 기호에 맞춘 포장과 선별 작업이 이뤄진다. 또 브랜드 운영에 따른 비용과 소비지에서의 재포장 및 가공비용이 추가돼 유통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단순히 유통단계를 축소하기보다 유통경로 간 효율성을 추구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춰 농산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농산물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오해는 어떤가? 현행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산물의 가격변동이 타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하지만, 비중이 작아 물가를 끌어올리는 영향은 미미하다.

 

농협경제연구소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물가 상승의 기여도는 농산물이 0.84%p로, 공업제품 2.25%p, 서비스 1.82%p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농산물에 대해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 국민 모두가 농산물 유통구조와 가격의 특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가 됐으면 한다.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행복해 지는 상생의 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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