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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혹은 인연

▲ 유인실
당신은

 

참으로 허망하게 떠났지

 

얼굴 한번 찡긋하며

 

경계선을 넘어갔지

 

가뭇없이 떠난 빈자리에

 

바람이 숨죽이며 제 몸을 쌓고

 

이따금 울음처럼 소나기도 머물렀지

 

저 부푼 통증의 흔적 사이로

 

슬픔 감춘 대답인 채

 

내 몸속으로 들어온

 

환한 빛

 

한밤중, 어둠 속에 동그란 창을 낸다, 사방으로 불빛이 번진다, 나를 향한 응시를 내 몸에 부려놓는 것인가, 서서히 내 몸에서 삼투압을 일으킨다, 빛 빠져나간 시린 몸에 온기가 돈다

 

자궁 속처럼 따뜻하다

 

다하지 않은 인연으로

 

△유인실 시인은 1997년 〈문예연구〉로 등단, 시집 〈신은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나무는 제 몸을 둥글게 펼쳐 신을 향해 뻗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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