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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 왕궁 터 찾아야 한다

▲ 곽장근 군산대 교수
흔히 왕이 거처하는 궁전이 있던 곳을 왕궁이라고 한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최상의 격식과 위용을 갖춘 곳이다. 한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도읍을 상징하는 최고의 건축물이다. 왕궁을 중심으로 도읍을 둘러 싼 성벽을 도성이라고 하는데 달리 서울로도 불린다. 37년 동안 후백제의 도읍인 전주에는 도성 안에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왕궁이 있었을 것이다.

 

강원도 철원 북방 풍천원 벌판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 태봉의 도성은 왕궁 터를 감싼 왕궁성과 내성, 외성의 3중성 구조다. 비록 철원에서 쓴 태봉의 역사가 14년으로 짧지만 외성의 둘레가 12.3km로 남북으로 긴 사각형의 도성 안에 왕궁 터가 있다.

 

전주 후백제 왕궁터 아직 못 찾아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에 고려 왕궁 터인 만월대가 있는데, 본래 왕건이 태어난 집터로 알려진 곳이다. 조선시대부터 처음 불리기 시작한 만월대는 궁성과 황성이 정전인 회경전을 이중으로 감쌌다.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되어 그 터만 남아있던 것을 참여정부 때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후삼국 때 궁예의 태봉, 왕건의 고려와 패권을 다툰 후백제의 경우만 왕궁 터를 찾지 못해 안타깝다. 다행스러운 것은 후백제의 도성으로 추정되는 견훤의 성터가 도면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일제강점기 때 발간된 ‘전주부사’에 그 평면형태가 반월형을 띠는 성벽이 온전하게 표시되어 있다. 전주 동쪽에 우뚝 솟은 기린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으로는 승암산을 거쳐 전주천을 건너 남고산성을 휘감았고, 북서쪽으로는 서낭댕이를 지나 반대산까지 이어졌다.

 

1960년대부터 전주시의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성벽의 흔적이 대부분 유실 내지 훼손됐다. 최근에 전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면담조사와 현지조사를 통해 도성의 성벽이 상당부분 복원됐다. 그렇다면 지금도 그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후백제의 왕궁 터는 최소한 반월형의 도성 안에서 찾아야 한다.

 

후백제 왕궁 터와 관련하여 전주 동고산성설과 물왕멀설, 전라감영설, 인봉리설이 있다. 그런데 후백제의 도성과 무관하게 왕궁 터로 비정된 곳이 전라감영지다. 엄밀히 말해 전라감영설은 전주부성의 남문인 풍남문 바깥에서 전주객사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삼국시대 이후의 어떤 왕조도 도성 밖에다 왕궁을 둔 나라가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태봉의 도성은 휴전선이 그 중앙을 관통하고 있지만, 2006년 철원군에서 축소모형으로 제작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들에게 황성 옛터로 알려진 만월대는 지난해 개성역사유적지구로 세계문화유산에 그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강화도의 고려 왕궁 터와 삼별초의 항쟁 거점인 진도 용장산성 내 임시 왕궁 터도 발굴조사를 통해 그 전모가 파악됐다. 삼국시대 이후의 왕조 중 유일하게 왕궁 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후백제다.

 

한옥마을 연계한 관광전략 필요

 

지난해 한옥마을 찾은 관광객의 수가 5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세상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제일의 여행 후보지가 미국 그랜드 캐년이라고 한다. 그랜드 캐년을 뛰어넘는 관광객이 한옥마을을 다녀간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옥마을의 가치를 웅변해 준다. 앞으로 후백제 왕궁 터를 꼭 찾아 한옥마을과 연계시키는 장기적인 관광전략이 마련됐으면 한다. 요즘 후백제의 왕궁 터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국립전주박물관 모든 구성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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