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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염치 없는 정부가 돼서는 곤란하다

▲ 김관영 국회의원
예의염치(禮義廉恥)란 말이 있다. 제나라 환공을 도와 춘추전국시대 패업을 이뤘던 관중이 한 말인데, 관중은 국가의 네 가지 근본을 예의염치라고 규정하며, 이 중 한 가지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가지가 없으면 위험에 빠지며, 세 가지가 없으면 근간이 뒤집히고, 네 가지 모두를 잃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염치는 청렴함과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이다. 공자도 염치를 아는 것을 정치가가 지녀야 할 기본덕목의 하나로 삼았다. 그만큼 염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염치가 없는 것을 우리는 ‘파렴치’라고 부른다. 원불교 종법사를 역임한 정산종사도 사람에게 예의염치가 없는 세계를 ‘축생계’라고 의미 짓고 있으니 귀담아 들을 말이다.

 

잘난 척 뽐내는 자, 어른 대접 못 받아

 

박근혜 정부를 보면서 예의염치란 말이 떠오르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지난 4월 9일 MB자원외교 비리로 수사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메모는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56자 메모에 적힌 8명의 사람들이 현직 총리와 전·현직 비서실장 3인, 도지사와 시장, 여당 사무총장 출신 광역시장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제외하면 녹취록에 나온 홍문종 의원을 포함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성완종 전 회장은 죽기 전 경향신문과의 녹취록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2013년 재보궐선거 당시 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사실을 밝혔다. 이완구 총리는 사실을 부정하며 국회에서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호언장담까지 했다.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는 뜻에서 나온 얘기겠지만, ‘증거가 나오면’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대정부질의에 대한 답으로써도 부적절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矜者不長(기자불립 과자불행 자긍자부장)이라고 했다. ‘까치발을 하고 오래 서 있을 수 없으며 가랑이를 크게 벌려 걸으면 제대로 걸어갈 수 없고, 스스로 잘난 척 뽐내는 자는 어른대접 못 받는다’는 말이다.

 

지난 20일 밤, 결국 이완구 총리는 사의를 표명했다. 역대 63일이라는 최단임 총리 기록을 갖는 수모는 둘째 치고, 검찰의 수사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완구 총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정치인은 존재 가치가 없다. 신뢰는 약속을 지킬 때 생기는 법”이라는 말을 했는데,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에서 물러나는 모습이 씁쓸하다. 국가지도자는 국민에 대한 예의와 염치를 가져야 한다. 정치가 역시 마찬가지다.

 

신뢰 못 받는 정치인, 존재 가치 없어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다. 사상 최대의 권력형 비리게이트 앞에 진실규명 없이는 이 나라에 미래가 없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부패 척결은 검찰 본연의 사명이자 존립 근거”라 했다. 살아있는 권력에게 과연 검찰이 엄정하게 칼 끝을 조준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권력의 시녀가 될 것인지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이 숨졌다는 이유로, 공소시효 등의 법리적 문제로 진실을 회피하려 한다면 정부의 국정 운영과 도덕성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명심하기 바란다. 대통령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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