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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론과 '아궁이'론

▲ 유병하 국립 전주박물관장
필자는 예전에 신문 지면을 통해서 목도리론(論)을 설파(說破)한 적이 있었다. ‘차가운 겨울을 잘 나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목을 감싸주는 목도리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목이 유달리 추위에 민감한 부위인지 아니면 신진대사의 중심인 상체와 가깝기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알 수 있듯이 목만 잘 감싸면 온 몸으로 파고드는 칼날과 같은 추위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목도리에 담긴 이치는 세상사에도 널리 통한다는 것이 목도리론(論)의 요지였다. 즉 ‘세상사(世上事)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섞인 채로 굴러가지만 핵심이 되는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을 잘 파악해서 대처하면 몸 전체의 추위를 목도리 한 장으로 막을 수 있듯이 세상사에도 효율적으로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한쪽에만 치우쳐 발전하는 전라북도

 

한편 저명한 여행가인 한비야씨도 최근의 신문 지면을 통해서 특유의 아궁이론(論)을 피력(披瀝)한 바가 있다. 그녀에 의하면, ‘열 개의 장작을 나누어 한 개씩 아궁이에 넣어서는 솥의 물을 충분히 끓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 개의 장작을 한꺼번에 넣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한 적은 많았지만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느니만 못하다는 세상 이치를 솥과 아궁이를 살펴보면서 깊이 깨달았다’고 하였다.

 

뜬금없이 웬 목도리와 아궁이 타령이냐고 할 수 있으나 전북의 현재를 살펴보면서 저절로 목도리론(論)과 아궁이론(論)이 되새겨진다. 현재의 전북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새만금사업과 혁신도시 개발의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자치단체가 주도한 지역개발 혹은 역사·문화 관광사업의 성과를 살펴보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잠시만 눈을 돌려보면 곳곳에 새로 생긴 공장과 건축물, 토목시설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문화축제와 각종 관광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발전이 지역적으로 한쪽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 농촌보다는 도시에, 지역보다는 중심인 전주에, 그리고 전주 내에서도 새로운 도심으로 부상한 서부신시가지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마치 전라북도(全羅北道)가 아니라 조금 과장한다면 전주도(全州道) 내지 전주서도(全州西道)가 아닐까한다. 이렇게 전라북도는 발전을 거듭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적으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따뜻한 봄의 햇살을 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간 불균형으로 인해 언젠가 전라북도의 발전과 통합이 심각하게 저해되는 사태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즉 한 겨울의 찬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균형발전 염두에 둔 정책 개발·집행

 

그렇다면 앞으로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젠가 목으로 파고들 칼바람을 막을 목도리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목도리론(論)을 거론(擧論)한 이유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간의 소통과 균형발전을 염두에 둔 정책 개발과 집행을 전라북도가 서둘러야 한다. 그 내용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역간 문화향수 기회의 균등은 꼭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문화적 균등만이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궁이에 장작을 하나하나 넣어서는 솥의 물을 충분히 끊일 수 없듯이 지역간 불균형은 단발성의 정책적 시도만으로 쉽게 타파될 수 없다. 그렇다면 불길이 활활 타오르도록 정책 담당자들이 종합적인 균형발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서 솥의 물이 잘 끓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목도리론(論)과 함께 아궁이론(論)을 다시 꺼내서 되새겨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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