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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아파트 문화,그 단절의 시대

▲ 소재호 시인·석정문학관장
중국 조선족 마을에서는 거의가 동포끼리 ‘잘 모여서,술 마시고,노래하고,춤 추고, 마지막에는 꼭 싸우고 끝내더라’고 어느 중국인이 자기 글에 올린 내용을 읽은 일이 있다. ‘자주 모이고 잘 논다’는 점은 러시아 거주 동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란다.이런 점은 우리 민족성의 일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민족이 유구한 세월 동안 거대 민족들 사이에 끼어 살아 오면서도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의연하게 우리만의 문화를 향유한 점은 저러한 경우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타국에 살면서도 그 환경에 동화되지 않고 우리 언어도 잃지 않음은 퍽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오늘날 연출해 내는 아이돌 열풍도 우리 민족의 신나게 ‘잘 논다’는 특성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도 미친다.그런데 문제는 싸움 잘하는 민족이라는 오명이다.좋게 보면, 만사에 제대로 시비를 얹는 이성적 정신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인간적 교류 막막…험악한 쟁투도

 

그런데 잘 모이는 것은 밝은 사회를 지향하는 데에 공동선을 펴는 시발점이기도 하여 퍽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게 잘 모이는 것은 환경적 요인으로서 마을 형성의 구조에 따른 점일 것이란 설명에 닿는다. 마을 사람들이 귀가하는 시간 골목길에서 몇이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하루의 일모(日暮)를 맞는 것은 벌써 인간성 교감의 초반이요,그리하여 낭만풍의 분위기가 퍼뜩 서린다. 서로 만나서 인사하고 덕담 주고 받다 보면 ‘모이자’가 가능해지고 드디어 인정어린 공동체 사회가 이룩되는 것이다. 수평적 동네 구조는 산천 굽이치는 대로 오손도손 등을 대며 이웃하는 마을 형성에 말미암은 것이리라.

 

그러나 도시권 아파트 문화는 그 발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주민들이 제각각 생활 전선으로 방향도 달리, 출발 시점도 다르게, 흩어졌다가 저녁에 돌아와, 한 둘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등 지고 만나는 게 고작이다. 겨우 목례 끄덕하는 일이 전부이고, 담소 한 마디 나누지 못한 채 총총히 자기 문전으로 사라진다. 단절이 날마다 반복되고 드디어 그 꼴이 당연시되는 모습이다. 아니, 인간적 교류가 막막한 터에 무슨 층간 소음으로 험악한 쟁투가 벌어진다. 삭막하다 못해 공포의 본위기도 가끔은 형성된다.층간 서로들 애경사가 일어도 그리고 그 일이 소멸되어도 이웃은 까마득히 모른다.홀로 사는 위층 노인네 임종의 시기에도 전혀 모르며 그리고 그 시신이 며칠을 경과해도 전혀 모르고 그 험악한 공기를 무심코 마시며 사는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 비정의 지옥이 따로 없는 것이다. 마치 대나무 마디마디 칸칸의 어둠을 쌓아 올려, 머리는 하늘에 두었으되, 수직의 곳곳에 단절을 포개고 있음과 비슷한 우리네 아파트 문화의 모습에 갑갑할 뿐이다. 인간 사회 도처가 소외요, 냉소요,갈등 들이 마치 질병의 바이러스처럼 한국 사회를 범람한다.

 

어찌할꼬? 이웃과는 반목하면서 무슨 윤리 도덕이며, 무슨 지역 감정 타파인가? 신문 다른 것 읽으면 벌써 인종(?)이 유별해지고,종교가 다르면 배타요, 형제는 유산 때문에 멱살잡이한다.

 

유구한 민족성 한 올씩 엮어내야

 

아니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 전라도 인심도 다시 빚어내고 한 바탕이든 두 바탕이든 모여서 작신작신 놀자. 부침개도 이웃에 서로 돌리고, 반상회라도 가끔 열자. 토요일 일요일 두 번씩이나 쉬면서 이웃 챙기기는 개떡같아서야 말이 되겠는가? 고운 빛깔 노을이 우리네 일상의 발치에 놓일 때에는 형이야 아우야 하면서 우리네 유구한 민족성을 아름답게 한 올씩 엮어 내 보자. 우리답게 그리고 빛나게 인간성 누리는 그런 문화에 골똘해 보자. 이제부터라도 진실로….

 

△ 소재호 관장은 ‘현대시학’으로 등단, 전주완산고 교장과 전북문협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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