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졌다. 그리고 재적의원 과반에 못 미치는 130명만 출석(투표하기 위해 명패를 투표함에 넣은 수)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이 날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지 38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11일째 되는 날이었다.
행정부 만능주의 폐해 극복 절실
5월29일 새벽 여야 합의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할 당시 211명의 찬성표 중 95명이 새누리당이었다. 의원들 자유의사에 맡겨진 투표였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에서 천명한 권력분립의 가치를 지금의 국회법으로는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는 점에 여와 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공감한 결과였다. 그런데 여당의원들은 왜 갑자기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선택을 부인한 것일까?
문제는 대통령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이다. 대통령이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요구를 했어도 못마땅할 일이었다. 행정부의 법을 넘어서는 전횡을 바로잡겠다는 내용이 아니던가. 그런데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을 비난하고 짓누르면서 특히 여당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원내대표를 기어이 찍어내고야 말겠다는 서슬퍼런 독기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저 아연(啞然)할 뿐이다.
조금 진정국면으로 들어섰지만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언동을 보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정부가 숙주병원이 어디인지 감추기 급급했던 가운데 메르스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국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역병에서 스스로 몸을 지켜내야 했다. 대통령과 정부는 역병을 잡으랬더니 유언비어 살포자를 잡겠다고 했다. 보다 못한 서울시장이 제대로 대응해 나가며 국민들의 칭찬을 받자 그의 행동을 폄하하기에 바빴고, 뒤늦게 민간병원장이나 질타하고 있었다.
그 사이 186명이 감염됐고, 33명이 사망했다. 남은 환자 35명이 모두 완치된다고 해도 확진자 100명중 17,18명은 사망했다는 말이다. 정부는 독감보다 덜한 것이라고 운운한다. 그런데 독감보다 덜한 것을 가지고 국민 전체를 불안과 공포로 떨게 만들었다면 더 우스운 정부 아닌가? 변명을 듣고 있노라면 실색(失色)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연실색(啞然失色)할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언동은 행정부 만능주의에서 기인한다. 행정부가 모든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모든 권한은 깔대기 마냥 정점에 모여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권형 국가 건설이 시급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할 수 있는 개헌이 시급한 이유이다. 그래야 국가시스템이 정립되고 각 구성체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힘의 균형을 이뤄야 서로 간 견제와 균형 속에서, 건강한 긴장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입법권, 예산심의권, 감사권을 제대로 확립해야 국민에게 책임지지 않는 행정부 만능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회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됐어야 했다.
중앙-지방 간 권한·재정 나누어야
또한 중앙과 지방 간에도 권한과 재정을 과감히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각 지역이 개성있게 발전을 할 수 있고 경쟁력을 제고 해 나갈 수 있다. 특히 국민들과 가까운 현장에서의 대응력을 높여 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도 국민들의 요구와 여망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나라를 살리는 길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이 시대 나라의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숙고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유성엽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위원장이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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