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술 마셔야 하는 나라

▲ 소재호 시인·석정문학관장

‘술 권하는 사회’란 말은 소설가 현진건이 만든 말이다. 현진건(1900-1943)은 우리나라 근대 소설가이다. 그의 호는 빙허(憑虛). 1920년대 〈개벽〉으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근현대로 오는 우리나라 소설의 지평을 열었다. 그의 소설들은 사실주의 문학을 표방한 작품들이었다. 우리나라 사회를 풍자하면서 사실적으로 묘파해 내는 재주가 뛰어났다. 특히 그의 작품 〈술 권하는 사회〉는 논픽션으로 당시대를 묘사하고 있다. 고대 소설들이 전기체류이거나 플롯이 우연성으로 일관된 점과는 크게 차별화한다.

 

불의·부도덕 판 치는 사회

 

그의 다른 소설 〈빈처〉에서 등장하는 소시민적인 평범한 아내는 비슷한 이미지로 〈술 권하는 사회〉에서도 등장하는데, 매우 시사적이다.

 

남편이 말한다. “정신이 바로 박힌 놈은 피를 토하고 죽을 수밖에 없지. 그렇지 않으면 술 먹는 일밖에 할 일이 도무지 없지.” 아내는 말한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불의와 부도덕이 판을 치는 사회에 적극적 대응의 방식은 ‘피를 토하고 죽는’항거일 것이고 현실 도피적 소극적 저항은 ‘술 먹는 일’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의와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져야 할 신의는 헌신짝처럼 팽개쳐진 시대를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다. 사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현실을 사실적으로만 그리고 있고 비판의 몫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1920년대의 시대가 그러했거니와 인문 사회면에서 발전과 발전을 거듭한 오늘날에서도 그 실상이 더욱 참혹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원 높은 국민 교육이 사람들을 부단히 교화하고 훈도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번성한 많은 종교들이 국민들의 도덕성을 끊임없이 함양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참담한 실상은 그 도가 너무 지나친 것이다. 국가를 바람직하게 경영해 가야할 신분 높은 정치가들 부도덕은 필설로 표현할 길이 없고 경제인들들은 또한 부정한 방법으로 자기들 이익만 챙기기 위해 음모하는 일에 영일이 없다. 또한 그런 연유로 지성적이 젊은이들이 취업의 문을 열 새도 없이 실업자가 되어 버렸다.

 

가정에서의 폭력은 이 나라 전통 문화를 의심케 하고, 살인, 방화, 절도 등과 함께 종류도 다양한 범죄는 날로 창궐한다. 민주주의는 남루하게 운영되어 집단 이기주의 성취의 방편으로 전락되었다. 못 살아서, 먹을 것이 없어서, 배움이 부족해서, 선악을 구분할 겨를이 없거나 아예 선악의 개념을 몰라서,악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잘 나가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불의의 사회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가, 이 나라가 우리에게 한사코 술을 권하는 것이다. 술 먹는 일이 그냥 자비(自卑)일 뿐인 나약한 저항이다. 피를 토하며 죽을 거룩한 정의의 실현자(?)는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런 중에도 자꾸 우리를 자각케 하는 소수의 선각자가 있긴 하다.우리나라 미래를 빛나게 예언하는 일단의 집합의식도 엄연히 존재한다.이 세상에는 그래도 악보다는 선이 번창하다고도 믿는다.

 

촛불 켜 들고 세상 밝히자

 

나의 시의 스승 구상 시인께서 내신 산문집에 〈하나의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가 있다. 온 세상이 어둡고 사악해도 내가 먼저 촛불을 켜 들고 세상을 밝히자는 논리이다. 이는 저 유명한 펄벅의 말씀을 인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둠이 짙을수록 춧불 하나의 밝음은 엄청난 조명인 것이다. 이것은 드디어 함성이 되어 술 권하는 나라를 바르게 일 권하는 나라로 변환시키고 말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