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아이들 제 역할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와줘야
10년 전 ‘나의 결혼 원정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농촌에 사는 노총각 두 명이 멀리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 신붓감을 골라 온다는 내용이다. 지금 우리 농촌 총각의 현실은 어쩌면 그 영화보다 더 심각할지 모른다. 한때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는 국제결혼 비율이 10%가 넘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제결혼의 증가는 외국 성인의 증가와 혼혈아의 증가를 동시에 가져 오게 된다. 우리 사회는 외국인과 혼혈아의 증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정부의 정책은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가?
한국인들의 배타적 속성을 얘기할 때 종종 예로 드는 것 중의 하나는, 세계에서 차이나타운이 없는 대도시는 서울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영주권자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우리와 똑같은 세금을 내고도 자신의 권익을 대변할 정치가를 뽑지 못하며 살아온 그들은 그동안 선거일이 되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필자가 IMF에 두 차례 근무하며 살았던 미국 워싱턴 일대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 대형 슈퍼마켓이 여러 곳 있다. 김치, 라면은 물론 밑반찬까지 한국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뭐든지 갖춰 놓고 판다. 그런데 고객의 절반 정도는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 또는 아시아 출신 주민들이다.
대량 포장 제품을 창고처럼 쌓아 놓고 팔던 외국계 유통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토종 유통업체의 승리라고 환영하는 이들도 있으나, 아쉬운 점은 다양성의 상실이다.
미국에서 한국 슈퍼마켓들이 늠름하게 영업하듯이, 서울에서도 여러 나라의 유통업체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면, 우리 유통업체들과 경쟁도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후생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써서 세계화의 전도사로 불리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 의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은 한국에서도 한 때 베스트 셀러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화를 통해 세계는 끊임없이 평평해 지고 있다. 평평한 세계에서 사람의 이동을, 자본과 상품의 흐름을,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태평양 건너편 나라와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세상에 아시아 이웃나라와의 경계에는 장벽을 쌓는 우리의 불합리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도 자라서 성인이 되면 우리나라의 주역이 될 것이다. 이들이 제대로 자라서 각자 자기 몫을 제대로 하게 될 때 우리나라의 국력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반면에 이들이 커서 사회의 부담이 된다면 이는 본인은 물론 나라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커서 제 몫을 할 수 있게 배려하고 돕는 일, 이는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 아니겠는가?
빨간 단풍으로 가득찬 숲이나 노란 은행잎만으로 이루어진 숲보다는 빨간 단풍과 노란 은행잎 그리고 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파란 소나무까지 어우러진 숲에서 더욱더 진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새만금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으로서 국적, 성별, 직업, 배경을 불문하고 누구나 함께 어우러져 함께 사는 ‘문화가 숨 쉬는 융합의 도시’로 가꾸는 원대한 꿈을 꾸어 본다.
△오종남 위원장은 IMF상임이사로 활동했고,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사외이사, 감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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