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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열풍과 공직가치

단기적 교육과정 개설, 특강·현지방문 등 통해 균형잡힌 공직관 확립

▲ 주낙영 지방행정연수원장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15~29세) 취업준비생 10명 가운데 4명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 자치단체의 9급 임용시험에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가 지원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과거 소위 ‘사’자가 붙는 전문직이면 무조건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리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심각한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을 반영한 현상이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변호사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우리 기준으로 볼 때 허드렛일을 많이 하고 공직에 진출하더라도 특별한 혜택이 없다. 가령 경찰에 입직할 때 똑같이 최하위 계급인 순경으로 채용되고 추후 각자의 능력에 따라 승진할 따름이다.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런 ‘공시(公試) 열풍’ 현상에 대해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유능한 인재들이 도전정신을 잃고 안정된 직장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용주인 정부 입장에서 보면 공직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정부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실제 최근에 임용된 젊은 새내기 공무원들을 보면 과거에 비해 학력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능력도 우수해서 공직사회의 앞날을 밝게 해 주고 있다.

 

그러나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랄까 일에 대한 열정, 또한 남을 배려하고 희생할 줄 아는 마음 같은 정신적인 부분은 날로 희박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무(公務)는 모든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직업군 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다는 생각보다는 나 자신 선공후사(先公後私), 멸사봉공(滅私奉公)의 마음자세와 각오가 되어 있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 지방행정연수원에서는 공직가치 교육을 특별히 강조한다. 본관 건물의 디자인부터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가 콘셉트다. 건물군을 하늘에서 조망하면 난초 형상이다. 언제 어디에 있든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존경받는 공직자가 되라는 뜻이다. 내용적으로는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 및 5급 승진자 과정에서는 헌법정신, 청렴교육 등 기반가치 교육의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고, 역사교육 시간도 과거보다 3배 이상 편성하여 올바른 공직관과 역사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실무 공무원을 대상으로 단기교육 과정을 개설하여 참여형 특강과 생생한 현지방문 등을 통해 균형잡힌 공직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집무실에서 창문 밖을 보니 변덕스러운 장마의 끝을 알리듯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고, 광석제 연못에는 푸른 연잎과 연분홍 꽃봉오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연꽃은 불가에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하여 성스럽게 여기는 꽃이다. 더러운 곳에 처해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하는 꽃, 흙탕물에서 피어났으면서도 흙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허락하지 않은 고고한 모습이 우리 공직자가 나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최근 일부 고위 공직자의 부도덕한 처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여름 태양이 뜨거울수록 빛과 향을 더하는 연꽃처럼 대다수 공직자들은 격무와 시련 속에서도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빛과 향을 발하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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