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만든 큰 함성의 힘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시민의 큰 함성 쉽게 사그라지지 않아
시민혁명이 서양의 역사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고 시민의식이 성장한 곳에서는 역사의 흐름을 바로잡기 위한 작은 힘들이 뭉쳐서 분연히 일어난다. 세계가 우리나라의 촛불집회를 보도하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평화로운 시민투쟁의 과정과 그 결말에 대한 궁금함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CNN, BBC, NHK, CCTV 등 세계 굴지의 뉴스 앵글이 부패문화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시민들에게 향해 있다. 백만이 넘는 집회의 규모에 놀라워하거나 인산인해를 이룬 속에서도 평화로운 축제의 한마당을 벌리는 광경에만 놀라워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이 짧은 기간 내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에 숨어 있는 수수께끼 같은 문화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비단 외국인들만 궁금한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사실은 알고 싶은 부분이다. 정경유착의 뿌리깊은 관행과 부패의 문화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성장했으며,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른 바 패거리문화라 하는 정치권과 재벌의 유착관계를 과연 쉽게 끊어 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패거리 조직과 의식구조가 국가를 경영하는 가장 윗선뿐만 아니라 중간 허리들 그리고 시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아래선 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과 부패의 ‘문화’가 만연했기에 ‘김영란법’도 등장하지 않았던가.
어느 국제 조사기관이 여러 나라들을 대상으로 국가이미지를 조사해 보았다. 국가의 청렴도를 물었는데, 가장 깨끗해 보이는 나라에게는 1점을 주고 부패의 정도를 숫자로 누적해 가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는 불명예스럽게도 37점을 받았다. 국가의 청렴도 이미지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한 사회 시민들 힘으로 가능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사람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법만 가지고는 더 더욱 어렵다. 오로지 시민들의 힘 즉 문화를 만들고 바꾸어가는 사람들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이것이 지난한 과정이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권력을 동원해서 금방 올라선 이들이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에 절망하기 쉽다. 이 어두움 속에서도 수천 명이나 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 그리고 촛불을 들고 결연히 일어서는 이들이 있어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의 날카로운 필력이, 가슴을 울리는 소리가, 이상향을 그리는 화폭이 그리고 마침내는 촛불의 함성이 우리로 하여금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함한희 교수는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이며 무형문화연구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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