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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쥐와 도시쥐

▲ 함한희 전북대 교수

이솝우화로 널리 알려진 시골쥐와 도시쥐는 어린 시절 누구라도 한번쯤 읽어 보았을 이야기이다. 도시에 사는 쥐가 시골로 내려와서는 먹을 것이 형편없는 것을 알고, 시골쥐를 도시로 초대한다. 도시에 오면 세상에 맛난 것은 다 먹을 수 있다고 도시쥐는 장담하고 돌아갔다. 시골쥐는 기대에 차서 도시로 갔다. 맛난 것을 먹을 수 있는 대신 각종 위험과 위기에 노출되어 근근히 살고 있는 도시쥐의 볼품없는 꼴을 보고 시골쥐는 미련없이 시골로 갔다는 이야기이다.

 

도시재생에 과거 시골문화 활용을

 

이 이야기는 물질적인 풍족을 얻는 대가로 각종 유해환경과 싸워야 하는 것 보다는 여유있는 삶이 좋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 이야기를 좀 더 확대해 보면, 시골의 넉넉한 인심, 서로를 돌보며 사는 것이 좋다는 뜻이 있다. 창고, 곳간을 드나드는 쥐와 같은 미물들도 같이 살아간다는 철학이 있었던 예전 시골의 문화가 새삼 그리워진다.

 

이런 뜻에서 인본주의가 살아있던 과거 시골문화를 도시재생 등의 사업에 활용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거꾸로 도시문화를 시골에 심으려는 정책이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시골은 인재의 산실이 되었고, 그 인재들이 정신적 지도자가 되어서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매사에 모범을 보이며 살았다. 안으로는 엄격한 규율과 협동을 강조했고 밖으로는 중재와 외교 창구가 되어 주었다. 촌의 이런 정신적 지도자들을 우리는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 도시형 리더십으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포괄적이고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시골형 리더십이 마냥 그리워진다. 엄격함과 자애, 협동과 중재로 마을에 좌정해 있던 진짜 지도자들이 소리없이 우리 곁을 다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을 통해서 실낱같은 희망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두 가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꽃다운 나이 20살 때 소록도에 와서 평생 환자들을 돌보다가, 80을 넘기고, 모국으로 돌아간 두 수녀님이 계신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뒤늦게나마 이 분들의 처지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힘을 보탠 촌의 인심이 두 번째 미담이다. 더 이상 환자들을 돌 볼 수 없으니 다른 이들에게 폐가 된다고 옷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조용히 소록도를 떠났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고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두 노인수녀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고흥군에서는 조례를 새로 만들어서 연금지급을 결정했다. 더 나아가서 이 미담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가난한 다큐멘터리 작가들에게도 지원의 손길을 뻗쳤다. 그래서 영상제작을 무사히 마쳤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동체 정신 되살려야

 

두 분을 맨손으로 돌려보냈으니, 우리가 자칫 도리를 못할 뻔 했다. 그런데, 고흥군수와 군민들은 적은 예산을 쪼개며 일조를 하였다.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에 갈채를 보낸다. 시골의 인심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도시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도 마음은 간절하지만, 선례도 없고, 예산도 없어서 그런 일을 추진할 수 없다”고 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오랫동안 소리없이 전해지는 공동체정신이 있다. 자발적이면서도 엄격한 규범과 윤리 그리고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협치를 스스로 실천했던 정신적 지도자가 그 안에 좌정하고 있었다. 오늘날처럼 계산에 능숙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느슨한 협업 수준의 정신으로 공동체는 운영되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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