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작은 실수가 평생의 고통·상처로 남아…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를
사람들은 보통 잘 해결된 일에 대해서는 쉽게 잊어버린다. 의사들도 매끄럽게 치료과정을 거쳐 호전된 환자는 대체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치료가 잘 안되거나 합병증 등이 동반되어 환자나 의사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면 오랫동안 잊지 못하게 된다. 필자는 대학병원에 30여년 근무하며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 중에서 십 수 년의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뇌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는 안타까운 환자가 더러 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칼로 눈을 찔렸다고 응급실에 왔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눈에는 날카로운 칼에 의해 발생한 아주 크고 심한 손상이 있었다. 경위가 어이없었다. 그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도 키우며 사는 청년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호박을 칼로 찍어서 손으로 들고 돼지에게 주려고 축사로 가는 중이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호박이 갈라져 땅에 떨어지면서 본인이 들고 있던 칼이 자기의 눈을 찔렀다는 것이다. 본인 손으로 자기 눈을 찌른 것이다.
호박의 무게 때문에 손목에 힘을 주고 있었고 순간에 멈추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늘 하던 일이었을 텐데 그날은 호박이 더 익었거나 이동 중에 진동이 심했을 수도 있겠다. 수술을 했지만 손상이 심해서 결국 한눈을 잃게 되었다.
군대 다녀 온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 중에 축구 말고 총기 안전수칙이라는 것이 있다. 군대 총기 안전수칙에 빈총도 총구는 언제나 하늘을 향하도록 한다. 만에 하나 훈련 후 실탄이 남아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여 발생할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칙인 것이다. 이 청년도 칼끝을 몸으로 향하지 않도록 대비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안전사고중의 하나로 지금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음은 중·고등학생인 형제간에 밥상 앞에서 싸우다 벌어진 일이다.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가 중학교 동생이 갑자기 젓가락을 던졌다. 얼굴에 던졌는지 밥상에 던졌는지 정황을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공교롭게도 젓가락이 눈에 박혔다고 병원에 왔다.
처음 진찰 시에는 상처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환자도 쉽게 치료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눈을 찌른 것이 젓가락이기 때문이었다. 젓가락에는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많이 있고, 특히 쌀밥에는 바실리우스라는 독성이 매우강한 균이 자라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었다. 눈에 독성이 강한 바실리우스 균에 감염되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수술 후 상처에서는 바실리우스 균이 검출되었다. 이 균은 독성이 아주 강하고, 항생제로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균이다. 수술을 여러 차례 했지만 결국 한눈을 잃게 되었다. 이 사고는 형에게는 한눈을 잃고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아픔을 주었고, 동생에게는 형의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속에 큰 회한을 남겼을 것이다. 한 순간만 그냥 지나갔더라면 없었을 마음의 상처 아닌가?
우리는 순간의 작은 실수가 평생의 고통을 남길만한 결과를 남기는 것을 자주 목격하고 경험한다. 특히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말할 때 실수하며, 가장 잘 하던 짓을 할 때 상처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으면서도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람의 천성일까?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살아가기는 그래서 겸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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