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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선택, 모두를 위한 수돗물

수돗물 음용환경 개선·시민 참여 등 조례 제정해 안전성과 신뢰 회복을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고 북극곰을 지키기 위해 전주시 공무원은 수돗물만 먹겠습니다” 전주시장이 환경단체 대표, 주부들과 수돗물 잔을 높이 들었다.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전주시 수돗물 이용 활성화 협약 체결 자리에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수돗물을 생산하는 사람이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믿고 마시라 하겠는가. 공공재인 수돗물 음용률은 누구나 깨끗한 물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도시의 인권지수이기도 하다. 또한 지구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1인 물 소비량 2ℓ를 기준으로 수돗물을 마실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0.33g에 불과하다. 먹는 샘물은 238g~258g로 수돗물 대비 768배, 전기를 사용하는 정수기는 501g~718g으로 수돗물에 비해 1482~ 2124배나 많다. 지구적으로 1분에 3000개, 1년에 1조 개에 이르는 플라스틱 병이 버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수돗물 음용률은 매우 중요하다. 수돗물 전국 평균 공급 값은 700원, 생수의 1000/1이다. 역삼투압식 정수기로 500ml의 물을 얻기 위해서는 3.5배인 1750ml의 물이 버려진다. 정수기의 전력사용량은 선풍기 5대를 늘 돌리고 것과 같은 양이다. 또한 중금속 정수기 논란과 세균 노출, 플라스틱 생수병의 환경호르몬 논란, 먹는 샘물 제조 공장의 수질기준 위반 사례도 많다.

 

우리나라 한해 수돗물 예산은 약 7조원에 이른다. 수도법 등 관련법과 제도를 잘 갖춰 세계 최고 수준의 수도 보급률과 품질을 자랑한다. 생수에 비해 더 엄격한 수질검사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은 5%에도 못 미친다. 끓여서 음용하는 경우를 포함하더라도 40%에도 못 미친다. 이는 미국 56%, 일본 52% 등의 직접 음용률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신 정수기와 생수의 사용이 일반화되었다. 정수기와 병입 생수 시장은 연간 2조 60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시민과 국가의 부담이 증대되고 있으며, 자원 낭비, 환경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이처럼 수돗물 음용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불신 때문이다. 정수된 물은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 한다. 하지만 내 집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오는데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물탱크와 수도관을 믿을 수 없다. 어렵게 쌓인 수돗물 안전성과 신뢰는 녹물 한방에 훅 간다. 기준치보다 10/1로 관리하는데도 가끔씩 역한 소독약 냄새가 나서 직접 마시는데 거부감이 들게 한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상수원이 녹조라떼가 되었다거나 전북도민의 상수원인 용담호 주변에 축사가 늘었다거나 하는 뉴스를 접하면 수돗물 마시기가 꺼려진다. 여전히 공공건물에서 수돗물을 이용하려면 화장실로 가야한다. 마시는 물이 아니라 씻는 물이나 청소하는 물로 느껴진다.

 

지난 물의 날 수돗물과 생수 맛 테스트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직수관에서 받은 수돗물 맛이 가장 좋았다. 낡은 관로도 많이 교체했다. 노후 아파트는 물탱크에서 주방 꼭지까지 가는 노후관로 개선 사업비 일부도 지원한다. 집집마다 최종 꼭지 수의 수질검사도 해준다. 시는 올해 안에 60곳에 직수형 수돗물 음수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시민단체와 함께 주기적으로 수질 모니터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행 법규들에 누락되어 있는 수돗물 음용 환경의 개선, 수도행정에 시민참여와 시민 인식 개선 등을 담은 조례 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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