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영화다. 50년대 전주충무로를 이뤘던 역사에 이어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이기에 하는 말이다. 전주국제영화제(JIFF)는 결코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제가 아니다. 사실 ‘국제’와 ‘필름’에 오래도록 방점을 찍어 대한민국 2강의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전주’나 ‘축제’에 방점을 두는 전주양반님들이 오래도록 잘 참아준 덕에 전주는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도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영화, 소리, 한지, 서화 그리고…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전주부성 고사동을 찾은 스타 박해일은 단정했고 하지원은 ‘길라임’ 아닌 심사위원으로 ‘가오’가 있었다. 토요일 저녁, 정우성을 보려는 젊은 여성관객들의 줄은 돔을 한 바퀴 돌 정도였다. 김지미 임권택 안성기 그리고 전주가 낳은 불세출의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이 참가한 〈비구니〉GV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무엇보다도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서늘한 사랑영화였다. 근래 개막작 중 최고의 영화를 맛본 영화신도들은 〈리틀 하버〉 〈네루다〉 등 좋은 영화에 입소문을 낸다. 영화제는 꽃심을 향해 순항중이다.
전주는 영화지만 영화가 다는 아니다. 이 동네가 인구나 도세가 한참 딸리는데 문화 수도라 하는 이유는 소리꾼도 꾼이려니와 들을 줄 아는 귀명창이 많아서이고 이 동네가 한지와 서화의 도시인 것은 감식안을 가진 양반들이 많아서이다. 여기 두 가지가 더 있다.
전북은 축구다. ‘전주성’을 키워드로 구글링하면 ‘전북현대’가 뜬다. 닥공! 닥치고 공격의 대명사 전북현대모터스는 유아독존 1강이다. 수원삼성이나 서울FC는 라이벌도 못된다. 하늘에는 한국의 즐라탄 김신욱이 있고 땅에는 다비드 실바라 불리는 이재성이 자리한다. 요즘 골맛을 못 보는 이동국은 좋은 아빠로서만도 프랜차이즈 스타다. K리그 클래식 춘추전국시대를 진즉 평정한 후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먹어버린 전북현대는 거의 국대급이다.
인구 65만 도시에서 경기장에 삼만 명을 채운다? “오오렐레∽”를 부르는 녹색전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성이 아득한 스루패스를 날릴 때 믿고 달려가면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는 김신욱의 닥공은 새로운 시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전북은 문학이다. 김용택과 안도현, 이병천을 비롯한 전북작가회의 그룹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리백이다. 최근 최고의 ‘시빨’을 보여주는 박성우와 이병초, 유강희와 문신 등 작가그룹은 최고의 스쿼드를 자랑한다. 그래서, 전북현대! 한 판 붙자. 작가 팀 감독 정양 시인은 최강희 ‘봉동 이장님’과 악수를 주고받을 것이다. 어렵겠지만 작가회의는 김용택 시인이 김신욱을 마크할 것이다.
전북은 축구와 문학이다
전북작가회의 주최 전국백일장에 즈음해서 이 게임이 열리면 뉴스마다 메인을 장식하고 월드컵 경기장이 차고 넘치리라. 전북문화의 품이 넓어지리라. 이 도전에 전북현대가 즉시 응답하지 않으면 조금 늦게 연락이 올 것으로 믿는다.
5월 20일, U-20월드컵 코리아 개막일이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전을 예약했다. 여기에 또 다른 메시와 호날두가 있을 것이기에. 이어 한국대표팀과 기니의 경기가 있다.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 백승호 이 친구들이 앞으로 박지성과 손흥민이 될 것 아니겠는가. 이날 새로 선출된 대통령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오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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