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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는 환대의 경제이다

이질적 집단과 공감하고 의무와 책임을 쌓아가면 사회적 유대가 튼튼해져

▲ 김정원 사회적 경제현장 연구자·전북대 강사

만섭과 독일인 기자 피터는 계엄군에 의해 봉쇄된 광주를 간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미션. 그러나 이들은 무사히 광주에 들어간다. 낯선 곳이다. 그 곳에서 그들은 이방인이다.

 

그런데 낯선 곳의 주민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이방인은 특정 공간에서 비동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긴장과 서스펜스의 촉매제로서 유효하다. 그런 탓에 영화나 소설에서 종종 경계의 대상이 되거나 공포를 경험하는 이들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영화 <택시운전사> 에서 이방인들은 환대의 대상이다.

 

사회적경제라는 용어가 공론장에 처음 등장을 한 2000년 즈음에 사회적경제는 실업과 빈곤을 화두로 씨름을 하던 일부 조직들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려운 용어였다. 그랬던 사회적경제가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관련한 행사도 빈번하고 각종 제도와 지원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반갑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우려도 존재한다. 그것은 사회적경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정부의 정책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자원의 동원 능력에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정부의 정책이 우리가 사회적경제라고 부르는 범주의 작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사회철학자 이마무라 히토시는 사회적경제를 ‘환대의 경제’라고 규정한다. 환대는 이방인인 만섭과 피터가 낯선 광주에 받은 대접, 바로 그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만섭이다. 뚜렷한 목적을 지녔던 피터와 달리 갑자기 낯선 곳에 던져진 만섭은 철저한 이방인이다.

 

그런 그가 계엄군의 학살과 시민들의 저항을 목도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환대를 경험하면서 시민들과 하나가 되고 변화해간 것이다.

 

그렇다. 환대는 변화를 만든다. 환대는 지난 칼럼(7월 24일자)에서 이야기한 먼저 ‘주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에게? 동질적인 집단이 아닌 이방인, 즉 이질적인 집단에게다. 경계의 대상이곤 하는 이방인을 환대한다면 이방인과의 관계는 우호적이 될 것이다. 동질적인 집단이 아닌 이질적인 집단과 공감할 수 있는 우호적인 관계야말로 오늘날 필요로 하는 진정한 관계이다. 공감하는 우호적인 관계가 쌓일수록 사회적 유대가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사적 이익을 우선시 하는 근대 사회는 원자화된 개인을 만들어내면서 등장했고, 원자화된 개인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세상의 기준은 사적 이익이 되었다.

 

사회적 유대가 튼튼해진다는 것은 이러한 현실의 대척점이 확산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마무라 히토시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사회적경제가 사회적경제인 이유는 사회적 유대를 만들어내는 시도이기 때문이 된다. 답은 여기에 있다. 사회적경제가 중요하다면 그것은 사회적 유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한다면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것은 서로 다른 이들이 공감하고 돌봐주면서 의무와 책임으로 서로를 엮는 관계이다. 실제로 사회적경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관계를 조합을 결성해서 만들어가는 활동 속에서 탄생했고 그것이 확장해가면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해 공감하고 다른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관계를 시민들이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그것을 보조하는 것이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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