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문화관광재단, 참신한 기획과 준비 / 영화시사회 초대전
‘스타리 스타리 나잇(Starry starry night)’으로 시작하는 ‘빈센트’는 반 고흐를 추모하는 노래다. 서정적 가사와 샘물 목소리로 ‘별이 빛나는 밤’을 음유한 돈 맥클린의 노래는 유튜브 조회수가 천만 회가 넘는다. 고흐의 유화 사진만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선생을 남쪽 항구도시로 나갔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밥상 위 작은 접시에 꼬막을 한 열 알쯤 올렸다. 맛있었다. ‘밥상 위에 꼬막이 고흐의 국화꽃 같은 별로 떠 있다’고, 나는 고흐처럼 편지를 썼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고흐의 터치와 예술혼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영화 <러빙 빈센트> 는 아름답다. 역작이다. 손과 입술만 까딱거리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달리 애니를 유화로 그렸기 때문에. ‘까마귀가 나는 보리밭’의 붓감은 속된말로, ‘죽인다’. 러빙>
전북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이 ‘시간여행-영화로 보는 미술 시대문화’란 이름으로 마련한 <러빙 빈센트> 시사회에 게스트로 나갔다. 고사동 CGV 한 관이 꽉 찼다. 게스트로 참여한 옆 자리 젊은 감독은 ‘에너지가 생긴다. 시나리오를 죽어라 쓰겠다’는 멘트를 날렸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 차례가 오자 휴지(休止)가 없고 시나리오가 정교하지 못하다고 괜한 트집을 잡다가 별모양 꼬막을 이야기했다. 러빙>
그림이 시처럼 펼쳐진 이런 영화 두 번 다시 안 나올 것이다. 고흐의 화풍을 살아 움직이게 표현한 지극정성의 그림에 떼를 쓰고 돌아오는 길, 고흐에게 미안했다. 뭐, 평론가가 맡은 역할이 악역이어서 최소한의 각본상 그렇게 말한 것이었지만.
재단이 또 한편의 영화와 감독을 초대한다. <올드 마린보이> !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자연 다큐멘터리다. 아니 가족영화다. <러빙 빈센트> 는 감독이 올 수 없어 평론가와 예술가들이 게스트를 했지만 이 영화에는 감독이 전주와 익산에서 GV(관객과의 대화)를 한다. 러빙> 님아> 올드>
‘머구리’의 거친 호흡소리를 들으시라. 짠해진다. 극한 직업 잠수부 아버지는 사선을 넘어 남한 땅에 정착했다. 인맥도 학맥도 없이 강원도 고성에 자리 잡은 그에게 두려운 것은 태풍이나 잠수병이 아니다. 가족이 먹을 쌀이 떨어지는 것. 60킬로그램의 잠수복을 입고 물밑 30미터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몸 하나로 살아가는 이 사람, 시인이다.
팩트 체크라기보다 비하인드 뉴스 한 조각을 소개한다. 이런 영화가 걸리기 전까지의 물밑 과정 말이다. <러빙 빈센트> 는 재단이 ‘별별궁리’란 이름으로 한 청년의 문화기획 프로젝트에 응한 것. <올드 마린보이> 상영은 재단과 전주영상위가 영화가치가 아까워 기획한 초대전이다. 감독참여 타진, 영화관 확보, 배급사 연락, 홍보 포스터 디자인, 모듈레이터 초청 등 일련의 기획과정은 보통 오십 통 이상의 전화연락이 필요하다. 올드> 러빙>
지난 토요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익산연탄축제의 기획 역시 재단에서 아이디어를 낸 청년에게 상을 주고 익산시와 익산문화재단이 받아들인 확장성의 결과다. 재단, 밥값 했다. 아 참! <올드 마린보이> 는 13일 저녁 7시 익산공공미디어센터에서 상영되고, 14일 전주상영회는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다. 무료, 선착순입장이다. 놓치지 마시라. 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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