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관료들 빼고 구조조정 전문가 초빙
전략적 지분 투자 검토
2008년 미국 GM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때 경제부처 관리들에게 맡기지 않고 금융시장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특별대책반(TF)을 만들었다. 시장의 전문가들이 만든 GM 회생 방안을 나침반으로 삼아 오바마는 GM을 살려냈다.
지금 정부에 군산 GM 문제의 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 따로, 산자부 따로, 산업은행 따로, 금융위 따로, 청와대 따로, 도대체 컨트롤 타워가 어디인지 혼란스럽다. 일사불란한 대책반이 가동돼야 믿고 기다릴 수 있을 터인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군산 GM 폐쇄 발표를 정부가 언제 알았는지 불분명하다. 설 명절 전전날 GM은 뒤통수 치듯 군산공장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회에 나와 언제 보고받았는지 묻는 의원들의 추궁에 발표 전날 밤 보고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언제 알았다는 말인가.
사실 GM은 지난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나흘 전인 2월 9일 이사회를 열어 군산 폐쇄를 결정했다. 이사진 10명 가운데 3명은 산업은행이 파견한 한국 측 이사였다. 그들은 기권했다. 그들이 강력하게 반대했다면 그리고 즉각적인 보고체계가 작동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민주평화당은 산은 측의 직무유기와 배임 혐의에 대해 고발 절차를 밟고 있다.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GM 본사는 이미 군산공장을 포기했다. 우리 정부 역시 사실상 군산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본사는 2조7천억 원의 본사 부채를 출자로 전환해줄 테니 한국 정부(산업은행)가 지분 17% 만큼에 해당하는 5천억 원을 새로 출자해달라고 요구한다. 미국이 출자로 전환해주겠다는 돈은 장부상 숫자일 뿐 새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거기 더해 운영비 1조 원을 지원해줄 것과 명예퇴직 인원들의 퇴직금 5000억도 부담해달라고 요구한다. 완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정부가 그 돈을 다 댄다고 해도 군산공장이 재가동 되는 것도 아니고 겨우 부평과 창원공장에 대해 몇 년간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따름이다.
대우조선을 살리느라 그동안 8조 원의 국민 세금을 부었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한국지엠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 돈으로 미국 GM의 주식을 사서 전략적 투자자가 되고 미국 GM의 세계 생산 판매 전략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발상의 전환을 하자고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한국 지엠을 연명하기 위한 돈의 1/3에 해당하는 1조 원의 투자기금(펀드)을 산은이 조성하고 국내외 민간 투자자들을 참여시켜 3조 원 규모로 투자하면 미국 GM의 2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다.
GM은 지난 수년간 호주 스웨덴 러시아 영국 독일 등에서 철수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 해외 사업은 모두 정리하고 있다. 대신 미국과 중국 양대 시장을 목표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핵심 경쟁력은 배터리와 반도체 통신장비 기술에 있다. 한국은 이 세 가지 분야에서 강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대신 GM의 2대 주주로 등극하고, GM의 미래 생존전략으로 군산공장을 전기차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도록 견인하는 것이 유일한 회생 방안이라고 믿는다.
오바마처럼 팀을 짜야 한다. 오바마는 GM 부실에 책임이 있는 금융기관, 정부 관료들을 빼고 시장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을 불러서 TF를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시장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TF를 만들어서 민주평화당이 제안한 전략적 지분 투자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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