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새로운 시작
지난 6월 12일, 북미간 정상회담이 열렸다. ‘세기의 만남’이라는 표현처럼 전 지구촌의 이목이 회담장에 쏠렸다.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한 배경을 두고 긴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양국의 정상이 악수를 나눴다. 약 12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눈앞에 두고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던 북한이었고, ‘꼬마 로켓맨’이라는 비아냥과 핵단추를 운운해가며 강력한 군사적 대응이라는 엄포를 놓던 당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담을 불과 보름 남겨둔 시점에서 돌연 취소를 선언했다가 다시 재개했던 두 정상의 모습은 뒷배경의 양국 국기처럼 서로 다른듯하면서도 닮았다.
때 마침 국무회의를 앞두고, 이 역사적인 만남을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그는 이미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과연 그와 우리 모두의 바람대로 지난 65년간의 휴전을 끝낼 종전선언이 나오고, 마침내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올 것인가. 문득 떠오르는 노래 한 곡이 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양희은의 목소리로도 잘 알려진 노래, ‘작은 연못’이다. 작사와 작곡은 이제는 뮤지컬 제작,연출자이면서 작은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기다. 70~80년대를 지내온 세대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젊은 세대들에겐 혹시나 故 노무현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유명해진 ‘상록수’나 ‘아침이슬’이 그의 곡이라는 설명이 더 편할듯하다. 노래의 곡조는 서정적이면서도 슬프고, 가사는 동화나 전설의 한 토막처럼 단순하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그 무게가 섬뜩할 정도로 무겁게도 들린다. 험한 시절에 금지곡 처분을 받기도 했던 사연을 두고 뒷이야기들이 무성했다. 김대중을 죽이려 했던 박정희를 비꼬았다는 말도 있었고,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은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소문들이야 어찌됐던 적대적인 갈등과 경쟁을 넘어서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다시 듣는 이 노래는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굵고 묵직하게 울린다. 한 마리가 죽으면, 썩어 들어간 살과 물 때문에 나머지 한 마리도 죽게 되고, 결국 연못마저도 죽는다.
△공존과 상생,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
자연의 질서와 인간 사회의 현상을 하나의 잣대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로 나라의 흥망성쇠를 비유하기도 하고, 달이 차고 기울거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으로 사람의 운명과 인생을 노래하기도 했다. 비단 시인이나 예술가들만이 아니다. ‘물의 철학’이라고도 불리는 도덕경이나 ‘변화의 철학’으로 알려진 주역은 오늘날에도 심오한 철학서로 읽히고 있다.
지난 세기 크게 유행했던 적자생존과 약육강식 그리고 피부색이나 혈통으로 인종이나 민족을 구분하여, 우열을 가르고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략을 정당화했던 사상조류들도 있었다. ‘사회진화론’이나 ‘우생학’이 대표적인 경우다. 허버트 스펜서는 19세기 찰스 다윈의 생물진화론을 사회의 변화와 모습을 해석하는데 적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물진화론처럼, 사회도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사회진화론은 영국과 독일,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 널리 유행하였고, 제국주의와 소수 자본가의 독점, 나치즘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나라와 나라, 개인과 개인의 다툼과 경쟁은 적자로 선택받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미 청산해야할 지난 세기의 잔재로 비판받고 있다.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이론이 사회생태주의(Social ecology)다. 1964년에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이 주장한 사회-경제-환경 철학이다. 그는 사회 구조면에서 인간을 억압하는 권위의 종식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의식의 문제를 연계시켜서 설명한다. 즉 다양한 계급, 계층 간 사회적 통합문제와 무자비한 자원착취와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가 하나의 원리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대립적인 갈등의 영역으로 이해되는 경제와 환경, 개발과 보전의 문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다. 이런 측면에서 급진적인 생태주의나 환경론자들의 주장과도 구분된다. 사회생태주의는 최종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매력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지난 주 21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 목표(K-SDGs; Korea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국민대토론회가 환경부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주관으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장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약 450여명의 참가자들이 원탁의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이미 UN에서 합의된 17개 주제의 목표와 지표설계를 준비해온 작업반들의 중간발표와 농민과 여성, 이주민과 청년 그룹 등 다양한 이해집단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자리였다.
비록 북미간 정상회담이나 월드컵 축구경기만큼 세상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회의장에는 올해 말까지 2030년까지 한반도의 미래비전에 맞춘 세부목표와 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고민과 열기가 가득했다. 공존과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어가려는 노력들이 영글어가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15.9월 제70회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빈곤과 기아 종식, 성평등 등 17개로 집약된 인류 공동의 목표(169개 세부목표·232개 지표 로 구성)
-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No one will be left behind)”는 비전 아래, 인류의 삶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함
△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Korea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기틀 하에 우 리나라 특성에 맞게 국가균형발전, 남북 간 평화, 저출산고령화 대비 등을 포함 한 2030 사회발전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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