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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전주 ‘책방’ 골목을 가다

새내기 대학생이었을 때, 전공 강의를 수강하면서 이 길은 아니라는 깨달음과 함께 수강을 취소했다. 그리고 그 결단과 함께 손에 든 전공 서적은 쓰임새를 잃었다.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책이란 기껏 종이뭉치에 지나지 않는 법, 그렇게 전공서적은 귀하신 몸에서 종이뭉치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그 종이뭉치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 거금 4만 원 들인 전공 서적을 폐지 취급하기에는 주머니가 너무 가벼웠다. 그때 처음으로 전주 동문거리의 책방을 찾았다. 누군가의 종이뭉치를 모아 다른 이의 책으로 만들어 주는 이곳은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꽤 유명한 노다지요 동시에 책을 팔려는 사람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구원자였다. 그 구원자가 내게도 임하길 기대하며 전에 추천받은 책방에 들러 전공 서적을 내보일 때, 책방 주인아저씨가 무심결에 남긴 한마디가 꽤 아프게 다가왔다. 학생, 책이 정말 깨끗하네? 가게 주인의 말이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 말은 아니었겠지만, 자격지심으로 인한 창피함과 패배감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래도 깨끗한 만큼 좋은 값을 치러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해보지만 주인아저씨의 민머리 옆으로 보이는 책장에서 내가 들고 온 책과 똑같은 책을 보게 되면서 기대는 사라지고. 결국 동문거리 책방에서의 첫 거래는 손에 있던 두꺼운 책이 2000원으로 바뀌면서 그렇게 끝났다. 동문의 헌책방은 그런 곳이었다. △책방골목의 시작 그리고 지금 경원동 풍년제과 본점에서 한옥마을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동문거리를 마주한다. 옛 향취가 고르게 묻어나오는 이 거리는 전주사람들에게 홍지서림 골목으로 더 유명하다. 80년대 홍지서림이 뿌리를 내린 자리에 헌책방이 뒤이어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이곳은 전북을 대표하는 책방골목이 됐다. 전성기 때는 30여 곳에 이르는 헌책방이 자리 잡고 있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도 10여 곳의 책방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줄줄이 폐업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딱 두 곳만이 남아 책방골목이라 부르기도 무색한 지경이 됐다. 길을 찾아주던 동문거리의 헌책방이 지금은 자신의 길을 잃은 것일까? 누군가에겐 추억이고 누군가에겐 역사였던 이곳의 헌책 냄새가 이제 조금씩 그 자리를 떠나가고 있다. 옛날에는 정말 많았었지.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문닫고, 나가고 책방골목의 화려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서점주인 A씨는 골목이 생기를 잃어가는 오늘이 아쉽기만 하다. 문을 닫아가는 책방과 줄어드는 손님,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예전과 달리 젊은이들이 헌책방을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이곳을 찾던 청춘의 발길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옛날에는 참고서나 서적을 구하는 학생들이 많이 왔었죠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없어요 대부분 손님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죠. 이 거리에는 전주시에서 지정한 전주미래유산임을 증명하는 명판이 2개 달려있다. 전주의 어제가 만들어진 장소이며 동시에 오늘로 이어진 역사가 내일까지 존속해야 할 장소라는 의미다. 하지만 젊은이의 발길이 자취를 감추는 곳은 미래로 갈 길이 끊긴 단절된 장소일 뿐. 책방주인의 한 마디는 이 거리의 현 상황을 상징하는 듯했다. △아직 그 자리를 지키는 일신서림 꽤 오랫동안 첫째 집으로 불렸던 일신서림은 옛날 모습으로 남아있다. 당기시오라고 써진 문을 무심코 밀어서 열 때 들리는 그 소리가 여전하고 문 옆에 쌓여있는 철 지난 고등학교 참고서도 그대로다. 찾아오는 손님을 반기는 모든 풍경은 변함이 없지만, 예전 같은 인기척과 호기심은 사라졌다. 대신 한산하고 쓸쓸한 분위기, 그리고 인기척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라디오 소리가 차분함을 남기고 있다. 헌책방이 쇠퇴하고 있지만 일신서림에는 아직 2~3만 권의 서적이 남아있다. 참고서, 소설책, 전공 서적에서부터 관상, 풍수지리서에 이르기까지 손때 묻은 다양한 서적이 세월을 머금으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다양한 책 중에서도 그럴듯하고 매력있는 책은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중에 하나가 영어원서다. 이곳에서 구하는 영어원서는 여러모로 완벽했다. 새 책을 파는 서점에서는 아예 원서를 취급하지 않거나 혹은 해외 배송료 때문에 구매하기 어려웠지만, 이곳에는 늘 원서가 있었다. 시기를 잘 맞추면 앵무새 죽이기, 시간여행자의 아내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베스트셀러를 구할 수 있음은 물론 16달러짜리 책을 4000원에, 7달러짜리 책을 2000원에 파는 등 가격도 저렴했다. 그 저렴한 가격에 넘어가 좋은 원사가 보일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책을 사기도 했고 허세가 가득했던 시절에는 나 이정도로 교양 있는 사람이다는 의미로 책을 사서 책장에 고이 모셔두기도 했다. 물론 읽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일신서림에 이번에는 해리포터 원서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포터 세트를 생일선물로 받는 때도 있었는데, 다음번에 찾아올 때는 또 누구의 어떤 추억을 보게 될까? 또 다른 양서를 접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지만, 한편으로는 30년째 일신서림을 운영하고 있는 기용석(65) 사장의 한마디가 무겁게만 다가온다. 손님도 옛날만큼 오지 않고 책방을 따로 물려주거나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요. 내가 그만두게 되면 문 닫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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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09 17:57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민주적인 학교문화 정착을 위한 학교자치

지난 8월 전라북도 교육청(이하 교육청)이 학교자치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교육청의 학교자치조례 제정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공포했으나 교육부가 제기한 조례안 무효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서 대법원은 전북학교자치조례에 대해 상위법령 위반이라며 무효판결을 내렸다. 이에 교육청이 일부 수정하여 다시 학교자치조례안을 마련한 것이다. 학교자치조례안의 1조를 보면 전라북도 학교 교육의 주체들에게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 공동체 실현과 건강한 배움과 성장의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과거에 비해 학교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구조적으로 학교장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며, 교장의 성향에 따라 학교의 운영방식은 많이 달라지는 모습 역시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자치를 법률로 규정해 교육 주체들이 학교 운영을 위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 교육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 배려로 만들어가는 학교자치 임실에 있는 대리초등학교(이하 대리초)는 교육 주체들이 각각의 활동을 통해서 자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리초는 학생 수 급감으로 폐교위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학생을 중심에 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그를 극복하고, 슬로우 스쿨(천천히 기다려주기)이라는 운영방식으로 학교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다모임)는 상호협력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학교 철학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다모임은 다른 학교의 일반적인 학생회와는 다른 운영방식으로 올해 9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다른 학교의 경우 학생회의 자치활동은 학교나 학부모의 영향력이 미치고 학생들의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대리초의 경우는 순수하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이뤄진다. 학교는 다모임의 역할에 대해 철저하게 존중하고 학생들의 요구와 필요에 지원과 지지를 하고 있다. 대리초 교사와 학부모는 매년 12월에 1박 2일 교육과정 워크숍을 진행한다. 가족 캠프처럼 진행되는 워크숍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하고 다음 연도를 준비하는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 교사와 학부모들은 상호 간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학부모회에서는 자체 설문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학교 교육과정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교사회는 학교 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위해 사안이 생기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조정을 통해 사안을 해결하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러한 학교의 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해 관리자들은 보다 적극 지원하고 있고, 교육 주체들은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리초 한 교사는 학교자치의 핵심은 학생들이 자발성과 협력을 통해 민주시민이 되어가는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가 따로 자치가 아닌 학생을 중심에 둔 협력 가능한 자치활동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교사회와 학부모회는 학생자치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결국 학교 자치를 제대로 살리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 주체들의 의지와 상호존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교육 주체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과 지지 또한 필요하다. △ 교육 주체 간 갈등 상황도 간과해선 안 돼 반면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불협화음으로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원 세 명이 올해 9월 1일 자로 전보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세종시교육청 유초등 교육공무원 인사 관리원칙 제34조(비정기 전보)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기타 물의 야기 또는 사고로 전보를 필요로하는 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 언론에 의하면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한 해당 학교 교직원 회의 규약을 두고 관리자와 교사와의 갈등을 그 사유로 들고 있다. 그 교직원 회의 규약에서는 학교의 모든 의사결정은 교직원 회의에서 결정하며, 그 결과도 역시 지키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규약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가 이 학교에서 교감과 일부 부장교사들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부장교사 직을 맡고 있던 해당 교사들은 부장교사 직무거부를 했으며 여름방학 일주일여를 앞두고 병가를 냈다. 이에 시 교육청은 해당 교사들과 교감에게 전보 발령을 냈다. 교사들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일으키고, 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이며, 교감은 교장 대행 관리자로서 복무지도 감독에 그 소홀함을 적용한 것이다. 위 사례는 하나의 학교 규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교 공동체가 흔들린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부장교사와 교감, 교육청은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생각은 어떨지 자못 궁금해진다. 가장 중요한 학생의 입장은 그 누구도 대변한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임교사가 많았던 신설학교이고 교장의 공석이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견을 모아가는 민주적인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있어서 합의를 이뤄가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 충분한 논의와 협의 과정 필요 현재 학교현장의 운영과정에서 이전보다 민주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는 하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쉽게 이야기하기는 것 또한 아직은 쉽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그러하기에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 과정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모두가 이해할 만한 근거와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언제나 학생들을 중심에 둔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교 구성원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학교자치의 실현은 가까워지며, 또한 이는 학생을 모든 사고의 중심에 두었는지를 검증하는 것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학교자치는 교육자치의 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파종부터 물과 햇빛 등 그 관리에서도 많은 조건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는 학교자치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학교자치조례라는 소중한 씨앗이 충분히 그 싹부터 틔우기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전라북도교육청 역시 학교자치조례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밀하고 면밀한 접근을 통해 학교자치가 학교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자치가 진심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면, 학교자치조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학교자치가 이뤄지기 위한 선행과정을 전라북도교육청이 먼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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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02 19:38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폭염이 남기고 간 교훈

△기록적인 폭염 폭염이 지나갔다. 정말 징글징글한 더위였다. 올해 6~8월 한낮의 기온이 33도를 넘는 여름철 전국 폭염일수는 평균 31.4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평년보다 9.8일 많았고, 1973년 기상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고 기록이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도 17.7일로 평년보다 3배나 늘었다. 뿐만 아니다. 이번 폭염의 신기록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1일 오후 1시 36분.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공식 관측소의 최고 낮 기온이 39.6도를 기록했다. 서울 기상관측을 시작한 111년만의 최고 기온이었다. 같은 날 오후 2시 40분 즈음 강원도 홍천 관측소 기록은 40.6도로 역대 최고치가 확인됐다. 한반도만이 아니었다. 연일 40도를 육박했던 일본에서는 더위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온열환자의 발생과 사망자의 속출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지구촌을 펄펄 끓게 만들었던 이상기후는 북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대륙도 가만두지 않았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한낮 기온이 47도까지 치솟았고, 캐나다 토론토는 30도가 넘는 날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린란드의 만년설과 북극의 절대 빙하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제트기류가 약화된 결과로 고기압이 한곳에서 장기간 머물고 있다는 기상학자의 설명은 지난 겨울 한반도를 덮쳤던 한파의 원인과도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 또한 얼마 전 인터뷰를 가진 이회성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은 100년 만의 폭염이 내년에도 또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선선한 가을 저녁 바람에 지나가버린 폭염의 기억을 털어버리기에 찜찜한 소식들이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릴까 싶었는데, 벌써부터 닥쳐올 한파와 또 다시 반복될 무더위가 걱정이다. 정부에서도 거론했던 바, 폭염의 정체는 자연재해가 분명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인정한대로 이번 폭염은 인류가 불러온 재앙이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역시 사회적인 문제다. 따라서 폭염 문제를 접근하는 예방과 피해대책은 하늘을 원망한다거나 나라님을 탓할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폭염 사회 지난 7월말, 환경부는 범정부적으로 폭염 대응 대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지원을 위해 전국 시군구 기초지자체별로 8월 폭염 취약성 지수를 분석해 공개했다. 폭염 취약성 지수는 기후노출도, 민감도, 적응능력을 바탕으로 폭염에 대응하는 능력의 상대적인 차이를 0~1 사이로 표준화한 값이다. 기후노출은 기상청에서 제공한 1개월 기상 전망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됐으며,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발생 및 대응 취약성 정도를 기초지자체별로 상대 평가해 지수화 했다. 지수의 분석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방법론에 기초하되, 장기 기후 전망이 아닌 1개월 기상전망을 활용하여 시범적으로 분석됐다. 폭염 취약성 지수에는 총 인구 수, 65세 이상 인구, 5세 미만 영유아 인구 등 폭염 취약계층이 우선 고려됐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세 부문 모두에서 전라북도의 취약성 지수가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총 인구 수 대상 폭염지수에서는 전주시 완산구와 덕진구, 익산시, 군산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주시 완산구의 지수값이 0.61로 가장 높았다. 평균 온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당 소방서 인력 등 기후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적응 능력 또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65세 이상 인구 대상 폭염지수의 경우, 기후노출 값과 65세 인구 비율이 높은 고창군, 김제시, 정읍시가 상대적으로 폭염 취약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5세 미만 영유아 인구 대상 폭염지수 또한 전주시 덕진구, 군산시, 완주군, 전주시 완산구, 부산광역시 기장군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라북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전국의 모든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결과였다. 이 지수는 아직 시범분석 단계이고 지역별 폭염피해 예측이나 대응역량을 정확히 계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특정 지역의 취약성이 집중되어있는 결과치 공개에 상당한 부담이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자료 공개 배경에는 폭염에 대한 피해확산을 막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폭염대응 지원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무엇보다 지자체들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폭염의 경고, 에너지 전환이 답 우리 사회가 이번 폭염의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으로 보인다. 비록 폭염 예방 수칙을 발표하고, 피해보상과 전기요금 인하를 서둘렀다지만 정부의 역할과 대책이 미흡하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얼마 전 수정,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대해 너무 가혹하다는 산업계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전력수급 걱정을 운운하며 기승전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희망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은 움직임도 있었다. 지역에너지 전환운동이다. 특히 지난 4월에 출범한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는 지난 지방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과 지역에너지전환 약속을 받아내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광역지자체 8명, 기초지자체장 23명이 당선됐다.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는 1백만 가구 미니태양광 설치사업으로 에너지를 쓰는 도시에서 생산하는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남의 경우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갈 계획이다. 광주와 강원, 그리고 대구는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산단 계획을, 그리고 울산은 원자력해체종합연구센터 설립을 각각 내세웠다. 아직 구체성이 부족해서 취임 후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할 숙제가 남겨져 있지만,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고려할 때 전망은 밝아 보인다. 우리 지역에도 에너지 자립마을이며,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 건립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사례들이 없지 않다. 소중한 노력과 성과들이 몇몇 활동가들만의 헌신으로 묻히지 않고, 사회적 담론으로 자라나고, 지방 정부의 현실적 정책으로 꽃피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폭염과 이상기후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기상이변, 사막화, 해수면 상승, 자연생태계 변화, 질병 등 지구온난화가 불러오는 위험을 경고하고 이산화탄소 방출량 규제 등이 해법이라는 이야기는 초등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2006년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비롯하여 수많은 대중매체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리는 노력들을 해왔고, <교토의정서>나 <파리협정>과 같은 국제적 협약들도 제법 익숙한 시사용어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번 폭염의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비록 폭염 예방 수칙을 발표하고, 피해보상과 전기요금 인하를 서둘렀다지만 정부의 역할과 대책이 미흡하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6위라는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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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8 19:33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일상의 기록과 기억을 담는 마을미디어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기록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2018 전주독서대전이 열린다. 이번 행사기간에 마을라디오도 함께할 예정이다. 혁신FM, 평화동 마을신문 꽃밭정이라디오, 소리톡톡 FM, 꼬뮤니티 등 전주지역에서 활동 중인 여러 마을라디오와 활동가들이 참여해 책과 함께 일상의 기록과 기억을 담아낼 예정이다. 방송은 독서대전이 열리는 기간 중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단위로 진행된다. 스튜디오는 전주한벽문화관 광장에 마련된다. 방송은 현장과 페이스북 라이브로 송출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방송의 기획과 진행에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가 함께 하고 있다. 라디오는 음악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기록과 기억의 매체이기도 하다. 특히 마을라디오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서 시민들의 기억과 일상을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록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 마을라디오가 함께하는 것은 멋진 조합이다. 그러나 마을라디오가 참여하는 것이 기록의 매체가 책에서 라디오로 확장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록의 주체가 확장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세계 각국, 우리나라의 기록과 기억의 매체 영국의 리스닝프로젝트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할 수 있다. 주제나 이야기 방식을 불문하고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영국 전역에서 1,000개 이상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성파일로 담아내고, BBC라디오를 통해 방송을 하고 있다. BBC4와 영국국립도서관 인터넷웹사이트에서 다시 듣기가 가능하다. 보통사람들의 세세한 생각과 경험을 담은 대화는 후손들을 위해 대영도서관의 소리도서관에 영구 보존 된다. 이 리스닝 프로젝트는 기존의 구전 역사 녹취가 노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하는 인터뷰로 구성된 것과 달리 오늘날 영국에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스토리코어는 2003년부터 시작되어 약 8만여 명으로부터 4만 건에 이르는 인터뷰를 구술채록, 보존해오고 있다. 구술채록 방법은 구술자가 방문하거나 구술자에게 방문하는 방법, 장비를 대여하거나 구술자가 자체 제작하는 방법 등 이용자편의에 맞게 이뤄진다. 이렇게 확보된 구술기록은 미국공영방송 NPR을 통해 방송된다. 공식웹사이트, 팟캐스트 등을 통해 온라인 이용도 가능하다. 또 미국 의회 도서관에 보내져 역사의 일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이 발간한 책 고마워요, 엄마가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다.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은 스토리코어 인터뷰 중 하나를 선정해 방송했는데, 폭발적인 인기에 방송 빈도를 일주일에 1회로 늘렸다. 특히 팟캐스트로 내려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메모리인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메모리인 서울은 한국판 스토리코어이다. 메모리인 서울은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목소리로 기록하고, 수집된 이야기를 통해 전시, 공연, 웹툰, 팟캐스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기억수집가가 중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비롯한 소소한 개인사에서 삼풍참사라는 아품의 기억을 기록해 공유한다. 기억수집가가 직접 찾아가거나, 서울도서관 메모리스튜디오로 가면 목소리로 기억을 남길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발전 속에서 무심히 흘려보냈던 기억으로서의 역사가 재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개인의 기억이라는 사적 영역이 역사적 기록이라는 공적 영역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좀더 일상적인 마을미디어 마을미디어는 좀 더 일상적인 기록 매체다. 그래서 일상의 기록과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매개체로서 마을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신문의 기사는 주민자치, 지역 동호회, 이벤트, 구성원의 대소사 등 마을공동체의 일상적인 기록이 담겨지고 있고, 이는 일상의 아카이브, 공동체의 아카이브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마을라디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마을의 이야기가 구술화 되어 기록으로 담겨진다. 특히 라디오는 구술성이 강한 매체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담아 낼 수 있다. 서울 창신동 마을라디오 <덤>은 창신동의 봉제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라디오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덤>의 라디오방송국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에 활용되기도 했다. 동작구 마을라디오 <동작FM>은 라디오방송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동작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방송인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방송분을 정리해 책으로 읽는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를 발간했다. 이 방송은 현재 132회까지 방송되었다. 동작 FM의 양승렬 대표는 책은 이후 도서관, 학교, 관공서에 보내져서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했는데, 책을 보신 후 몰랐던 다양한 동네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과,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며, 올해 2번째 책을 준비 중에 있고, 동작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람책방이라는 프로그램도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책방은 현재 160회까지 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라디오를 통한 새로운 관계 라디오를 통한 기억과 기록은 관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번 북 라디오 기획을 맡고 있는 고영준 마을라디오 교육활동가는 마을라디오에서의 기록은 마을미디어의 주체인 주민들이 기록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 간 공동체간의 관계 맺기를 가져온다면서, 이러한 지역의 관심과 주민들의 관계 맺기는 지난 시간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기억은 또한 치유의 기능도 한다. 자신의 역사, 가족사의 기록화를 마을공동체 내에서 진행하고, 이 기록을 공동체 구성원 간에 아카이브로써 공유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상실감과 심적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구술사 인터뷰 및 기록화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구술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던 억압과 고통 그리고 트라우마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는 이는 물론이고 듣는 이까지, 기록의 생산자는 물론이고 기록을 활용하는 사람까지, 기록을 매개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직간접 치유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한다. 다시 독서 대전 BOOK 라디오로 돌아가 보자. 이번 전주독서대전의 북라디오 역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과 기록은 우리가 전주라는 도시를 기록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이번 독서대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라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듣고, 자신의 기억을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듣고 싶다. 여러분의 전주의 기억은 무엇인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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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1 19:27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혼밥’, 외로움에서 자유로 의미를 바꿔가다

2년 차 직장인 A씨는 종종 점심때 혼밥(홀로 밥을 먹음)을 즐긴다. 직업의 특성상 고객과 입씨름 할 일이 많은 A씨는 점심을 먹을 때 만큼은 눈치 볼 필요가 없는 편안한 시간을 만들고 싶어 몇 달 전부터 혼밥을 즐기기 시작했다. 식사도 사회생활의 일종인 만큼 자주 혼밥 기회를 가지지는 못하지만 가끔 가지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즐겁다. A씨는 일할 때는 고객 눈치, 상사 눈치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밥 먹는 시간도 그렇게 보내니 미칠 것 같다면서 가끔 혼밥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밥을 먹을 때는 당연히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 아래에서 혼밥은 외로움, 쓸쓸함과 같은 의미로만 쓰였다. 하지만 식사시간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쓰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혼밥은 쓸쓸함의 동의어에서 자유의 동의어로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비주류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던 혼밥문화가 이제는 오히려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혼밥러가 식당을 바꾸다 다양한 가격대와 여러 종류의 음식을 찾을 수 있는 대학가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의 하나가 도시락 전문점이다. 동시에 혼밥을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곳도 도시락 전문점이다. 넉넉지 않은 20대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식단을 갖춘 이곳에는 식사시간만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구름같이 몰려든다. 종종 두 세 명씩 무리를 지어 몰려드는 손님들이 보일 때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대부분 손님은 혼밥러(혼밥하는 사람을 뜻함)이다. 점심이 시작하는 정오부터 점심이 끝나가는 오후 2시에 이르기까지 매장에는 언제나 약 2~3명 가량의 혼밥러들이 가벼운 식사를 즐긴다. 도시락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지은 씨(20)는 혼밥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함을 얘기한다. 하루에 250인분에서 300인분 정도가 나가요. 그중에 단체주문을 제외하면 거의 다 혼밥이에요. 비중으로 따지면 대략 80% 정도는 될 거에요. 도시락의 가성비가 좋아서 방학 중에도 특별히 판매량이 줄어드는 일도 없죠. 도시락이 아닌 일반음식을 취급하는 곳 중에서는 아예 혼밥환영이라는 표지판을 걸어 놓은 곳도 보인다. 부대찌개를 판매하는 한 식당은 혼밥환영이라는 표지판을 걸어 놓은 것은 물론 식단도 혼밥러를 타깃으로 맞췄다. 원래 2~3인 단체 손님을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 부대찌개의 정석이지만 이곳은 1인분씩 뚝배기에 나눠서 파는 방식으로 문턱을 낮췄다. 그 결과 매출의 큰 부분이 혼밥에서 나오고 있다. 식당 단골 B씨는 전문음식점이 혼밥을 고려해 주는 것에 만족을 표한다. 찌개 잘하는 곳은 대부분 혼밥하기 어려운 곳인데 여기는 혼밥에 맞춰 찌개를 만들어줘요. 가볍게 먹기에 부담이 없고 또 분식점 같은 곳에서 먹는 찌개보다 맛도 깊어요. 혼밥 식당은 대학가를 벗어난 곳에도 이어진다. 객사 인근에 자리 잡은 한 식당은 혼밥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마주보기 위해 만든 4인용 탁자를 대신해 폭이 좁고 기다란 탁자를 놓고 거기에 칸막이를 설치해 1인용 식사공간을 만들었다. 식당 한쪽에 만들어 놓은 소소한 공간이지만 아직 시선을 의식하는 혼밥러들에게는 꽤 쓸만한 공간이다. 모 식당 서민호 대표(38)는 상가 쪽에서는 혼밥이 그렇게 낯선 일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상가 쪽에서 일할 때 약속을 잡고 밥을 먹기가 어렵죠. 그래서 주변 상가에 계시는 분들이 오셔서 혼밥을 즐기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 중에 혼밥코너에서 식사하시는 분들도 조금 있어요. △혼밥, 어떻게 봐야할까? 건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C씨는 자신을 프로 혼밥러라 평한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일상이 불규칙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점심 약속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때 처음 혼밥을 하게 됐는데 그러던 것이 어느덧 혼밥의 최고 난이도라 불리는 고깃집에서도 거리낌 없이 혼밥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자신의 혼밥 경험을 꺼낼 때 C씨는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시작하는 혼밥 등급론을 설파하며 고깃집 혼밥에 익숙해지는 노하우까지 전수했다. C씨는 초보자가 고깃집 혼밥을 시도할 때는 칸막이가 있는 고깃집에서 시작하고 차차 칸막이가 없는 곳으로 나오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충분한 경험을 쌓은 프로 혼밥러 C씨지만 여전히 딱 한 곳 만큼은 밥 먹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곳은 바로 뷔페. 뷔페는 혼밥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은 곳이다. C씨는 혼자만 있다 보니 음식이나 음료를 가지러 가면 자리를 치워버리는 일이 생겨서 곤란했다며 그렇게 몇 번 흐름이 끊기면 밥맛도 없어졌다고 뷔페 혼밥에 대한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혼밥 고수 D씨는 본인의 경험을 말하기보다는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충고를 전했다. 우선 큰 식당을 피한다. 눈총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큰 식당은 최소 2인분씩 음식을 파는 경우가 많아 혼자 가기에는 적절치 않다. 큰 길가에서 조금 벗어난 식당, 특히 분식 종류를 파는 곳이 좋다. 분식을 선택하면 주문 후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 지겨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밥이 나왔을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냥 먹기만 하길 권한다. 뻘쭘하다는 이유로 이어폰을 끼고 뭔가를 듣거나 보면서 먹으면 더 위축돼 보이고 실제로도 더 위축된다. D씨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혼밥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며 혼자 먹을 때는 그저 당당하게 먹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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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04 19:32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전북지역 평화통일 운동…"남북한 더불어 잘 사는 세상 고민하자"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9월로 확정됐다. 지난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1차 회담과 깜짝 2차 회담에 이어 세 번째 일정이다. 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 공동선언 이후 굳게 닫혀 있던 대화의 문이 열린 것에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평창동계올림픽,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 등 남북 간의 관계가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남북협력과 남북경제협력의 대표적 사례인 개성공단을 폐쇄시킨 지난 정부 때문에 잠시나마 한반도의 정세를 악화시킬 우려와 그 동안의 통일 노력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들이 계속됐던 국민 정서를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있어서 정부차원의 교류는 정권의 변화와 정세에 따라 변동의 폭이 컸고, 이에 따라 문화교류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행사됐다. 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기간이 정해져있는 행사로 비춰지기도 했고, 그 효과를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보다 확대된 민간교류의 창구를 통해 다양한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일상생활에서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교류와는 별개로 개별 민간차원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전개하는 단체들이 있으며, 전북지역 또한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지속적인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다. △전주 YMCA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 전주 YMCA는 민족의 통일과 지구촌의 평화로 운동과제를 채택하고 해방 70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 한반도 해방의 의미를 아시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아시아의 평화와 남북한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주 YMCA는 분기별 대중적인 평화통일 포럼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래의 지도자 청소년대학생 평화통일 운동지원, 평화통일 지도자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또한 YMCA 100인회를 설립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 YMCA의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평화통일 활동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평화운동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세부적으로 적용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을 스스로 겪어보는 과정 속에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평화공동체를 향한 평화운동을 중심으로 평일통일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 YMCA의 조정현 사무총장은 현 학교교육 자체가 경쟁교육이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라든지 마음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삶과는 동떨어진 교육이다 보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공동체 안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부모들의 권유와 강요로 활동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대다수지만, 이후에는 본인 의지로 다양한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질문하며 의미까지 부여하는 사례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통일 교육에 대한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청소년의 활동 모습을 보면서 학교나 다른 단체의 그 방법이 또 다른 주입식 교육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주 YMCA가 미래의 지도자인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평화 감수성 훈련이나 민주시민교육 등의 교육적 활동은 한국사회의 남과 북을 바라보는 관점이 대립과 갈등이 아닌 공동체적이고, 민족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조중러 접경지역이나 백두산 기행, DMZ 평화통일 순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관련 토론회, 청와대 앞 전쟁반대평화운동 및 캠페인 등의 활동들은 직접 삶에서 평화 통일 교육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자 노력하는 활동이다. 특별히 이번 여름방학에는 교사들을 대상으로하는 교육을 통해 그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있다. △전주 YMCA 100인회 활동 전주 YMCA는 평화통일운동을 함께하는 여러 단체들과의 연대활동도 진행해오고 있다. 이 또한 나름의 의미와 중요성이 존재하지만, 각 단체들의 대표성을 띠는 사람들만 참여하다보니 그 인원이 한정돼 있어, 실제 자발적이고 자치적인 개별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이 참여하고, 행동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활동을 해보자라는 취지로 100인회가 조직됐다. 조정현 사무총장은 백 명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100인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으며, 지난해 창립해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 활동에도 청소년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고 있어서 만인회로 이름을 수정해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100인회는 남과 북에 따뜻한 평화의 바람으로 이어지는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협정체결과 동북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감돌게 하는 어떠한 행위도 반대하며, 평화의 땅이 되도록 모든 평화세력과 함께 연대할 것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개인과 사회에서 생산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하며,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을 비폭력 평화행동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육의 3주체가 참여하는 통일에 대한 관심 교사, 학부모, 일반시민을 회원으로 하는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이하 문화원)은 1999년부터 청소년 교육 문화의 대안세력으로 활동해온 전북청소년교육연구소가 더욱 폭넓고 다양한 청소년 사업을 하기 위해 2005년 창립한 단체다. 문화원은 청소년 문화사업과 청소년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한 사업 및 교육권력 감시 및 대안 제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년 가까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북청소년통일한마당을 진행해왔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온 지난 정부에서도 숭고한 6.15정신을 누군가는 이어가야 한다고 여겼기에 꿋꿋이 지켜왔고, 청소년과 선생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전국 유일의 자생적 통일 행사로 변함없이 명맥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전북청소년통일한마당의 메인 행사인 통일노래가사바꿔부르기(노가바)는 교사와 학생들이 바라보는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학생들에게 익숙한 대중가요 가사를 통일노래로 바꿔 부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원 정우식 이사장은 노가바를 위해 학생들과 교사는 준비기간 동안 상호작용과 역할분담을 하게 되는데, 표면상으로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행사지만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문화원의 통일한마당은 매해 300여명의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초창기 스포츠 교류의 상징성을 띤 3대3 길거리 농구대회와 통일 사진전시회 등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노가바에 조금 더 중점을 두어 10월에 어김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평화통일 운동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전북지역에서는 여러 단체나 기관들이 크고 작은 평화통일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일의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들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보다 많은 참여가 이뤄지고, 더 나아가 그 관심이 남북 간의 다양한 민간교류의 창구로 연결되길 바란다. 거기에 더해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기존의 일회성 교육이나 행사로 인식되고 있는 학교교육을 넘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평화와 통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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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8 19:46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제17회 한국 강의 날 대회-서로 다른 생각 하나로 모아야 강·하천 살린다

제17회 한국 강의 날 대회가 열렸다.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목포에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 일정이었다. 전국에서 91개 단체가 참가했고, 약 2000여 명의 강과 하천지킴이들이 모여 대회는 성황을 이뤘다. 이번 전남 목포대회는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과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가 주최하고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 그리고 전라남도와 목포시가 후원했다. △한국 강의 날 대회 첫 날 열린 한국강포럼에서는 이번 대회 슬로건인 물 민주주의 원년, 강강 수월하게에 맞춰 통합 물관리 이후 4대강의 재자연화와 물 민주주의, 그리고 영산강 하굿둑 개방이 주제로 논의됐다. 하지만 대회의 꽃은 사례 콘테스트였다. 접수된 53개의 사례들은 제 각각 청소년, 대학생, 수생태보전이나 환경교육, 그리고 민관협력사례로 분류되어 예선를 거쳤고, 최종적으로 14개의 사례가 본선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의 역할이 좀 독특했다. 대학교수와 공무원도 있고,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활동가들도 섞여 있었다. 그들의 역할은 평가자라기보다는 참여자 모두가 해당 사례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소중한 가치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시간을 놓쳐 발표가 미흡한 부분을 추가로 질의하기도 하고, 모두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며 무대 위에 마련된 패널에 투표지를 붙였다. 뿐만 아니라 왜 그 사례에 투표했는지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후, 청중들의 의견을 경청해 민심이 최대한 반영되는 결과를 내오도록 노력했다. 심사위원들로서는 이런 대회방식이 불편할 수밖에 없겠지만, 강과 하천을 사랑하는 서로 다른 생각들을 공론화하고 모아가자는 대회의 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덕분에 대회는 각자의 애환과 고충들이 담긴 사연들로 형형색색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지난 몇 해 동안 저마다의 현장에서 부딪혔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지혜를 모으고, 관계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었던 사례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이들에게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특별히 주목받았던 사례들 강과 하천 수질오염에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버려진 농약병과 폐비닐, 소각하고 남겨진 쓰레기 잿더미다. 비가 내리면 그대로 흘러들어 부영양화로 녹조를 일으키기도 하고 심한 경우 물고기 집단 폐사를 불러오기도 한다. 오염이 발생하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비점오염원(nonpoint-pollutant)이라 불리는데, 체계적인 관리가 가장 큰 맹점이다. 그래서 비점오염원에 의한 오염부하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해결에는 왕도가 따로 있지 않고 첨단 기술적용도 어렵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유역의 소하천들을 살리기 위한 도랑살리기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지속적인 성패를 가르는 변수는 결국 마을주민들의 참여와 변화였다. 당연하게 들릴지 몰라도, 고령층의 노인들만 남아 있는 농촌마을의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장의 활동가들이나 일선 공무원들의 고충은 헤아리기 쉽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강살리기 김제네트워크의 사례 비점오염원 줄이기로 새만금 행복강물 만들기와 임실군 조월마을 자원순환! 더불어 하나 되는 환경지킴이의 드라마틱한 성공담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농약병을 한군데로 모으고, EM(유용 미생물) 사용을 일상화하고, 쓰레기가 쌓이던 곳에 꽃밭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기법들이 동원되었지만, 승패의 핵심은 많게는 일주일에 두어 번도 하고, 1년 내내 하고 작년에 이어 내년에도 또 하는 반복적인 과정에 있었다. 헌신적인 현장 활동의 중심에는 반드시 밑불을 지펴온 숨은 부지깽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또 하나의 사례들은 대학생 실천 분야였다. 이 분야는 올해 대회부터 신설되었다.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 사례가 많은데 비해 대학에 진학한 이후 활동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또한 대학생과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이 담겼다.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은 것은 영산강 러브리버 대학생들의 강 따라 전설 따라, 영산강 유역순례였다. 벌써 13년의 전통을 갖고 있고, 올해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목포에서 영산강 발원지인 용소까지 4박 5일의 순례를 강행했다. 단순한 강길 걷기가 아니다. 유역의 마을 곳곳을 거쳐 가며 마을주민들을 만나고, 겨울방학에는 별도의 마을지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강을 끼고 살아가는 유역의 삶을 돌아보는데 이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이 있을 수 없다. 관심을 모은 또 하나는 전북대학교 하천생물연구회의 전주시 관내 하천 생태 전문모니터링 사례였다. 이 연구회는 김익수 명예교수가 지난 1975년 전북대학교에 처음 부임하면서 만든 모임이다. 지금까지 38년 동안 전주천을 모니터링해 온 기록도 놀랍거니와 자신들의 전공을 살리면서, 전주의 하천들이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명견만리, 생각을 모으면 길이 보인다 한국 강의 날 대회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공유의 플랫폼이다. 플랫폼이란 개념이 최근 4차 산업혁명이 공론화되면서 함께 회자되는 신조어 같지만, 그 가치와 정신이 벌써 17년이나 오래도록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도랑살리기에서 마을만들기로, 대학생 강 순례, 민관협치, 거버넌스, 유역공동체 비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는 아니지만, 통합 물관리나 물 민주주의, 하굿둑 개방 못지않게 대회 기간 내내 자주 거론되었던 키워드들이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부터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교수와 전문가, 물 관련 정책을 다루는 유역과 중앙부처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의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쏟아져 나온 말들이었다. 우리의 강과 하천이 맞닥뜨려 있는 현재와 미래는 분명 이 단어들 속에 있다. 폭염이 지나자 녹조가 급격히 번성하고 물고기들의 폐사로 강이 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생각을 모으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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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1 19:32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코레일 '내일로' 전국여행 - 낭만 가득한 열차 타고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 (사진 위에서부터) 경남 하동 화개장터,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경남 진주의 진주성 야경. 대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방학을 맞으면서 저마다 고민에 빠진다. 과거를 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아온 것 같은 후회감이 든다 그런 후회감속 자신을 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할수 있도록 백팩과 카메라, 수첩을 들고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렘을 준다.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코레일의 내일로 티켓을 끊고, 직접 여행에 나섰다. △화개장터에서 영호남은 가까웠다. 전주에서 출발해 전라선 철길을 따라 순천까지 가면 하루에 딱 무궁화호 4대만 운행하는 경전선 철도를 탈 수 있다. 그 경전선 철도를 타고 하동역에 도착했다. 처음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그 유명한 화개장터. 관광지이자 오래된 상권인 만큼 역이나 시가지가 가까우리라 생각했지만, 화개장터는 하동 시내에서 섬진강을 따라 1시간가량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섬진강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보이는 바깥 풍경. 강가에서 재첩을 잡는 사람들, 조그만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아이들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 도착한 화개장터. 구례, 광양, 하동, 산청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산나물과 약초 종류를 들고나와서 흥정하는 모습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이곳은 경상도와 전라도가 어우러지는 교차로 같았다. 40년째 직접 농사를 지어 화개장터에서 장사를 하는 이관엽 할머니(74)는 화개에서는 모두가 이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는 구례사람 하동사람 그런 거 크게 상관 안 해 그냥 강 건너에 사는 사람이지. 화개(花開)는 말 그대로 꽃이 핀다는 의미. 꽃은 계절을 따라갈 뿐 섬진강의 동쪽과 서쪽을 가리지는 않는다. 여기는 사람들이 꽃을 닮아가는 듯했다. △호사스러운 음식과 오랜 역사, 진주 하동에서 열차로 30분이면 도착하는 진주. 오랜 역사(歷史)와 한옥으로 지어놓은 역사(驛舍), 그리고 호사스러운 음식에 이르기까지 진주는 전주와 닮은 점이 많은 도시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무더운 날씨에 맞춰 진주냉면으로 늦은 점심부터 해결한다. 이북에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있다면 이남에는 진주냉면이 있다고 그랬던가, 독특한 육수의 향과 육전을 올려 풍부한 고명이 입맛을 돋운다. 일반적으로 냉면 한 그릇으로는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진주냉면은 아니었다. 냉면치고는 조금 비싼 가격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함이 없다. 에어컨 바람과 시원한 육수, 두툼한 육전까지 있는 잠깐의 피서가 영원하길 바랐지만 결국 다시 땡볕으로 나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진주성. 진주성 내에는 서원과 박물관 등의 볼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관심이 가는 곳은 논개와 관련된 곳이었다. 촉석루와 논개 사당을 둘러보고 성벽에 붙은 작은 문을 통하면 강가로 나가는 길이 있고 강가에는 넓적한 바위 하나가 떠 있다. 이 바위가 바로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그 바위다. 혹여 관람객이 남강에 빠질까 싶어 지금은 바위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지만 그래도 바위에 새겨진 의암(義巖)이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보인다. 진주성을 나와서는 근처 시장에 있는 한 식당에 들렀다. 진주비빔밥으로 유명한 이 식당은 겉보기에는 허름하지만 3대를 이어가고 있는 곳으로 진주를 찾는 사람들은 빼먹지 않고 들리는 곳이다. 이윤자(66) 사장은 4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꽤 늦은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향이 진한 선짓국과 싱싱한 육회가 올라간 비빔밥을 내어주는 이 사장의 친절에 비빔밥 한 그릇을 금세 비웠다. 육회와 참기름 향이 진하게 느껴지면서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전주비빔밥과 달리 고추장 맛은 거의 나지 않아 고추장 맛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밋밋할 수도 있는 맛이었다. △변해가는 부산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 부산에는 옛 모습이 많이 남지 않았다. 자갈치 시장은 신식 어시장으로 바뀌었고 국제시장은 리모델링이 거의 다 끝났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곳은 책방골목과 차이나타운 정도였다. 부산역에 도착해 차이나타운부터 들렸다. 차이나타운을 개척한 화교들이 한국문화에 동화되면서 예전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직 화교학교와 음식점이 그대로 남았다. 러시아인을 비롯해 다른 외국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언제까지 차이나타운이라는 명칭이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쪽에 걸려있는 청천백일기가 아직은 이곳이 차이나타운임을 알리는 듯했다. 휴가 기간에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했다. 책방골목은 큰 변화가 없었다. 헌책을 취급하지 않는 곳도 늘었고 카페식으로 바뀐 서점도 생겼지만, 책 사러 온 사람들과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로 부대끼는 거리는 예와 같았다. 부대끼는 사람이 많음에도 골목 구석까지 흘러넘치는 헌책 냄새도 여전했다. 일제강점기 때 발간된 이광수의 단편집에서부터 고작 몇 개월 전에 발간된 소설책에 이르기까지 책은 여전히 각자의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역시 헌책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새 책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 그리고 다른 이의 흔적이 헌책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책방골목에서 20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양수성 사장(46)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 편안함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남기를 바랄 뿐이다. △가을을 기대하며 행복한 대전 대전에 거주 중인 지인의 반응은 대전여행을 만류하는 쪽에 가까웠다. 볼만한 게 없는데 왜 오냐는 반응. 그러다가 최근에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좋다는 말과 함께 이글스파크 야구장을 추천받았다. 막상 대전역에 도착하니 이글스파크는 꽤 멀었다. 다행히도 대중교통이 잘 짜인 편이어서 찾아가기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이글스파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반. 경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남았지만, 한화 팬들은 벌써 몰려들고 있었다. 캐치볼을 하는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유니폼을 구매해 한쪽에서 표시하는 대학생까지 모두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표정에는 생기가 있었다. 가을야구가 가시권에 다가오면서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현재 한화이글스의 순위는 3위. 수년간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부처라는 별명까지 가지게 된 한화 팬들에게 올해의 가을은 조금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다. 20년 이상 한화 팬이었어요. 올해는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까지 간다고 생각합니다. 호잉 선수가 잘해줄 거라고 믿어요 여름휴가를 이글스파크로 왔다는 한화 팬 주윤 씨(42)의 말이 대다수 한화 팬의 희망을 대변하는 듯했다. 햇살이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에서 대전은 벌써 가을을 꿈꾸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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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07 18:49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지역사회 하나 된 통합교육 - 아이들 문제, 학교 틀 벗어나 사회 전체 문제로 인식해야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것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그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인적자원은 물론 물적 자원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아이들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어느 한 분야, 한 기관에서만 다뤄져야 할 사안은 아니다. 이는 더 이상 교육기관만이 교육을 전담할 수는 없다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있다. △지자체 교육분야 직접 투자 증가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가 도내 지방자치단체 교육예산지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치단체 전체예산 대비 교육예산 비율은 2014년 1.24%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2017년에는 1.05%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자치단체별 학생 1인당 교육예산 집행액을 비교해 본 결과, 지역별로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집행액뿐만 아니라 집행방법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금액과 교육지원청에 보내는 비법정지원금, 지자체가 교육에 직접 지원하는 금액의 차이가 그것이다.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80% 이상을 교육지원청에 비법정지원금으로 보내는 곳도 있었고, 자치단체가 직접 교육 지원 방식으로 집중하는 곳도 있었다. 물론 어느 지역은 교육지원청에 주는 비법정지원금 외에 학교 직접 지원이나 자치단체가 직접 교육에 투자하는 금액이 제로인 곳도 있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전북의 자치단체 전체예산 대비 교육예산 비율이 매해 감소추세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4년 동안, 지자체가 교육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의 지원금은 매해 증가하고 있었다. 특히 완주군의 경우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금액과 해당 지원청으로 주는 비법정지원금에 비해 자치단체가 교육에 직접 투자하는 비율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완주군 교육통합지원센터 2014년부터 전국 유일의 중간전담 조직인 교육통합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완주군은 인적물적 자원 발굴과 교육네트워크사업, 교육연구사업 등으로 교육에 투자하면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통합모델은 매개자라는 이름으로 양성된 학부모와 지역사회 주민이 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학교의 정규교과 또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 다양한 프로젝트 학습을 적용함으로써 학교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개자는 사전에 학생들과 면담을 통해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한 후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진행한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교육적 틀 안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며 논의를 발전시켜 가고, 학생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한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충돌이나 갈등 역시 반복심화되는 논의 속에서 함께 해결한다. 매개자로 활동하는 학부모 한은주 씨는 아이 셋을 둔 엄마로 원래 학교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실제 돌봄 강사 활동도 해봤지만, 매개자 활동은 정말 많이 달랐다며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에서 오는 만족감은 물론이고 교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로 나와서도 아이들과 가깝게 연결돼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삶에 대한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교육통합모델 프로그램을 경험한 한 교사는 교사로서 수업개선을 비롯한 학급운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센터 전문가들과 매개자 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매개자 교육이 나를 포함한 교사들이 함께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육통합으로 긍정적 변화 이끌어 교육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교육통합 모델 실천사례를 분석한 연구 보고서에서 무기력한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뚜렷해졌고, 프로그램 기획에서부터 실행까지의 전체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의사소통이 반복되다 보니 서로 차이를 좁혀가며 듣게 되었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서로의 관계 속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매개자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공동으로 소통하면서 대처하고 해결하여 결국 아이들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센터 소속 양윤신 팀장은 초기에는 학교에 프로그램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현재는 지역사회 안에서 입소문이 나 다양한 학교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다섯 명의 직원이 밤낮 없이 일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실천사례를 통해 학교가 당면한 제반 교육문제를 우리 교육통합모델과 함께 공동 대응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교육통합지원센터 역할과 과제 과거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지원방식은 정책의 연속성이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어 지원이 불투명했으며, 단순 지원방식만으로는 학교가 당면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웠다. 현재 전국에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교육공동체 활동이 진행되거나 논의되고 있고, 자치단체들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완주군의 교육통합지원센터와 같이 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의 교육자원 활용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전국 자치단체들의 다양한 교육공동체의 활발한 논의 과정 속에 참조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우리사회는 학교교육의 문제를 학교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학교에 많은 역할을 요구했으며 그 모습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사실에 학교만이 아이들의 교육기관이라는 사고의 고착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문제를 학교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틀에서 이제는 벗어나자.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이자. 지역연계를 통한 다양한 교육지원으로 지역 네크워크를 형성해 학교의 어려움을 학교와 지역이 공동으로 대처하고, 지역민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사회 참여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내자. 공교육 내의 문제를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더 많이 진행되고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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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31 19:58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4대강, 숨길을 열다 - 물꼬 틀자 살아난 강…요순시대에서 배우는 치수사업

민선 7기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지난 2일,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대부분 취임식을 취소했다.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이 북상하면서 전국 곳곳에 호우특보가 내려지자, 수해대책 마련과 피해상황 점검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농업이 근간인 나라에서 태풍과 홍수는 피할 수 없는 숙제이고, 때로 몬순기후대에 자리한 국가들의 운명을 가를 만큼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수와 치수는 지도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으로 요구되어 온지 오래다. △태평성대의 꿈, 치수 오랜 기억의 꼬리는 전설 속 요순시대까지 거슬러간다. 맹자와 서경에 전하는 바로는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그 시절, 20년이 넘도록 계속된 대홍수가 들이닥쳤었다고 한다. 중국 문명의 요람인 황하는 서북쪽의 황토고원에서 발원하여 중원을 거쳐 보하이 만으로 흘러가는데, 큰 비가 내리면 성난 파도가 바다처럼 요동을 쳤다. 황토와 뒤엉켜 누렇게 쏟아지는 물줄기는 비가 멎은 후에도 천둥소리를 토해냈다. 백성들의 공포와 요임금의 근심이 얼마나 깊었을까. 대책을 고심하던 요임금에게 곤이라는 자가 추천되었다. 일을 맡은 곤은 흙을 끌어다 강물이 넘치지 못하도록 높게 제방을 쌓았다. 지상의 흙이 모자라자, 하늘나라 창고에서 식양이라 불리는 흙을 훔쳐다 둑을 쌓기도 했다. 그런데 9년이 넘도록 그의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얄궂은 황하는 곤이 쌓은 제방을 우습게 무너뜨렸고, 상류로부터 몰고 온 엄청난 위력으로 매번 물길을 바꿔놓는 변덕을 부렸다. 쌓으면 무너뜨리고 넘치면 또 막아놓는 곤과 황하의 줄다리기가 반복되는 동안, 왕위는 순임금에게 넘어갔다. 순임금은 곤의 실책을 나무라고, 대신 그의 아들인 우에게 일을 넘겼다. 우는 아버지 곤의 실패로부터 귀중한 가르침을 얻을 만큼 지혜로웠고, 10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일에 매달릴 정도로 우직했다. 물길을 가두고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으려했던 곤과 달리, 우는 물길을 열고 여러 갈래 수로를 놓아 성난 황하를 달랬다. 우가 황하를 다스리면서 재난이 물러가자 세상의 민심이 그에게로 흘렀고, 순임금의 왕위는 자연스럽게 우에게 계승됐다. 국가적 환란을 극복한 인재라면 백성들의 근심을 덜어 능히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요순임금 시절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리더십은 황하를 중심으로 중원에 넓게 자리 잡았다던 하나라의 전설로 이어졌다. △江, 물꼬를 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해 5월 22일, 본격적인 하절기를 앞두고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 보부터 상시 개방토록 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 아울러 수량과 수질, 재해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도록 추진하는 것과 4대강 사업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1년, 흐름을 회복한 강물의 조류(藻類) 농도는 감소했다. 비교적 개방 폭이 컸던 세종보와 합천창녕보 인근 지역은 모래톱이 드러나고 여울도 되살아나면서, 자연적인 수질정화 기능 회복과 수생생물들의 서식처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기부터 완전 개방했던 세종보의 경우 모래톱 면적이 4배 이상 증가했고, 식생군락 또한 빠르게 회복되어가고 있다. 보 개방 이후, 독수리와 노랑부리저어새를 포함한 겨울철 조류들의 개체수도 증가했지만, 보 개방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비록 저마다의 기대치와 속도에는 못미칠 망정 4대강의 재자연화 가능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16개 보의 수문 개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인근에서 수막재배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수막재배는 비닐하우스 안에 이중으로 비닐하우스를 치고, 그 위에 지하수를 뿌려 수온 12~15℃를 유지해서 보온한다. 한겨울에도 별도 난방이 필요 없어 한 때 친환경적인 농법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실은 200평 규모 하우스 한 동당 약 300톤의 지하수가 소모되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즉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 확보가 어려워 생계를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전체 수막재배 농가가 사용하는 지하수량은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도 잡히지 않고, 그렇다고 피해보상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듯하다. 또 하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지속될 이유는 지방 선거 이후로 미뤄왔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네 번째 발표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노골적인 개입이 확인되었다지만, 이번에도 핵심적인 논란에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4대강 사업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촛불 민주주의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실망만 남긴 꼴이 되었다. 한편에서는 감사원을 감사하라는 목소리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과거사를 정리해가며 개혁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갈증이 쉽게 해갈되지 못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보 개방 이후 모니터링을 총괄해왔던 통합물관리상황반(국무조정실 소속)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달 내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4대강 조사평가단이 구성되고,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보처리 계획안을 마련해갈 계획이다. 4대강 보의 운명은 내년 6월 출범할 것으로 예정된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치수사업 성패와 지도자의 흥망성쇠 물 관리를 통해 태평성대의 꿈을 이루었다는 곤과 우의 이야기는 다분히 상징적이면서 주관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어떤 정치인은 요순시절 태평성대의 이유를 치수사업의 성공에서 찾으며, 오늘날 강과 하천 개발의 정당성으로 역설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물길을 다스렸던 두 사람의 방식 차이를 두고, 백성의 입을 막고 자신의 귀를 닫아 실패하는 정치인과 민심을 잘 읽어내어 성공하는 지도자의 흥망성쇠에 빗대기도 한다. 그 해석의 차이를 더 이상 역사의 심판에 맡겨둘 일은 아니다. 지금의 촛불 정부를 탄생시켰던 당신이 바로 역사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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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24 18:06

라디오의 재발견! 마을라디오 - 소소한 동네 이야기 공동체 활력도 꿈틀

올드 미디어라 불리는 라디오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 수많은 볼거리와 읽은 거리가 넘쳐나고 있지만 라디오라는 오래된 매체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듣는 매체를 넘어 말하고 소통하는데 활용되고 있는데, 이른바 마을라디오에서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는 마을라디오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개국한 혁신마을라디오FM을 비롯해 평화동 꽃밭정이 라디오, 노송FM, 덕진노인방송국, 순창FM, 학부모기자단 꼬뮤니티 라디오 등 다양한 마을라디오가 운영 중에 있거나 준비 중이다. 이주여성, 어르신, 장애인, 학부모,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과 전주, 익산, 군산, 남원, 진안, 순창, 완주 등 여러 지역에서 라디오를 활용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꽃밭정이 라디오의 경우 평화동 마을신문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마을신문 공간에 라디오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복합 마을미디어 공간이다. 전국적으로도 마을라디오 활동이 늘어가고 있다. 마을미디어가 활발한 서울지역의 경우 40여개의 마을라디오가 있으며 연간 3000개가 넘는 콘텐츠가 만들어 지고 있다. 수원, 광주, 부산, 천안, 원주, 제주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마을라디오가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공간도 다양하다. 별도의 마을라디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주민센터, 아파트, 마을회관, 시장, 생태숲 등에 스튜디오가 생겨나고 있다. 서울 방학동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은 주민센터내에 스튜디오가 있다. 주민센터가 행정의 공간이 아닌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광주 광산 마을라디오 역시 주민센터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공동체미디어 지원팀 최란 활동가는 센터에서 라디오 교육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는데, 최근 마을라디오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통에 적합한 매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라디오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는 2005년 개관 때부터 라디오 제작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마을라디오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지원과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라디오 활동을 진행하고자 하면 공간구성과 장비에 대한 컨설팅과 지원을 하고 있다. 마을라디오의 매력은 평범함에 있다. 이야기 소재도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우리 이웃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주민들이 참여해 직접 방송을 기획하고 제작해 공유한다. 또 마을라디오는 일방적으로 들려주기만 하지 않는다. 서로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1인 미디어가 아니라 같이 이야기 하고, 화자가 청자가 되기도 청자가 화자가 되기도 한다. 쌍방향 매체이다. 마을라디오가 활성화되면서 공동체의 재발견도 일어나고 있다. 소소하게만 생각했던 일상의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를 담았더니 공동체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마을을 다시 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공동체가 회복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 소식은 알아도 옆집엔 누가 사는지 모르는 단절의 관계에서 서로를 알고 따뜻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간다. 스마트 폰으로 세상 소식을 다 알 수 있는 시대 마을라디오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혁신마을라디오FM 문진환 대표는 혁신도시의 경우 주민들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며 인위적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보니 외부에서 이주한 주민들, 행정구역이 다른 주민들 간의 교류가 어려웠다. 마을라디오를 통해 서로 말하고 듣다 보면 훈훈한 정이 쌓이게 되고 공감이 될 것이다고 마을라디오를 개국한 이유를 설명했다. 마을라디오는 마을의 의제를 논하고 지역 현안을 고민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 전주학부모 기자단 팟캐스트 꼬뮤니티는 교육감 후보자 선거방송을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의 마을라디오의 경우 16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각 지역별로 후보자 인터뷰 방송을 진행하고, 동네에 필요한 정책을 질문하고 발언하는 주민마이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마을라디오는 주민들과 만나는 방식도 다양하다. 주로 인터넷 팟캐스트로 진행되지만 공개방송의 형식으로 직접 만나기도 한다. 노송FM 1기 구성원들은 소리톡톡FM 이름으로 첫 돌 축하 공개방송을 19일 오후 5시에 비사벌초사(신석정 가옥)에서 진행한다. 김승수 전주시장도 게스트로 함께한다. 혁신마을라디오FM은 개국기념 공개방송에 이어 오는 23일 혁신도시 호반2차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공개방송을 진행한다. 게스트로 김승환 교육감이 초대되었다. 일찍이 독일의 대표적 시인이자 극작가인 브레히트는 라디오는 일방적인 전달 도구에서 의사소통 도구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한 라디오의 쌍방향적 의사소통 기능은 한 세기가 지나 마을라디오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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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7 18:17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늘어나는 2030 탈모 - '취직 못한 것도 서러운데…' 휑한 머리에 더 우울한 청년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A씨는 몇달 전부터 머리를 짧게 깎고 있다. 수년 전 군에서 전역하면서부터 시작된 탈모증상이 최근 들어 유독 심해졌기 때문이다. 입대하기 전에는 긴 머리를 멋지게 꾸미고 다녔지만 전역 이후 다시 머리를 기르면서 A씨는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휑한 정수리를 마주했다. 이 때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짧은 머리를 선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도 자료에 따르면 탈모증으로 인한 전체 병원진료의 43%가 20대와 30대의 진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중년과 노년의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던 탈모가 청년의 문제가 되고 있다. 취업준비면접 생각하면 한숨만 취업준비생 B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토익, 자격증, 해외봉사 등 서류전형을 통과할 스펙도 문제지만 탈모로 인해 유독 넓어진 이마가 면접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 평소에는 앞머리를 길러 이마를 덮기 때문에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는 것 이외에는 이마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않았지만 면접 때는 앞머리를 올려 이마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더욱이 최근 탈모로 인해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언론보도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면서 B씨의 초조함을 더하고 있다. B씨는 만약 이번 면접에서 탈모로 인해 떨어진다면 모발이식을 받아볼 생각이다. 병원에서 이마는 약을 먹어도 유지만 될 뿐이지 전처럼 나아지지는 것은 없다고 하더라구요, 정 안되면 모발이식이라도 해야죠. 심리적인 문제, 병원 찾기도 꺼려 여기저기서 봐서 대강 알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 보다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썼죠. 탈모증세가 4년째인 서른 살 C씨는 탈모방지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용해 봤다. 샴푸, 에센스, 마사지기 같은 제품은 물론이고 두피클리닉 서비스, 발모에 좋은 차(茶)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았다. 그렇게 머리에 쓴 돈만 수 백만원. 그러나 여전히 머리는 계속 빠졌고 C씨는 작년에서야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처음부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처방을 받았다면 충분히 머리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미 C씨의 정수리와 이마선은 머리가 많이 빠진 상태였다. 머리에 수 백만원이나 쓸 만큼 탈모를 걱정했지만 C씨는 정작 병원만큼은 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머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있는 만큼 탈모증세로 병원을 찾고 진료를 받는 그 자체가 일종의 유죄선고로 생각됐다고 했다.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머리빠지는 것에 대한 걱정과는 별개로 피부과에서 탈모라고 얘기를 듣는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병원을 못간거 같아요. 약값 부담에 쪼들리는 주머니서울로 나갑니다 전체 환자의 대다수는 정수리와 이마에서 탈모가 시작하는 안드로겐 탈모증에 해당한다. 그런데 안드로겐 탈모의 치료는 미용치료로 분류해 처방약이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돼있다. 때문에 의료보험의 보장이 제한되며 약값지출을 오롯이 환자가 자비로 부담해야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20대에게는 더욱 가혹한 현실이다. 결국 20대 탈모환자 D씨는 먼 곳으로 눈을 돌렸다. 병원이나 집에서 가까운 약국을 포기하고 정기적으로 서울에 있는 도매약국을 방문하고 있다. 서울까지의 교통비, 소비되는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몇 달치 약을 한꺼번에 사오면 남는 장사라고. 먹는 약, 바르는 약을 종류별로 2개월치 받으면 약값이 10만원을 넘었어요, 용돈 타서 쓰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서 몇 달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도매약국을 갑니다. 황금 같은 주말을 날리지만 돈은 그만큼 굳어요. ▲ 탈모치료, 먹거나 바르거나해외직구 저렴하지만 품질보증 못 해 탈모가 시작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2030세대가 탈모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탈모예방 및 초기 단계에서 구매가 시작되는 샴푸 매출 역시 급상승하고 있다. 모바일 커머스 티몬이 지난달 밝힌 최근 3개월 판매량을 보면 일반 샴푸 매출은 2% 하락했지만, 탈모 방지용 샴푸 매출은 1002% 증가했다. 탈모 방지용 샴푸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연령층은 30대였다. 구매량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2%, 20대는 18% 등 2030세대가 전체 탈모샴푸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탈모약을 먹는 2030세대도 많다. 탈모약은 크게 먹는 약과 바르는 약으로 나뉜다. 의료보험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탈모 환자들은 약값 지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바르는 탈모약은 먹는 약과 달리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기에 처방전 없이도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진찰을 받거나 약국을 거치지 않고 이베이, 아마존 등에서 해외직구로 구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해외직구에는 큰 결점이 있다. 바로 신뢰성과 안전성의 문제. 약품을 취급하는 딜러는 검증받은 약사가 아니기에 문제 발생 시에 책임을 질 수도 없고 약의 품질 또한 보증할 수 없다. 전북대병원 피부과 전문의 박진 교수는 일반의약품도 약사의 지도가 필요한 의약품이기에 당연히 약국에서 구매하는 것이 맞다며 또한 해외직구 제품은 알레르기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가 없고 더욱이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진짜 해당 약품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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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0 18:27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생활 속 민주주의 ‘민주시민교육’ - 민주주의, 때때로 배우고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지난 5월 30일 전북에서는 민주시민교육 전북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20여 개 단체 30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전국민주시민교육네크워크 준비위원장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추진 경과와 앞으로 진행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북지역 민주시민교육 방향과 네트워크 구성 및 방향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는 그동안 중앙과 제도 중심의 민주시민 교육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주시민 교육정책 과정에 시민사회 주도권 확보 필요성과 지역 및 전국단위 민주시민 교육 주체의 역량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계기로 조직됐다. 민관 거버넌스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영역별 민주시민 교육운동 주체들 간의 연계와 협력을 증진해 나가며 이를 통한 전국적 민주시민교육 역량 강화, 민주시민 교육지원법 등을 제정하는 일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준비위원회를 통해 지역별 간담회 및 토론회를 진행했다. 613 지방선거 이후에는 영역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경에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의 필요성 등에 대한 전국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 11월, 출범식을 통해 민주시민교육 과제 도출 및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와 한계 그동안 다양한 영역과 지역의 주체들이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해 왔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촛불 광장에서의 경험은 시민들이 주권자의 힘을 느낀 계기가 됐고, 이후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민주시민교육이 설정됨으로써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서 민주시민교육법 제정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미 서울시, 경기도 등 지역 단위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이 확산되고 있고, 2014년 서울시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를 시작으로 광역자치단체 5곳, 기초자치단체 11곳, 6개 교육청이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우리 지역의 교육 시민사회단체인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는 지난 국민개헌 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교육부문 개헌 요구에 민주시민교육을 넣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발족 준비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황정옥 민주화기념사업회 민주시민교육국장은 지난 4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훨씬 뜨거운 것 같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지역의 경우 더욱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기대와 관심만으로는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황 국장은 민주시민교육은 단기적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반조성이 중요하다며 민주시민교육 주체 양성뿐만 아니라 물적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의 중간지원조직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 협력할지도 관건이고, 기관 예산 편성 우선순위에서도 밀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도밖에 없다.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는 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한 포괄적인 공감대 형성이나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마련되지 않다 보니,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 논의가 그저 담론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교육청에 민주시민교육과가 있는 곳도 있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학교와 협력해 민주시민교육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배우고 온몸으로 체득해야 한다. 특히 독일의 경우 체험형 교육인 모의 선거를 2022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 핀란드,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선거교육을 공식화하고 실천하고 있다. △ 전북 청소년 모의투표 참여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소년 모의투표 전북운동본부에서는 전북의 청소년들이 실제 교육감과 도지사 출마 후보를 놓고 모의투표를 진행했다. 전북 14개 시군 중 12개 지역 21개 투표소를 만들어 75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으며, 이 중 6곳은 학교와 연계해 사전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전라북도 교육감 후보자들에게는 자신들의 공약을 학생들의 언어로 표현된 홍보 포스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후보별 청소년 정책도 배포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교육감 당선자에게는 학생들이 직접 당선증도 전달했다. 청소년 당사자들이 이번 모의투표를 통해 민주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얼마만큼 배우고 성장했는지 당장 가시적인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역 후보들과 지역 정치에 더 관심 갖고 하나의 주체로 참여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모의투표에 참여한 전주의 한 여고생은 그동안 부모님을 따라 투표소에 갔던 게 고작이었는데, 비록 모의투표긴 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직접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고 뭔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졌다며 후보들의 정책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그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도 나누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참여하겠다며 보다 많은 친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도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학교 밖에서의 이러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학교 내의 여러 의사 결정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의 분위기와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지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친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과 역량 등을 기를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진다면, 실질적인 민주적인 가치와 태도를 내면화하고 일상화되는 일상의 민주주의가 한 발짝 더 다가올 것으로 생각한다.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역할과 과제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교육감을 비롯한 기초광역 자치단체장, 기초의원까지 선출됐고, 7월 1일부터 민선 7기가 시작됐다.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준비 및 조례 제정, 여러 분야에서의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활동 등 일상의 민주주의를 향한 노력이 시작된 만큼,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과 감시 등을 통해 우리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확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명심하고,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가 온몸으로 묻어날 수 있는 그 날을 준비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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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3 20:32

한반도 미래와 지속가능발전목표 - '작은 연못' 속 공존·상생으로…대한민국, 희망을 찾다

△평화, 새로운 시작 지난 6월 12일, 북미간 정상회담이 열렸다. 세기의 만남이라는 표현처럼 전 지구촌의 이목이 회담장에 쏠렸다.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한 배경을 두고 긴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양국의 정상이 악수를 나눴다. 약 12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눈앞에 두고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던 북한이었고, 꼬마 로켓맨이라는 비아냥과 핵단추를 운운해가며 강력한 군사적 대응이라는 엄포를 놓던 당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담을 불과 보름 남겨둔 시점에서 돌연 취소를 선언했다가 다시 재개했던 두 정상의 모습은 뒷배경의 양국 국기처럼 서로 다른듯하면서도 닮았다. 때 마침 국무회의를 앞두고, 이 역사적인 만남을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그는 이미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과연 그와 우리 모두의 바람대로 지난 65년간의 휴전을 끝낼 종전선언이 나오고, 마침내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올 것인가. 문득 떠오르는 노래 한 곡이 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양희은의 목소리로도 잘 알려진 노래, 작은 연못이다. 작사와 작곡은 이제는 뮤지컬 제작,연출자이면서 작은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기다. 70~80년대를 지내온 세대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젊은 세대들에겐 혹시나 故 노무현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유명해진 상록수나 아침이슬이 그의 곡이라는 설명이 더 편할듯하다. 노래의 곡조는 서정적이면서도 슬프고, 가사는 동화나 전설의 한 토막처럼 단순하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그 무게가 섬뜩할 정도로 무겁게도 들린다. 험한 시절에 금지곡 처분을 받기도 했던 사연을 두고 뒷이야기들이 무성했다. 김대중을 죽이려 했던 박정희를 비꼬았다는 말도 있었고,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은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소문들이야 어찌됐던 적대적인 갈등과 경쟁을 넘어서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다시 듣는 이 노래는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굵고 묵직하게 울린다. 한 마리가 죽으면, 썩어 들어간 살과 물 때문에 나머지 한 마리도 죽게 되고, 결국 연못마저도 죽는다. △공존과 상생,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 자연의 질서와 인간 사회의 현상을 하나의 잣대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로 나라의 흥망성쇠를 비유하기도 하고, 달이 차고 기울거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으로 사람의 운명과 인생을 노래하기도 했다. 비단 시인이나 예술가들만이 아니다. 물의 철학이라고도 불리는 도덕경이나 변화의 철학으로 알려진 주역은 오늘날에도 심오한 철학서로 읽히고 있다. 지난 세기 크게 유행했던 적자생존과 약육강식 그리고 피부색이나 혈통으로 인종이나 민족을 구분하여, 우열을 가르고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략을 정당화했던 사상조류들도 있었다. 사회진화론이나 우생학이 대표적인 경우다. 허버트 스펜서는 19세기 찰스 다윈의 생물진화론을 사회의 변화와 모습을 해석하는데 적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물진화론처럼, 사회도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사회진화론은 영국과 독일,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 널리 유행하였고, 제국주의와 소수 자본가의 독점, 나치즘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나라와 나라, 개인과 개인의 다툼과 경쟁은 적자로 선택받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미 청산해야할 지난 세기의 잔재로 비판받고 있다.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이론이 사회생태주의(Social ecology)다. 1964년에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이 주장한 사회-경제-환경 철학이다. 그는 사회 구조면에서 인간을 억압하는 권위의 종식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의식의 문제를 연계시켜서 설명한다. 즉 다양한 계급, 계층 간 사회적 통합문제와 무자비한 자원착취와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가 하나의 원리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대립적인 갈등의 영역으로 이해되는 경제와 환경, 개발과 보전의 문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다. 이런 측면에서 급진적인 생태주의나 환경론자들의 주장과도 구분된다. 사회생태주의는 최종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매력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지난 주 21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 목표(K-SDGs; Korea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국민대토론회가 환경부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주관으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장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약 450여명의 참가자들이 원탁의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이미 UN에서 합의된 17개 주제의 목표와 지표설계를 준비해온 작업반들의 중간발표와 농민과 여성, 이주민과 청년 그룹 등 다양한 이해집단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자리였다. 비록 북미간 정상회담이나 월드컵 축구경기만큼 세상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회의장에는 올해 말까지 2030년까지 한반도의 미래비전에 맞춘 세부목표와 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고민과 열기가 가득했다. 공존과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어가려는 노력들이 영글어가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15.9월 제70회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빈곤과 기아 종식, 성평등 등 17개로 집약된 인류 공동의 목표(169개 세부목표232개 지표 로 구성) -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No one will be left behind)는 비전 아래, 인류의 삶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함 △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Korea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기틀 하에 우 리나라 특성에 맞게 국가균형발전, 남북 간 평화, 저출산고령화 대비 등을 포함 한 2030 사회발전 비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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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6 20:47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영화공동체 '무명씨네' - "수동적 소비 아닌 영화 모든 것 즐기고 싶어 의기투합했죠"

▲ 이하늘 공동대표 최근 우리지역에서는 다양한 영화문화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관객모임, 비평모임, 상영모임, 시민 기획 영화제 등 영화를 즐기고, 영화를 매개로 하는 시민활동들이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런 자발적인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무명씨네라는 영화공동체다. 무명씨네는 공동체상영 기획과 영화를 매개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화제작 동아리에서 만난 6명의 멤버가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같이 보자라는 취지로 2016년 가을 밤샘 영화제 나의 n번째 사춘기를 개최하였고, 이후 멤버들이 의기투합하여 무명씨네를 결성했다. 최근 영화의 거리에 대안영화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했다. 감상모임을 진행하고 스크린 상영을 한다. 아직 상영설비를 다 갖추진 못했지만, 9월부터는 상설로 상영할 예정이다. 무명씨네 이하늘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무명씨네. 무슨 뜻인가? 무명씨네는 無名의 작품, 감독, 배우의 작품을 상영하자라는 뜻과 영화관에서 암전이 된 후 無明 상태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이름 없는 모두의 영화관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하고 있다. - 그동안 어떤 활동들을 진행해왔나? 다양한 상영활동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5번의 정기 상영회를 진행했다. 지역 독립영화를 기획 상영하여 시민들의 다양한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관객 문화 활동 확대를 목표로 했다. 무명씨네라는 이름에서 착안해, 지하 주차장에서 공포 장르의 단편 영화 상영을 하고, 환경영화 상영회, 전주를 비롯한 광주,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 했다. 상영회 외에도 지역의 영화 동아리, 관객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폴링 인 전주 시민 참여 섹션에 참가해 관객모임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 최근에 영화 매개 공간을 마련했다. 어떤 공간인가? 공동체 상영을 하는 공간이다. 감상모임을 진행하고 스크린 상영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기본적으로 지역 단편영화 전용관이지만 무엇보다도 영화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 최근 영화상영, 감상, 시민 모임이 많아지고 있다. 관객들이 멀티플렉스 영화에 지쳐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화도 한정되어 있다. 문화적 다양성 확보가 안 된다. 점차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서 내가 직접 찾아보거나.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문화가 발달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왜 단편영화 인가? 최근 단편 제작이 많아지고 찾는 수요도 많아졌다.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영화제에 단편이 천편가량 출품된다. 질도 좋아지고 있다. 유행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편이 장르로, 장편으로 가는 길이 아닌, 단편만 만드는 감독ㅌ도 나올 수 있다. 단편의 스타배우도 나오고 있다. 질이 좋은 단편이 계속 만들어진다면 장르화 될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다. - 시민들이 직접영화를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는? 수동적 소비가 아닌 능동적 소비가 된다. 매개된 활동, 2차 소비를 할 수 있다. 관에서 만든 상영관은 수동적 소비밖에 할 수 없다. 영화 관람 외에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영화를 보고, 리뷰하고, 비평하고 제작하는 그 모든 단계를 다 즐기면서 영화제작 시스템 전체를 다 즐기고 싶어 한다. - 영화를 같이 보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가 혼자 본다고 생각하는데 보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업영화도 보고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같이 보지 않으면 이야기 할 수 없다. 사회가 개인주의적 되다 보니까 반작용으로 공동체적 영화를 보는 상황에 대해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관점이 다르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영화를 자신의 경험과 덧붙여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각자의 관점과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영화로 보고 나누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영화를 같이 본다고 말한다. - 지역 영화관련 정책적인 제언이 있다면? 여러 투자나 지원을 하고 있지만, 주로 제작 관련된 것이다. 상영관련 지원과 정책은 미비하다. 영화제 밖에 없다. 특히 소규모 영화관이나 상영활동에 대한 지원이 없다. 영화는 제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봐야 한다. 관객이 개발되어야 한다.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관객도 많아져야 한다. 지속적으로 영화제나 독립영화 상영관이 되려면 다양성영화를 보는 관객이 많아져야 한다. 몰랐던 관객이 생겨나야 영화제를 보게 된다. 또 소규모 상영관이 많아지면 제작자에게도 기회가 된다. 수익적인 측면도 관객과의 접점도 넓어진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다양성이 확보되고 관객문화가 진흥된다. 관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관객으로 와서 직접 상영도 해보고 모더레이터도 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생활문화를 발전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작은 상영관이 시민들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상영관 존재를 부각시키고 싶다. 그리고 제안사업을 할 정도로 커졌으면 좋겠다. 보조금에서 독립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 하고 있다. 영화관련 물품과 매거진도 만들고 싶다. 영화관련 체험이나 소규모 관람을 위한 대관도 하려 한다. 수익구조가 고민이긴 하지만 재밌고 다양한 프로그램 많이 만들어서, 많은 분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 - 이달에 정기 상영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개 부탁드린다. 몸몸몸-나의 몸은 잘못이 없다!는 타이틀로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와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를 같이 보고자 한다. 부대행사로 김보람 감독과의 대화도 있다. 6월 29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전주객사 4길 73-7, 지하 1층에서 진행된다. 좋은 영화를 함께 보고,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무명씨네의 문을 두드려 달라. 신청은 http://reurl.kr/2611958TI 로 하면 된다. ▲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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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9 20:55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이 게임이 뜨겁다 '배틀그라운드' - "요새 누가 롤하니"…대학가는 지금 '배그' 열풍

#.3랩 가방에 뭐 들었냐? 드링크랑 구상 좀 꺼내줘라. 군 복무 중인 A씨는 처음 휴가를 나왔을 때 이해 못할 친구들의 말을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 디지털 도색 군용가방을 메고 나온 A씨는 왜 출타용 가방을 3랩 가방이라 부르는지 몰랐고 이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플레어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접한 이후 본인도 자연스럽게 3랩 가방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그를 접하는 사람이 늘면서 부대에서도 가방 이외에 다른 장구류 또한 배그에서 쓰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A씨는 원래 출타용 가방이라 불렀는데 배그가 유명해진 이후로는 부대 내에서도 전부 3랩 가방이라 부르고 있다며 방탄은 2뚝, 군장은 2랩 가방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키보드 앞의 20대가 다시 뜨거워 지고 있다. 배그 열풍에 대학가 PC방은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배그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3랩 가방, 감자, 치킨 등등 지금 대학가는 배그로 뒤덮여 있다. 배그는 100명의 플레이어가 한 맵에서 생존경쟁을 하는 배틀로얄 게임으로서 후라이팬, 정글도와 각종 총기를 이용해 다른 플레이어와 싸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기에 부착하는 각종 파츠와 탄도학을 완벽히 구현해 현실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며, 이외에도 다른 FPS게임처럼 무기와 탄약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과정에서 취득한다는 점, 그리고 자기장이라는 요소가 개입해 불확실성을 높인 점도 배그 만의 특색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배그를 운빨게임이라고 비난하는 유저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배그 유저들은 그 불확실성 조차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먹는 치킨이야 말로 짜릿함의 끝이라고. 배그 유저 김영빈(20) 씨는 실력 이외의 요소가 개입하는게 불공정할 수도 있지만 변수가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며 그 모든 요소를 다 극복하고 먹는 치킨이 배그의 진짜 매력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뛰어난 현실감과 색다른 매력을 바탕으로 배그는 오랫동안 PC방을 장악해왔던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제치고 PC방 좌석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총 120여석의 좌석을 갖추고 있는 대학가의 한 PC방에서는 약 80여대의 PC에서 배그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단체 손님이 많은 저녁시간대에는 전체 좌석의 80%가량을 배그가 점유한다고 한다. PC방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나영광(23) 씨는 수년간 LOL의 지배력이 절대적이었지만 지금은 배그가 압도적이라면서 요즘에는 PC방을 찾는 손님 중에 절반 정도가 배그를 찾고, 많을 때는 80%가 넘는다고 말했다. 한편 독보적인 PC방 점유율을 자랑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그 운영사의 부실한 운영과 빈약한 피드백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업데이트가 지속됨에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버그로 인해 운영사는 유저들의 꾸준한 항의를 받고 있다. 특히 삼토바이 버그는 배그 초창기 때부터 꾸준히 지적받았던 문제점임에도 아직까지 적지않은 유저들이 직접 겪거나 목격하고 있어 운영사의 대응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배그 유저 김도원(21) 씨는 현실감은 만족스럽지만 운영사의 관리부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는다며 운영사가 핵이나 버그를 고칠 의지가 없는듯 하다고 지적했다. ■ 대학 배틀그라운드 리그 진출한 iceplay팀 김영현박성은씨 "혼성팀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을것" - 학업게임 병행 강행군부모님 격려 큰 힘 됐죠 배틀그라운드의 인기에 힘입어 아마추어 리그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중 대학 배틀그라운드 리그(PSSU)에는 전북에서 유일하게 전주대 iceplay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iceplay 팀의 김영현(22)박성은(22) 씨를 만나봤다. -어떻게 팀을 만들게 됐나? 대회 공지가 뜬 이후로 학교 대나무숲에 팀을 구한다는 공고를 띄웠다. 그렇게 급하게 팀원을 모았는데 학기 중이다 보니 연습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iceplay라는 팀명은 어떤 의미인가? 차분한 게임을 하자는 의미에서 팀명을 그렇게 지었다. 급하게 만든 팀이다보니 의견이 갈릴 때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조금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었다. Nice play와 어감이 비슷한 점도 좋았다. -본선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 광주에서 예선을 치렀다. 총 20팀이 참여해 5팀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우리 팀은 4위를 차지했다.좋은 오더와 자기장 운과 맞물리면서 3라운드까지는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일찍 탈락하면서 반쯤 포기했는데 다행히도 4위로 올라갔다. -본선 경기장에서는 어땠나? 프로선수들이 경기하는 곳인데? 경기장에 설치된 컴퓨터 사양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픽카드, CPU 할 것없이 보통 PC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사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도중에 튕겼었다. 그 것 외에 흔히 얘기하는 자리빨도 없지는 않다. 앞쪽은 조명과 잡음 때문에, 통로 쪽은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이 있다. 게임을 하기에는 구석자리가 제일 좋다. -리그가 서울에서 진행됐는데 지방팀의 고충은 없었나? 주말이라서 차표 예매가 어려웠고, 경기를 끝내고 전주에 내려오면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학업과 대회를 병행하는 팀원들에게는 강행군이었다. 특히 일정 중에 어린이날이 끼어있어서 그 때는 교통편 때문에 여러모로 난감했다. -특별히 도움은 준 사람이 있다면? 부모님이 힘을 실어주셨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게임을 하는게 자랑할 일은 아닌데도 격려해주셨고, 주변에 자랑을 엄청 하셨다. 카톡 프사도 방송에 나오는 장면을 캡쳐해서 쓰실 정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도 방송을 봤다면서 전화로 격려해줬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혼성팀이라는 점은 꽤 특이하다. ▲ 이민욱 전북대신문사 전 사회부장 경기 중에 해설자들도 그 얘기를 했다. 배그를 하는 여성유저는 생각보다 많지만 대회 본선에는 우리 팀을 포함해 딱 두팀에만 여성 유저가 있었다. 그나마도 결승에는 우리 팀만 올라갔고 그래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여성유저들이 대회에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혼성팀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실력으로 주목받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더욱이 이번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분한 마음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실력을 길러 다음대회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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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2 20:33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대책 - 그곳이 어디든…꿈과 끼를 펼치는 당신이 진정한 '청소년'

매년 6~7만 명의 청소년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15년 정부가 발표한 관계부처 합동 학교 밖 청소년 대책에 따르면 학령기에 학교를 떠난 청소년이 누적기준 35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고, 전북도의 경우도 매해 1300여 명의 학생이 학업중단으로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보호하고 적절한 교육 및 자립 지원 등을 통하여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5년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그로 인해 기존 두드림해밀 사업이 학교 밖 청소년지원사업으로 확대변경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률에 따라 전국에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200여 개소가 설치됐고, 학교 밖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과 요구를 고려해 학업복귀 또는 사회진입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업복귀를 원할 경우, 복교, 검정고시, 상급학교 진학, 대안학교 입학 등을 지원하고, 사회진입을 원할 경우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취업, 자기계발 등을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도 전라북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에 의거 10개의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를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전국 꿈드림에서는 매월 전국우수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는데, 지난해 3월에 전라북도 꿈드림의 청소년 CEO 카페 꿈드림이 우수프로그램으로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은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단기간, 저임금 부당한 노동착취 등 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학교 밖 청소년들의 다양한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직업 체험장과 일자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대책을 추진하고자 시작됐다. 이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모임터를 제공, 직접 카페 수익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경제활동 체험, 지역사회 플리마켓에 참여하여 다양한 직업인들과 소통하며, 학교 밖 출신의 멘토와 밀착 소통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르도록 도와주었고, 대인관계 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청소년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은 저 같은 청소년들의 경우 취업을 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곳을 통해 바리스타 교육도 받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 걸림돌 1. 청소년이 모르는 청소년 지원 정부는 법시행과 함께 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 대상인 청소년들이 이곳을 모르는 것 또한 문제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법 제15조는 학생이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경우 교장은 해당 청소년에게 학교 밖 청소년 지원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지원센터를 연계하도록 하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 이행 경로에 따른 맞춤형 대책 연구에 따르면 지원센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427명의 학업중단 청소년 중 71.9%가 모른다고 답했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도 이곳 센터를 이용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통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 아이들을 통해서 여러 활동을 홍보하기도 한다고 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시는 학령기 청소년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 운영한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직업교육, 직업훈련 등 어느 곳에도 참여하지 않을 경우 담당 공무원이 직접 아이를 찾아가 상담을 통해 무엇이라도 하도록 지원한다. △ 걸림돌 2.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 학교 밖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그들을 학업복귀나 사회진입으로 이끄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를 그만둔 후 겪고 있는 어려움 1위(42.9%)가 선입견과 편견, 무시로 나타났다. 상담복지센터 한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이 모두 문제아라는 인식이 오히려 더 문제인 것 같다. 단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모두 범죄에 연루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학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강릉 여고생 집단 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 학생 5명 가운데 4명이 학교 밖 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더 그런 인식이 자리 잡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한 의원은 교육청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에 대해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은연중 작용하고 있고 지자체 역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역주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 그들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지원이 소홀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년) 학업 중단 고등학생(13만여 명) 중 실제로 학교폭력이나 학칙 위반으로 인한 퇴학은 3%, 제적유예면제로 인한 학업중단은 1%에 불과하다. ▲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문제아라는 낙인과 함께 어른들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학교 밖 청소년들이 폭력과 같은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더욱 더 좋지 않을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인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들에 대한 교육 당국과 사회적인 관심은 줄어든다.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실질적인 통계조차 없다. 청소년들이 학교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회의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그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커나가기까지 그들에 대한 보다 더 많은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은 학교 안의 청소년과 학교 밖의 청소년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그들을 포용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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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5 18:37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반달가슴곰의 귀환 - 파괴하고 복원하는 과오의 사슬, 언제쯤 끊어낼까

물관리일원화를 포함한 드루킹 특검으로 여야간 신경전이 한창이던 5월 중순, 한편에서는 반달가슴곰 KM53의 수술이 진행됐다.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던 KM53의 수술은 12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와 전남대 의료진이 달라붙어, 왼쪽 앞다리 어깨부터 팔꿈치 사이 복합골절을 고정시켜야 했다.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KM53은 현재 의식을 회복했고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낼지는 회복 경과를 지켜보며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90년대 말부터 진행해온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한 최근의 성과는 무척 고무적이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 멀리 러시아와 북한에서 들여온 20마리로 시작해서, 2004년 첫 방사가 시작된 이래 올해 초 태어난 8마리의 새끼를 포함해 총 56마리까지 늘었다. 애초 2020년으로 예상했던 최소 존속개체군 50마리의 목표치가 앞당겨졌다. 현재 추이라면, 10년후 쯤에는 약 100마리 규모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개체 수 증가에 따라 서식지도 확대될 것인데, 지리산을 거점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퍼져나갈 것으로 짐작된다. 이미 2014년 광양과 곡성, 김천 수도산까지 100㎞를 이동했던 사례가 있다. 조만간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 남원과 무주, 진안, 장수에서도 곰을 만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될 것 같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곰과 호랑이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 서식해왔다. 우리는 아직 지난 평창 패럴림픽과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반다비와 수호랑을 기억하고 있다. 분명 특별한 인연을 맺은 동물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수난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과거에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전국에 서식하였으나 일제강점기 해수구제(害獸驅除) 명목으로 대량 포획되었다. 조선총독부통계연감 기록에 따르면 1915년~1943년 사이 곰 1076마리가 포획되었고, 1950년대 이후 수렵에 의해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지리산 등에서 개체수가 급감하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절멸되었다. 그간의 서식분포조사에서 중동부 민통선부터 지리산까지 약 20여 마리 정도가 겨우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멸종 위기는 비단 반달가슴곰만의 문제가 아니다. 흔히 꽃사슴으로 불리는 대륙사슴과 사향노루, 황새, 따오기, 소똥구리 등 정겨운 이름들이 남획과 서식처 파괴 등의 이유로 이미 멸종했거나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어서, 반달가슴곰처럼 종복원사업 대상이다. 국가가 이들을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9년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지난 해 말까지 지정된 멸종위기야생생물은 모두 267종(I급 60종, II급 207종)이다. 전라북도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지난 2014년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77종이 목록에 올라있고, 우리 지역에서만 살고 있는 임실납자루나 부안종개 같은 종도 있다. △파괴와 복원을 반복하는 아이러니 멸종 우려와 보전에 대한 목소리는 우리보다 앞서 국제사회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세계적인 과학지인 네이처(Nature)는 2200년에 현재의 포유류 25%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며, 기후변화와 인간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우리 후손들은 표범과 코끼리, 펭귄을 박물관에서나 만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자원 및 자연보호를 위하여 국제연합(UN)의 지원을 받아 1948년에 국제기구로 설립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들에 관한 적색목록을 작성하여 전 세계국가들의 협력을 끌어내고 있다. 『오리진』의 저자 리차드 리키는 공룡의 멸종에 필적하는 상상 이상의 대규모 멸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한때 회색늑대는 북미대륙 전역에 분포했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양과 소를 치는 농장주와 사냥꾼들에 의해 약 200만 마리가 사라졌다. 그들에게 늑대는 악마 같은 존재였고, 마녀사냥 같은 늑대사냥이 벌어졌던 것이다. 1973년 미국 의회가 멸종위기종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킬 즈음 겨우 400~500마리 만이 남게 되었다. 뒤늦게 복원사업이 추진되었고, 1990년대 중반 캐나다와 인근 지역으로부터 66마리의 늑대가 옮겨졌다. 그리고 약 10년 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167마리를 포함하여 복원지역에 총 301마리의 늑대가 확인되었다. 늑대의 수가 늘어나면서 예상대로 로키산맥 북부 지역주민들의 피해도 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도 벌어졌다. 최상위 포식자의 증가는 풀을 뜯는 엘크(Elk)와 가지뿔영양의 감소로 이어졌고, 황폐해졌던 초원의 식생이 점차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개울가의 사시나무와 버드나무의 군락이 점차 회복되면서 물길이 안정되고 토양침식이 줄었다. 비버들이 다시 댐을 지어 다양한 서식기반이 마련되자, 물고기와 새의 개체수도 늘었다. 늑대가 먹다 남긴 엘크의 사체는 회색곰들을 살찌웠고, 절반으로 줄어든 코요테 때문에 다람쥐와 여우같이 작은 동물들이 늘면서 독수리와 매의 출현도 빈번해졌다. 전문가들은 늑대 복원 이후 훨씬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게 된 국립공원의 생태계가 건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반달가슴곰은 겨우 멸종의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현실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곰과의 공존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까치나 멧돼지와 같은 동물들과의 공존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과수농가나 지역주민들의 피해도 증가할 것이고, 더러는 한밤중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곰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빈번해질수록 낭만적인 동화 같은 상상이나 민족의식 고취의 의미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건강한 한반도 생태계 회복의 징표라고 설명하는 학자들의 설명조차 달갑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1차 복원사업의 성공소식에도 불구하고, 반달가슴곰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 없는 이유다. 바로 엊그제, 물관리일원화와 관련된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천관리법을 국토부에 존치시키기로 한 부분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반쪽짜리 물관리일원화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성명서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이며, 지난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4대강 재자연화도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담겨있다. 위기를 만들어 내고, 또 다시 복원을 반복하는 과오를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몇 해 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집 나간 명태를 찾는다며 마리당 50만원의 사례금을 내건 적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소똥구리 50마리를 5천만 원에 구한다는 입찰공고가 지난 3월, 환경부 홈페이지에 떴다. 한 마리당 백만 원이다. 어른들의 추억 속에 발에 밟히도록 지천이었던 소똥구리가 어쩌다 멸종위기 II급에 지정되고, 종복원 대상 목록에 오르게 된 것일까. 학자들은 1970년대 이후 사료와 항생제로 소를 사육하기 시작하면서 소똥구리들이 급감했다고 원인을 밝혔다. 이미 우리의 산, 들, 바다에서 무엇 하나 멀쩡한 것이 없어 보인다. /신진철 전 전북자연환경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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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9 18:46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선거방송' - "우리 동네 진짜 일꾼 찾기…토론회 보고 옥석 가려요"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누가 후보자로 나왔는지, 어떤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또 시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의제를 정확히 알고, 이를 자신의 정책이나 공약에 반영하고 있는 후보자들은 얼마나 될까? 시민들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 기초의원들의 경우는 더 알기 어렵다. 그저 선거사무소 앞에 펼쳐진 현수막과 출퇴근길에 사거리에 서서 인사하는 모습만 볼 뿐이다. 후보자들 역시 지역주민의 삶의 현장의 내용을 담아내려는 노력들이 부족하다.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선거는 끝났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선거현실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다. 바로 시민들이 만드는 우리동네 선거방송이다. 우리동네 선거방송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시민이 주체적 역할을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선거방송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실험이다. 특히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소홀히 다뤄졌던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리동네 선거방송은 크게 세 영역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기초 및 광역의원 소개와 공약검증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평화동과 송천동마을신문과 함께 두 지역의 기초 및 광역의원 후보자 기본 프로필과 인터뷰 영상, 해당 선거구 현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담은 찾아가는 시민마이크 영상을 제작하고 SNS와 케이블방송을 통해 방영했다. 두 번째로 유권자 의제 토론회도 열었다. 지난 5월 16일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분석하고, 분야별 유권자 의제를 제안했다. 지방선거 키워드로는 지방선거와 지방분권, 선거구도, 청년 등 유권자 참여, 교육감선거 등 4개 키워드를 선정해 분석하고, 지방선거 의제는 지역/자치/문화, 환경/복지/교육, 여성/언론, 생활 분야로 나눠 발굴된 유권자의제를 제안하고 설명했다. 특히 생활분야 유권자 의제는 시민들의 삶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 영상으로 담아냈다. 토론회 촬영과 녹화는 우리동네 선거방송에 참여하고 있는 전주시민미디어센터와 티브로드 전주방송이 함께 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이상민 사무처장(익산참여연대)은 후보자가 많고, 잘 알지 모르는 지방선거 환경에서 검증되고 제대로 된 인물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이런 방송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이번 우리동네 선거방송의 중요성을 평가했다. 유권자 의제 토론회는 티브로드 전주방송(채널 1)과 페이스북 페이지(우리동네 선거방송)를 통해 방영된다. 티브로드 전주방송의 경우 23일 오후 2시와 자정(12시), 24일과 25일은 각각 오후 10시에 시청할 수 있다. 우리동네 선거방송은 또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광역의원(전주 제8선거구, 송천 12동)과 기초의원(전주 카선거구, 우아12동/호성동)을 대상으로 하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후보자 토론회는 선거방송 기획단에서 제시하는 공통질문과 후보자 상호토론, 그리고 시민들로 부터 받은 유권자 질문 형식으로 진행된다. 유권자 질문은 공모를 통해 발굴하고 있다. 후보들에게 질문하고 싶은 시민들은 우리동네 선거방송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 ▲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후보자 토론회는 그간 미디어선거에서 배제되었던 지방의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준비되었다. 또한 유권자들에겐 후보자들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후보자들에겐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자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후보자 토론회 역시 티브로드 전주방송(채널 1)과 SN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광역의원 토론회는 티브로드 전주방송의 경우 5월 31일 오후 9시 30분, 6월 1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영된다. 기초의원 토론회는 6월 1일 오후 9시 30분, 6월 2일 10시 30분에 각각 방영될 예정이다. 이번 우리동네 선거방송의 기획을 맡고 있는 박민 소장(참여미디어연구소)은 그동안 지상파방송과 지역일간지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후보자 초청토론회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에 국한되어 왔다며 지방의원 후보자 토론회는 지방의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함께 지방분권 개헌 등 지역자치권 확대에 걸맞은 책임 있는 지방의회 구성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기초 및 광역의원에 대한 검증작업이 마을미디어들과 케이블방송에 의해 시도된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유권자 의제 토론회를 준비하고 직접 참여하신 소감은? 이번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시민들의 촛불로 세워진 정부에서 치르는 첫 번째 선거이다. 그래서 어떤 후보를 지역의 일꾼으로 뽑을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일 잘 하는 후보를 뽑으려면 출마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봐야 한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정치인에 대한 상과 거리가 먼 후보가 당선이 된다. 그 위험성을 줄이고자 유권자가 직접 뽑은 지역의 문제들과 현안을 가지고 유권자 의제 토론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유권자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지방자치가 실현된다고 본다. -지역주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거의제는 어떤 것들인가요? 송천동은 거주 인구가 7만이 넘는다. 에코시티까지 입주가 끝나면 8만이 가까울 것이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개발 중심으로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고,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환경에 불안감을 토로한다. 전주시에서 주장하는 생태도시와는 거리가 먼 아파트 밀집지역의 녹지공간 부족과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한 상시 불법 주차와 사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기반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지어지는 아파트도 송천동 주민들에겐 풀어야 할 숙제다.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준비 중에 있는데, 후보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처음 섭외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토론회는 후보자들이 자기 소신을 밝히고, 지역민에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이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토론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초, 광역의원 선거는 그동안 토론회가 많지 않았다. 후보자들이 거리에서 인사를 하는 선거 방식에 익숙해있다 보니 토론회 출연에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시민 촛불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의 의식이 높아진 만큼 후보자들도 그 점을 인식해 광역의원 토론회에 모두 참여하기로 했다. -지방선거에서 마을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마을미디어는 지역민과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기사를 쓰고 취재를 한다. 이번 지방 선거는 마을을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 것이니 만큼 우리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묻지 마 선거를 해 온 유권자들에겐 후보자를 꼼꼼하게 살필 수 있게 하고, 정당을 보고 투표한 분들에겐 후보자들의 정책을 따져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신문이 후보자들의 신상과 정책을 담아내고, 토론회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마을미디어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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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2 19:21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20대 주식 도전 '명과 암' - '삼포세대' 청년들, 푼돈으로 '일확천금' 꿈 꾸는 사회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A교수는 종종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제자들을 본다. 굳이 신경써서 찾아본 적은 없지만 강의시간마다 힐끔힐끔 휴대폰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생들이 강의시간 마다 그렇게 딴 짓을 하는 모습이 좋게 보일리가 없지만 A교수는 주식투자를 하는 제자들을 진심으로 격려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전업투자자에 도전한 제자가 생각난다고 한다. 주식으로 성공해서 밥을 샀던 제자가 있어요. 몇 년 후에 만났더니 전업투자가가 됐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친구였어요. 최근 들어 중장년과 직장인의 전유물이었던 주식에 유난히 20대가 많이 몰려들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어플을 통한 비대면 계좌 개설이 활발해지고 동시에 지난해 주식시장이 역사적인 활황을 기록하면서 20대의 주식시장 신규 유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20대의 주식투자는 사회 현상이 됐지만, 그 이면의 명암도 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수료로 증권사 고르기 주식투자의 첫 걸음은 증권사 선택이다. 증권사를 선택할 때, 수많은 증권사가 다양한 강점을 내세우면서 고객을 끌어들이지만 절대적으로 증권사를 고르는 최우선 기준은 수수료다. 매매빈도가 높다면 단 돈 10원이라도 수수료를 아끼는 편이 좋다. 스켈핑(초단기거래)과 데이트레이딩(하루 단위 매매)을 매매기법으로 삼는 B씨는 올해 S증권에 계좌를 개설하며 기존의 계좌를 정리했다. S증권의 서비스가 뛰어나지도 않고, 신뢰도는 다른 곳보다 떨어지지만, 비대면 계좌를 통해 주식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스켈핑의 특성상 하루에 많게는 백단위로 거래를 하는데 종종 수익을 거두고도 정작 수수료 때문에 손실이 나는 경우가 있어요 수수료가 없으니 이제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주식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수수료에 따라 증권사를 결정했지만 의외로 오래된 사람들은 수수료와 상관없이 K증권사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수년 전만해도 K증권이 가장 저렴한 수수료에 적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K증권의 서비스에 적응돼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있었다. △테마주 위주의 매매, 외자도 외자나름 대부분 20대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만큼 운용하는 자금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금은 지방선거와 정상회담으로 인해 모든 자금이 테마주에 쏠려있는 상황이라 특정 테마주로 엮이기만 하면 움직임이 무겁다는 평가를 받던 종목들도 하루에 10%씩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어 말 그대로 테마주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시기다. 따라서 평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테마주에 몰려있다. 하지만 테마주는 주가가 실적에 바탕을 두지 않고 근거 없는 기대와 군중심리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기회와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주식경력 2년차의 C씨는 정상회담 테마주로 10%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지방선거 테마주의 손실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을 사놨었는데 뜬금없이 사건 터지는 바람에 15%정도 손해봤어요. 비중을 제일 크게 준 주식이었는데 아직까지 손실 복구가 안됩니다. 하소연과 함께 C씨는 본인이 매수한 종목을 보여줬다. 외국계 자금이 며칠째 유입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자금 유입을 확인한 C씨의 표정은 어두워 졌다. C씨는 일반적으로 외국계 자금과 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주가상승의 신호지만 모든 외국계 자금이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정 거래원의 외국계 자금이 들어올 때는 오히려 개미들이 몸을 사려야 할 때라고. 우리 같은 개미들은 M사를 메루치라고 불러요. 얘들 들어오면 비리비리한게 힘도 못쓰고 주가가 떨어지는게 멸치같다고 해서 붙인 별명인데 저도 어지간하면 M사를 호가창에서 보면 자금을 빼요. △의심하고 조심하라 주식을 시작해 부침을 겪었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에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의심을 꼽았다. 무언가를 믿고 신뢰하는 순간 위험이 시작되는데 그 위험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돈은 이미 잃은 것이란다. 이와 관련해 20대부터 주식을 시작해 10년 가까이 거래를 이어오고 있는 D씨는 주식 할 때 만큼은 제발 멘토를 찾지 말라고 충고한다. 저도 20대부터 주식을 시작했지만 20대에는 먼저 성공한 멘토를 찾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주식판은 멘토를 찾거나 의존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사기치는 사람들만 주의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가능한 한 혼자서 길을 찾으세요. 덕목을 충실히 따르면서 조심성과 비밀이 많아지는지, 경력이 쌓인 투자자들은 자신이 주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직장 동료나 친구에게 비밀로 하는 것은 물론이며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해 E씨는 주변에서 알고 있을 때 실익은 없고 신경쓰이는 일만 생긴다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제가 주식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 꼭 추천을 해달라고 하는데, 제가 추천해준 종목으로 벌면 자기들 덕이고 잃으면 제 탓을 해요. 마음만 불편해지데 뭐하러 얘기를 하겠어요. △노동혐오? 노동불신! 일각에서는 다수의 20~30대가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뛰어드는 지금의 사회현상을 노동혐오의 일종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노동이라는 건실한 수단을 포기하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인 도박판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주식에 뛰어든 당사자들은 본인의 선택이 단순한 노동혐오나 일확천금의 꿈과는 거리가 있음을 얘기한다. 오히려 현실의 지엄함을 마주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노동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노동에 대한 신뢰의 하락이자 불신이죠. 이제는 일만 해서는 평생 벌어먹어도 그 다음이 없는 시대라는걸 다들 알아요. 그렇다고 푼돈 밖에 없는 사람들이 건물을 사겠어요? 땅을 사겠어요? 주식밖에 길이 없죠. △청년 실업 10%, 주식에 몰리는 20대 국내 주식시장에서 20대 주식투자자가 늘면서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1975개사의 실질주주 분석 결과 20대 주식 투자자는 전년(34만명) 대비 31.9% 증가한 45만462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0대는 10.7% 증가한 117만여명, 40대는 5.5% 늘어난 137만여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50대는 2.6% 증가하는 데 그쳤고, 60대 이상은 오히려 투자자 수가 줄었다. ▲ 이민욱 전북대 신문사 전 사회부장 20대 주식 투자자는 최근 5년간 매년 증가세를 나타낸 가운데 지난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 2011년 20대 주식 투자자 수는 29만4000명을 나타냈다. 2012년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31만8000명을 기록했다. 2013년은 전년 대비 6.6% 늘어난 33만9000명, 2014년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1.8%)한 34만5000명을 나타냈다. 2011년 이후 매년 한 자리대 증가세를 나타냈던 20대 주식 투자자 수는 지난해 45만5000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며 최근 5년래 최대 증가치(31.9%)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이 10%에 육박한데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층이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민욱 전북대 신문사 전 사회부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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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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