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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20대 주식 도전 '명과 암' - '삼포세대' 청년들, 푼돈으로 '일확천금' 꿈 꾸는 사회

비대면 계좌 개설 활성화
수수료 따라 증권사 선택
테마주 등 단기투자 성행
“벌면 내 덕, 잃으면 네 탓”
경력자들, 주변에 비밀로
의심·불신 커진 사회단면

▲ 스마트폰으로 주식 주가를 확인하는 모습.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A교수는 종종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제자들을 본다.

굳이 신경써서 찾아본 적은 없지만 강의시간마다 힐끔힐끔 휴대폰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생들이 강의시간 마다 그렇게 딴 짓을 하는 모습이 좋게 보일리가 없지만 A교수는 주식투자를 하는 제자들을 진심으로 격려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전업투자자에 도전한 제자가 생각난다고 한다.

“주식으로 성공해서 밥을 샀던 제자가 있어요. 몇 년 후에 만났더니 전업투자가가 됐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친구였어요.”

최근 들어 중장년과 직장인의 전유물이었던 주식에 유난히 20대가 많이 몰려들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어플을 통한 비대면 계좌 개설이 활발해지고 동시에 지난해 주식시장이 역사적인 활황을 기록하면서 20대의 주식시장 신규 유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20대의 주식투자는 사회 현상이 됐지만, 그 이면의 명암도 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수료로 증권사 고르기

주식투자의 첫 걸음은 증권사 선택이다. 증권사를 선택할 때, 수많은 증권사가 다양한 강점을 내세우면서 고객을 끌어들이지만 절대적으로 증권사를 고르는 최우선 기준은 수수료다. 매매빈도가 높다면 단 돈 10원이라도 수수료를 아끼는 편이 좋다. 스켈핑(초단기거래)과 데이트레이딩(하루 단위 매매)을 매매기법으로 삼는 B씨는 올해 S증권에 계좌를 개설하며 기존의 계좌를 정리했다. S증권의 서비스가 뛰어나지도 않고, 신뢰도는 다른 곳보다 떨어지지만, 비대면 계좌를 통해 주식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스켈핑의 특성상 하루에 많게는 백단위로 거래를 하는데 종종 수익을 거두고도 정작 수수료 때문에 손실이 나는 경우가 있어요 수수료가 없으니 이제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주식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수수료에 따라 증권사를 결정했지만 의외로 오래된 사람들은 수수료와 상관없이 K증권사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수년 전만해도 K증권이 가장 저렴한 수수료에 적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K증권의 서비스에 적응돼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있었다.

△테마주 위주의 매매, 외자도 외자나름

대부분 20대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만큼 운용하는 자금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금은 지방선거와 정상회담으로 인해 모든 자금이 테마주에 쏠려있는 상황이라 특정 테마주로 엮이기만 하면 움직임이 무겁다는 평가를 받던 종목들도 하루에 10%씩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어 말 그대로 테마주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시기다. 따라서 평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테마주에 몰려있다. 하지만 테마주는 주가가 실적에 바탕을 두지 않고 근거 없는 기대와 군중심리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기회와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주식경력 2년차의 C씨는 정상회담 테마주로 10%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지방선거 테마주의 손실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을 사놨었는데 뜬금없이 사건 터지는 바람에 15%정도 손해봤어요. 비중을 제일 크게 준 주식이었는데 아직까지 손실 복구가 안됩니다.”

하소연과 함께 C씨는 본인이 매수한 종목을 보여줬다. 외국계 자금이 며칠째 유입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자금 유입을 확인한 C씨의 표정은 어두워 졌다. C씨는 일반적으로 외국계 자금과 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주가상승의 신호지만 모든 외국계 자금이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정 거래원의 외국계 자금이 들어올 때는 오히려 개미들이 몸을 사려야 할 때라고.

“우리 같은 개미들은 M사를 ‘메루치’라고 불러요. 얘들 들어오면 비리비리한게 힘도 못쓰고 주가가 떨어지는게 멸치같다고 해서 붙인 별명인데 저도 어지간하면 M사를 호가창에서 보면 자금을 빼요.”

△의심하고 조심하라

주식을 시작해 부침을 겪었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에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의심을 꼽았다. 무언가를 믿고 신뢰하는 순간 위험이 시작되는데 그 위험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돈은 이미 잃은 것이란다. 이와 관련해 20대부터 주식을 시작해 10년 가까이 거래를 이어오고 있는 D씨는 주식 할 때 만큼은 제발 멘토를 찾지 말라고 충고한다.

“저도 20대부터 주식을 시작했지만 20대에는 먼저 성공한 멘토를 찾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주식판은 멘토를 찾거나 의존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사기치는 사람들만 주의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가능한 한 혼자서 길을 찾으세요.”

덕목을 충실히 따르면서 조심성과 비밀이 많아지는지, 경력이 쌓인 투자자들은 자신이 주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직장 동료나 친구에게 비밀로 하는 것은 물론이며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해 E씨는 주변에서 알고 있을 때 실익은 없고 신경쓰이는 일만 생긴다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제가 주식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 꼭 추천을 해달라고 하는데, 제가 추천해준 종목으로 벌면 자기들 덕이고 잃으면 제 탓을 해요. 마음만 불편해지데 뭐하러 얘기를 하겠어요.”

△노동혐오? 노동불신!

일각에서는 다수의 20~30대가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뛰어드는 지금의 사회현상을 노동혐오의 일종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노동이라는 건실한 수단을 포기하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인 도박판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주식에 뛰어든 당사자들은 본인의 선택이 단순한 노동혐오나 일확천금의 꿈과는 거리가 있음을 얘기한다. 오히려 현실의 지엄함을 마주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노동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노동에 대한 신뢰의 하락이자 불신이죠. 이제는 일만 해서는 평생 벌어먹어도 그 다음이 없는 시대라는걸 다들 알아요. 그렇다고 푼돈 밖에 없는 사람들이 건물을 사겠어요? 땅을 사겠어요? 주식밖에 길이 없죠.”

△청년 실업 10%, 주식에 몰리는 20대

▲ 한 20대 주식 투자자가 주식에 대해 수첩에 메모한 내용.
▲ 한 20대 주식 투자자가 주식에 대해 수첩에 메모한 내용.

국내 주식시장에서 20대 주식투자자가 늘면서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1975개사의 실질주주 분석 결과 20대 주식 투자자는 전년(34만명) 대비 31.9% 증가한 45만462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0대는 10.7% 증가한 117만여명, 40대는 5.5% 늘어난 137만여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50대는 2.6% 증가하는 데 그쳤고, 60대 이상은 오히려 투자자 수가 줄었다.

▲ 이민욱 전북대 신문사 전 사회부장
▲ 이민욱 전북대 신문사 전 사회부장

20대 주식 투자자는 최근 5년간 매년 증가세를 나타낸 가운데 지난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 2011년 20대 주식 투자자 수는 29만4000명을 나타냈다. 2012년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31만8000명을 기록했다. 2013년은 전년 대비 6.6% 늘어난 33만9000명, 2014년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1.8%)한 34만5000명을 나타냈다. 2011년 이후 매년 한 자리대 증가세를 나타냈던 20대 주식 투자자 수는 지난해 45만5000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며 최근 5년래 최대 증가치(31.9%)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이 10%에 육박한데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층이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민욱 전북대 신문사 전 사회부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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