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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민주적인 학교문화 정착을 위한 학교자치

임실 대리초등학교에서 학부모회와 학생회가 만나 협의를 하고 있다.
임실 대리초등학교에서 학부모회와 학생회가 만나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전라북도 교육청(이하 ‘교육청’)이 학교자치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교육청의 학교자치조례 제정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공포했으나 교육부가 제기한 조례안 무효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서 대법원은 전북학교자치조례에 대해 상위법령 위반이라며 무효판결을 내렸다. 이에 교육청이 일부 수정하여 다시 학교자치조례안을 마련한 것이다.

학교자치조례안의 1조를 보면 ‘전라북도 학교 교육의 주체들에게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 공동체 실현과 건강한 배움과 성장의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과거에 비해 학교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구조적으로 학교장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며, 교장의 성향에 따라 학교의 운영방식은 많이 달라지는 모습 역시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자치를 법률로 규정해 교육 주체들이 학교 운영을 위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 교육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 배려로 만들어가는 학교자치

임실에 있는 대리초등학교(이하 ‘대리초’)는 교육 주체들이 각각의 활동을 통해서 자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리초는 학생 수 급감으로 폐교위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학생을 중심에 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그를 극복하고, 슬로우 스쿨(천천히 기다려주기)이라는 운영방식으로 학교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다모임)는 상호협력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학교 철학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다모임은 다른 학교의 일반적인 학생회와는 다른 운영방식으로 올해 9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다른 학교의 경우 학생회의 자치활동은 학교나 학부모의 영향력이 미치고 학생들의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대리초의 경우는 순수하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이뤄진다. 학교는 다모임의 역할에 대해 철저하게 존중하고 학생들의 요구와 필요에 지원과 지지를 하고 있다.

대리초 교사와 학부모는 매년 12월에 1박 2일 교육과정 워크숍을 진행한다. 가족 캠프처럼 진행되는 워크숍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하고 다음 연도를 준비하는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 교사와 학부모들은 상호 간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학부모회에서는 자체 설문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학교 교육과정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교사회는 학교 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위해 사안이 생기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조정을 통해 사안을 해결하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러한 학교의 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해 관리자들은 보다 적극 지원하고 있고, 교육 주체들은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리초 한 교사는 “학교자치의 핵심은 학생들이 자발성과 협력을 통해 민주시민이 되어가는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가 따로 자치가 아닌 학생을 중심에 둔 협력 가능한 자치활동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교사회와 학부모회는 학생자치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결국 학교 자치를 제대로 살리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 주체들의 의지와 상호존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교육 주체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과 지지 또한 필요하다.

△ 교육 주체 간 갈등 상황도 간과해선 안 돼

반면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불협화음으로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원 세 명이 올해 9월 1일 자로 전보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세종시교육청 유초등 교육공무원 인사 관리원칙 제34조(비정기 전보)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기타 물의 야기 또는 사고로 전보를 필요로하는 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 언론에 의하면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한 해당 학교 교직원 회의 규약을 두고 관리자와 교사와의 갈등을 그 사유로 들고 있다. 그 교직원 회의 규약에서는 학교의 모든 의사결정은 교직원 회의에서 결정하며, 그 결과도 역시 지키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규약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가 이 학교에서 교감과 일부 부장교사들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부장교사 직을 맡고 있던 해당 교사들은 부장교사 직무거부를 했으며 여름방학 일주일여를 앞두고 병가를 냈다. 이에 시 교육청은 해당 교사들과 교감에게 전보 발령을 냈다. 교사들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일으키고, 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이며, 교감은 교장 대행 관리자로서 복무지도 감독에 그 소홀함을 적용한 것이다.

위 사례는 하나의 학교 규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교 공동체가 흔들린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부장교사와 교감, 교육청은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생각은 어떨지 자못 궁금해진다. 가장 중요한 학생의 입장은 그 누구도 대변한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임교사가 많았던 신설학교이고 교장의 공석이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견을 모아가는 민주적인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있어서 합의를 이뤄가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지난해 6월 임실 대리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족캠프 알뜰시장 모습.
지난해 6월 임실 대리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족캠프 알뜰시장 모습.

△ 충분한 논의와 협의 과정 필요

현재 학교현장의 운영과정에서 이전보다 민주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는 하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쉽게 이야기하기는 것 또한 아직은 쉽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그러하기에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 과정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모두가 이해할 만한 근거와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언제나 학생들을 중심에 둔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교 구성원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학교자치의 실현은 가까워지며, 또한 이는 학생을 모든 사고의 중심에 두었는지를 검증하는 것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학교자치는 교육자치의 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파종부터 물과 햇빛 등 그 관리에서도 많은 조건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는 학교자치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학교자치조례라는 소중한 씨앗이 충분히 그 싹부터 틔우기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전라북도교육청 역시 학교자치조례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밀하고 면밀한 접근을 통해 학교자치가 학교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자치가 진심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면, 학교자치조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학교자치가 이뤄지기 위한 선행과정을 전라북도교육청이 먼저 보여줘야 한다.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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