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의 화두를 꼽으라하면 국가적으로는 단연 ‘남북한 평화협상’일 것이다. 전라도 입장에서 하나 더 보탠다면 ‘정도 1,000년’이 아닐까 한다. 전라도는 조선 팔도 중에서 가장 먼저 생긴 도(道)로 두 번째인 이웃 경상도보다 무려 300여년이나 앞섰다고 한다. 이에 부합하는 전라도의 정신, 문화와 예술은 우리의 정체성이고 나아가 민족의 긍지이며 자랑이다. 이에 말석에서나마 고향의 예술 진흥에 깜냥을 하고 있는 소리꾼으로서 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일상생활에서 한복입기에 앞장서자고 제안합니다.
격식을 갖추는 자리에는 으레 정장(正裝)을 차리고 오라는 주문이 있고, 사람들은 당연히 양복 또는 양장을 차리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원피스나 투피스를 입어야만 도리를 다 한 것인 양 떳떳해 하고 만족해한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 군인의 정장은 군복이고. 의사나 간호사의 정장은 가운이며, 교복이 있다면 학생의 정장은 교복이다. 왜냐하면 정장은 격식이나 의식에 맞게 차리는 복장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의 정장은 양복과 양장이겠지만, 이 땅의 일반인에게 있어서 두루 통하는 정식의 복장, 이 땅의 정장은 우리 옷, 한복이다.
모두가 우리 옷, 한복은 아름답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잘 입지 않는다. 평상시에 입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젊은이의 경우, 청바지는 한 두 벌씩 갖추어 놓고 산다. 그러나 우리 옷, 한복 한 벌을 제대로 갖춘 젊은이는 별로 없다. 어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식 때 해 입은 한 벌로 일생을 살다가 자녀들 결혼이나 본인 칠순 때 정도에 한 번 더 입는 옷이 한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다행히 요즘 전주한옥마을에 가면 비록 1회성이긴 하지만 각양각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패션 감각을 얘기하고, 옷 입기의 격식과 교양, 또는 매너를 얘기하지만 우리 옷, 한복의 격식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서양의 의생활에 관계되는 절차와 격식을 모르면 부끄러워한다. 교양과 지식의 척도가 서양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사대주의이다.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의 정치인에게서 자기 나라 고유의상을 보게 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국제회의 등 외교적인 무대에서 그들은 너무나 당당하게 자기나라의 고유한 입성을 정장으로 입고 있으며 다른 나라 사람에게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우리 옷을 입은 정치인이나 외교관 찾기가 힘들다. 만약 한복을 입고 정사를 살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민족과 역사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회의 일상화된 싸움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새해 첫날, 의회 개원식, 국경일에 공인들을 비롯한 각계 지도층들이 한복을 갖추어 입으면 입을수록 이에 따른 책임감과 역사의식이 깊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복장은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고 사고의 틀을 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복을 입는 것 그것은 대한민국의 긍지와 자존감을 세우는 일이다. 한복 갖춰 입기 운동은 전라도가 선도해야 한다. 전라도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전라도는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 우리 예술의 본향(本鄕)이기 때문이다.
명절날, 국경일 등 뜻을 새겨야 하는 기념일에 격식있게 차려 입은 한복자락이 넘실거리는 전라도의 거리거리를 흐뭇하게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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