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음식을 먹고 엄지 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전라도 음식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맛이 자랑이기 때문이다.
전라도 음식은 좋은 식재료와 전통적인 손맛 그리고 숙성의 조상경험이 조합되어 밥상에 오른다. 전라도 음식의 맛을 내는 양념은 정성이다. 어느 지방의 음식인들 정성 없이 밥상에 오르겠는가마는 전라도 음식 속에는 맛의 유전자를 키워내는 인간 내면의 철학이 존재한다.
음식이 약이고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은 식재료의 착함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지리산의 구전자원을 조사하면서 할머니들의 공통된 생각을 들여 다 보았다. 음식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善)함을 들인 정성의 산물이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이렇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음식 중에 청국장이 있다.“콩 농사가 반찬의 절반이다”라는 속담처럼 콩은 우리 식찬의 중요한 재료이다. 간장, 된장, 두부를 비롯하여 청국장에 이르기까지 콩이 주재료가 되는 음식은 오래되고 다양하다.
청국장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삶은 콩에 지푸라기를 꽂아서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씌워 놓으면 청국장이 된다. 이러한 청국장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하는 질문에 우리세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콩이라고 답한다. 그러면 조상들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선조들이 청국장 음식문화에 들인 정성의 실체는 이렇다. 청국장을 띄워주는 발효균은 지푸라기에 들어있고 그 발효균이 착해야 착한 청국장이 되어 그것의 음식이 착한 사람을 내고 마을 공동체가 이웃사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착한 청국장을 내는 방법은 착한 사람이 지은 농사의 볏짚을 집집마다의 청국장 발효에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조상들의 농촌에서는 연말이면 마을 총회 때 가장 착한 사람 한명을 선정해서 선행상을 주기도 했다. 그 상을 받은 농부가 일 년 동안 지어놓은 쌀농사 볏짚 속에는 착한 발효균이 살고 있으니 그 지푸라기를 집집마다 가져다 청국장을 만들었다. 그러면 착한 청국장이 되고 그 음식으로 착한 사람을 키워낸다는 생각이 전라도 사람들의 생활음식 철학이었던 것이다.
전라도 사람들이 음식에 들인 착한 마음은 음식속담에 크고 많다. 특히나 간장은 모든 음식의 감초이고 그 정체성은 집안의 기둥이었다. 그래서 장독에 들인 정한수와 할머니들의 정성이 오랜 세월 동안 그 속에 들여져 온 것이다. 전쟁 피난길에도 집안의 간장씨앗은 가장 먼저 챙겨야 했던 피난 짐 일호였고, 집에 불이 나도 간장독만 잘 지켜내면 집안을 다시 일으키는데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실천해 냈던 전라도의 음식 문화는 풍류와 예술과 고을공동체의 에너지가 되어왔다.
“조상은 제사 때 집 간장 냄새를 따라 온다” “집안이 망해도 집 간장은 팔지 않는다” “오일 장터에 집 간장을 팔러 오는 사람 없다” “노름빚에 집 간장은 없다”와 같은 속담에 전라도 사람들이 음식에 들인 정성의 크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집성체는“음식은 약이고 사람을 낸다”는 심성의 본체다.
입맛만 잘 맞게 해내는 음식솜씨는 손맛에서 나오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솜씨는 자연의 이치를 헤아려 내는 눈맛에서 나온다. 그래서 집안의 음식에 눈맛과 손맛을 가지게 하려는 며느리 십년 시집살이는 전라도 음식문화의 총아다.
“음식은 천리 손님도 부른다며 극찬을 받았다”는 전라도 음식은 하루에 세 번 착해지는 선행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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