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견학을 갔다가 공룡화석 밑에서 잠이 들어 다시 찾으러 갔던 아이가 바로 미국의 천재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였다고 합니다.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 박물관에 드나들면서 무한한 탐구심과 상상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박물관에서 키운 풍부하고 기발한 스필버그의 상상력은 현실을 뛰어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쥬라기 공원> 의 공룡으로, <인디아나존스> 의 고고학 등으로 재현되어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 몸에 받던 공룡의 존재가, 신비한 피라미드 속의 유물과 상황이 영화 속에서 현실이 된 것입니다. 물론 엄청난 경제적 이익도 창출했습니다. 인디아나존스> 쥬라기>
우리는 보통 오래된 물건과 고루한 생각을 박물관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박물관 큐레이터로 평생을 일해 온 저로서는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박물관은 죽은 물건을 가져다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문화의 자궁이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면 박물관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박물관에 담겨 있는 선조들의 삶의 흔적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고, 미래를 통찰하는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물관 유물 속에는 자연, 역사, 생활, 문화, 경제, 과학도 있습니다. 조선의 풍속화가 신윤복이 그린 “월하정인” 그림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인문학에서만 연구되었는데, 천문학자 이태형 소장은 그림 속의 두 남녀가 만나고 있는 시각은 1798년 8월 21일 밤 11시 50분경으로 추론했습니다. 그 단서는 그림 속의 부분월식이 일어난 달 모양과 야삼경(夜三更)이라는 글 속에서 찾았습니다. 그림 속 달은 볼록한 부분이 위로 올라가 있는 독특한 모습으로 초승달도 그믐달도 아닌 개기월식이 일어난 달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이태형 소장은 달과 지구, 태양의 공전주기를 이용해 신윤복이 활동했던 시기인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 동안 일어난 월식을 우선 계산했습니다. 그 중 한양에서 관측할 수 있었던 월식은 신윤복이 26살이었던 1784년 8월 30일과 그로부터 9년 뒤인 1793년 8월 21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승정원일기에는 당시 날씨가 1784년에는 비가 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월하정인이 그려진 날은 1793년 8월 21일이라는 것을알아낸 것입니다. 옛 그림과 천문학의 만남으로 얻은 답입니다.
어릴 때부터 박물관과 친해야 합니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보통 고고학자, 역사학자, 민속학자 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박물관을 좋아하는 어린 관람객 속에서 스필버그처럼 천재적인 영화제작자, 세계적인 예술가, 창조적 디자인너, 인류를 책임질 과학자도 틀림없이 나올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은 자연, 역사와 문화, 과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공간입니다. 미래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어릴 때부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게 많은 것을 경험하고 탐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물관이 바로 그 상상력의 주춧돌이 되는 곳입니다. 몇 천년 전의 조상들과 만날 수 있고, 지금도 흉내 낼 수 없는 찬란한 문화유산이 가득합니다. 마음껏 역사 속으로 유영하면 미래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역사와의 대화는 미래에 대한 상상입니다. 박물관은 과거가 아닙니다. 현재이고 미래입니다. 박물관에서 경험과 추억은 틀림없이 풍성한 미래를 꿈꾸게 만들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전시, 행사, 놀이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일찬치, 유치원 졸업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통째로 돌려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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