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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사투리가 사라진다!

이종훈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
이종훈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

우리나라는 1933년 <조선어학회> 에서 ‘한글맞춤법통일안’을 펴내면서부터 표준어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말에 방언을 비롯한 많은 변종이 있어 국민 간에 의사소통에 불편이 생기고, 한 국가로서 통일성을 유지하는 일에 방해가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하여 모든 국민이 지키고 따르도록 표준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탄생한 어휘를 쓰지 않고, 하나의 어휘로 고착시켜 대중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울말을 표준어로 선정한 것이다. 이후부터 획일화된 표준어를 배우고 사용하다 보니 사투리가 점차 사라져 갔다. 급기야 근자에 이르러는 디지털언어, SNS 언어에다, 취업을 위한다고 표준말을 배우다 보니 사투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사투리가 사용되는 것은 지역의 언어습관에 맞게 말의 형태가 바뀌고, 음이 바뀌어서 그런 것이다. 사투리는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를 하나로 묶고 친밀감을 주는 기능을 한다. 또 우리말의 옛 모습과 특유한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말은 기록되기 어려워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다가 소멸되기 쉬운 게 현실이고 타고난 운명이다. 사투리에는 그 지역의 멋과 맛과, 힘과 맘이 있어서 정겨울뿐더러 성정이 담백하고, 찰 짓고 곰삭다.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따스하고 알토란같은 맛이 난다. 그래서 어머니 같고 고향 같은 생각이 절로 난다. 그렇다. 사투리에는 특정지역과 특정시대의 문화가 그대로 자리 잡고 있어서 사투리가 사라지면 문화가 사라지고, 문화가 사라지면 사투리가 사라지고 미래도 사라진다.

2003년, <한국연극협회> 에서는 서울 중심의 연극 편향에 반발하여 지역의 특유한 자연과 습성, 전통과 문화, 방언과 사투리, 숨겨진 설화를 발굴하고 사투리를 기반으로 한 향토언어를 사용하는 연극제가 필요하다는 연극인들의 요청에 의해 충남 공주의 공산성에서 <고마나루 향토연극제> 를 시작했다. 한국인들의 정서와 흥과 멋이 고스란히 배어나올 수 있는 연극을 통해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이 연극제는 몇 해 못 가서 지역의 조그마한 연극제로 추락하고 말았다. 향토연극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뿐더러 투박하고 촌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참가 작품들의 이야기와 구성이 짜임새가 부족하고 보편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연극적 미학의 결여가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후 지역의 사투리를 사용하는 연극을 관람하기가 힘들어 졌다. 이제는 지역에서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연극들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대신 표준말이라는 서울말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버렸다. 머지않아 지역의 사투리와 억양이 사라지고 획일화된 표준말로만 연극이 공연될 때, 언어와 정서가 단조로워져 감정이 메마른 황량한 연극으로 변해버릴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2020년은 <연극의 해> 다. 전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서 한국의 얼을 흥과 멋으로 풀어내는 고장이다. 사투리가 넘쳐나는 <향토연극제> 를 유치해 보는 것을 어떨까? <전주시립극단> 은 올 해 전북의 작가 윤홍길의 ‘완장’을 김제 사투리로 공연한데 이어, 2020년 봄에는 임실 사투리로 공연하는 이강백의 ‘봄날’을, 초여름에는 조정래 작가의‘아리랑’을 전북의 사투리로 공연한다.

/이종훈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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