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 구석에 가죽구두 한 켤레
놓여있다 누군가 내다 버린
체중계 위에서 걸음을 멈췄다
턱에 걸린 숨을 그만 내려놓은 듯
혀를 내밀어보이고 있다
쓰레기장 어둠이 퇴적된 것은
구두가 모든 길을 해감하기 때문이다
채 벗어내지 못한 무게는 320그램,
벼랑 끝 발길을 돌려 와서는
뼛속까지 박아 넣었을 못의 무게다
소리 새어나가지 못하게 못 끝 다져 문
속울음의 무게다
구두가 상처를 비벼 뜨는 순간
고장 난 센서등이 오래된 기억을 깜박, 켠다
언덕길만 걸어왔던 아버지
모서리마다 덧댄 삶을 벗고
빈 잇몸으로 생을 빠져나가던 날을 기억한다
등을 서까래처럼 세워두고
몸만 빠져나간 사막 소의 주검처럼
여전히 제 코뚜레를 풀지 못한 구두의 발등이
한없이 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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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언덕길만 걸으신 아버지가 생전의 가난과 수고를 벗어두고 가셨다. 끝내 벗어내지 못한 320g의 무게는 속울음의 무게다. 부어오른 발등의 무게다. 뼛속까지 박아넣었을 못의 무게다.
바람이 사막 소의 주검을 어루만지듯, 부어오른 발등을 가만가만 쓸어준다. 쓰레기장 같은 세상의 모든 악취와 찌꺼기를 저 구두가 해감한다.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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