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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항변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귀하께서는 지역사회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임진강예술단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주셨습니다. 이에 깊이 감사드리며,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쓰시는 전수미 변호사의 따뜻한 마음과 가치들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이 패를 드립니다.”

얼마 전 북향민들로 구성된 전문예술단체 임진강예술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파주 지역 북향민들과의 인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들을 지원하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하나는 북한인권 운동을 하는 북향민에게서 “고향이 어디세요?”라는 말. 다른 이에게는 “북향민을 지원하는 걸 보니 수구꼴통이죠?”라는 말.

나는 이렇게 진영이 나누어져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방인일 것 같다. 물론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이지만 걸걸한 성격 탓에 “여자 김보성! 의리~”를 외치는 이방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한 사람이면서 북향민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방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나는 여성과 아동·장애인·이주민 등 온갖 인권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싸워주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인권영역인 북한, 그 중에서도 북한에서 온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에서 온 여성들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나 역시 탈북남성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어 남의 일이라고 외면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여성이면 그 여성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 온 경우에도 적극 지원하고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북한 여성들의 경우 그들의 고향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인데도 지원하기를 꺼리거나 불편해하고 눈을 감기도 한다. 북한 여성에게는 남북분단에서 비롯된 프레임이 우선 적용되는 것 같다.

피해 여성들의 출신이 그렇게도 중요한 걸까? 북한에서 온 여성도, 외국에서 온 여성도, 대한민국 여성도 다 같은 ‘사람’이고 ‘인권’의 주체이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남북분단을 이유로 red complex와 blue complex를 안고 서로를 바라보며 차별할까. 그 사람들이 그 고향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지 않냐고 묻고 싶다.

그래서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디 출신입니까?” 그리고 또 묻고 싶다. 그 출신이어서 행복한지, 그 출신 때문에 고통 받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세상 어디에나 일정한 비율로 이상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특정 국가나 지역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지역이나 국가에서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소수의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사고를 쳤다고 해서 그 나라가 우리 국민들을 폄하한다면 어떨지, 그러한 점을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마주할 때 제발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배경도 말투도 보지 말고 그 영혼, 그 사람 자체로. 백인들이 동양인을 차별할 때에는 그렇게도 분노하면서, 우리는 동남아 사람들을 차별하고, 북한에서 온 같은 민족을 차별한다.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한국이 그렇게도 원하는 선진국이 되는 길은 매우 간단하다. 아이, 노인, 외국인 노동자, 북향민 등 우리 주위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매우 많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불편함이나 이기심을 뒤로 하고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며 차별하지 않을 때, 우리는 성숙한 대한민국의 품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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