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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 한마디 : 자살에 대하여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지금까지 두 번의 자살기도를 하였다. 한번은 친한 친구를 잃었을 때, 다른 한번은 성폭행을 당했을 때. 하지만 며칠 전 용기 내어 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내가 지원하는 북향 여성들이 스스로가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자책을 하고 보복을 두려워하고 혼자 견디는 그 마음에 너무나도 힘들어하다가 수없이 자살기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당한 것은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자책하지 말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 나는 관계자들의 연락과 모르는 전화들에 시달리면서, 다시 한 번 아팠던 그 때로 돌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지인들이 연락해서 같이 울어주고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었기에 그나마 흔들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지인이자 선배이기에 "선생님 전화하셨어요?"라며 반갑게 받은 전화. 하지만 이내 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방송 봤어요. 왜 그렇게 대책없이 용감해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루하루 응원에 간신히 마음을 부여잡으며 살고 있는데, 그 분은 너무 대책없다고 몇 번이고 웃으셨다. 내부 폭로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며, 성폭행을 당한 일이 무슨 자랑이겠는가. 나는 다수의 북향민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에 아팠고,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게 너무 싫어서 정말 용기를 내어 힘겹게 말한 거였는데, 그 분은 내 스스로의 신변은 고려하지 않을 채, 앞뒤 계산하지 않고 이야기한 내가 그저 대책없고 무모하게만 보였나 보다.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왜 수많은 연예인들이 악플로 인해 자살하거나 그렇게도 힘들어 했는지. 왜 사회 정의를 위해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이 더 고통받고 힘들어 했는지. 무엇보다 성폭행 피해여성들에게 쏟아지는 여러 이야기 중, 그 몇 사람의 비난과 비웃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삶 그 자체를 포기하는지.

수많은 사건을 진행하면서 피해사실을 이야기한 여성이 죽기 바라는 사람들을 보고 다짐을 해 온 게 있다. 나만큼은 절대로 스스로 삶을 다시 놓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든 버텨볼 거라고. 하지만 이렇게도 보복이 두렵고, 무섭고, 다시 그 끔찍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 어떤 사람이 정말 의미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자살이라는 것은 결국 현재 슬픔과 아픔이라는 공간에 갇힌 사람이 그 굴레에서 나오지 못하고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하는 최후의 선택이다. 당신이 별 의미없이, 아니면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했던 그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달라지게 할 수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가게 할 수도 있다. 온 몸과 정신이 피폐해진 사람에게 던지는 가학적인 말 한 마디가 그 사람을 칼로 난도질하는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그 응원들이 피해여성들이 하루하루 견딜 수 있게 하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는 것도.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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