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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력은 공짜가 아니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몇 해 전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구성돼있지 않는 어느 군청 공무원과 미팅을 가진 일이 있다. “당장 사업비를 책정할 수는 없으니, 일단 성과를 내고 다시 만나자.”라고 답변이 왔다. 지역민들과 함께 해당 지역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의제와 실천목표를 만들고 사업도 진행했으면 좋겠는데 사업비는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어지는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계획서에 인건비가 책정돼있는데 이런 건 보통 봉사활동으로 하지 않나요?”였다. 사무국장 한 명의 인건비가 시쳇말로 ‘공돈’으로 보였나보다.

지속가능발전법이 정의하는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또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성에 기초하여 경제의 성장, 사회의 잔정과 통합 및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말한다. 제21조와 22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민관협력단체에 해당 업무를 위임 또는 위탁할 수 있게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수행하는 국내외 활동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를 포함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상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민관협력단체로 규정돼있다.

일부 지자체의 해석이 개입되는 문구가 있다. 바로 ‘예산의 범위 안에서’다. 민관협력이 거추장스럽고 귀찮은 일이라고 여겨지면 예산이 없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전라북도에는 전주, 익산, 군산, 정읍, 임실, 장수에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설치돼있다. 이 중 한 명 이상의 상근직원 인건비가 지급되는 곳은 네 지역이다. 나머지는 사업비도 미미하고 인건비가 거의 지급되지 않는다. 내년에 23회 대한민국지속가능발전대회가 개최되는 전라북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중 그린뉴딜에서 2025년까지 약 66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과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분야에서다. 제시된 모든 분야가 이해관계자의 충돌이 잦은 영역이고 민관협력이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정작 민관협력을 위해 계획된 예산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사업은 제시되었지만 누가 혹은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민관협력은 공짜가 아니다. 공무원이 혼자 사업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면 그만인 시대는 곧 종말을 맞게 되리라 감히 확신한다. 공무원과 시민, 전문가, 기업이 협력하는 일은 종종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처럼 보이지만 협력하지 않다가 저항에 부딪히는 것보다는 빠를 수 있다. 그래서 원탁회의 전문가들이 양성되고 있고 민관협력전문가나 활동가가 필요한 시대다. 환경보전전문가, 소통기획전문가, 거버넌스기획가 등의 새 직업들도 필요한 시대가 머지않아 다가올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민관협력 일자리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일부 사업처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길거리 쓰레기를 줍자는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세상을 건네주기 위해 기획하고, 시민들을 모아내고, 공동의 의제와 실천목표들을 만드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8번에 기초한 ‘좋은 일자리’면 더 좋겠다. 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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