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권혁남의 一口一言] 언론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논란

권혁남(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 언론은 자유롭다. 재벌에 대해서는 한없이 약하지만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성역과 금기 없이 맘껏 비판하고 공격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보면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31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6년에는 70위 까지 추락했다.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면서 언론자유 순위는 빠르게 회복했다. 올해 한국의 순위는 180개 국가 중에서 4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단연 1위이다. 이러한 순위는 미국(45위), 일본(66위)보다 앞선 것이다.

반면 국민들이 평가하는 언론 신뢰도는 바닥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주요 40개 국가들의 언론 신뢰도에서 우리나라는 5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올해 조사에서 한국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21%에 불과했다. 전체 국가들의 평균치는 38%로 지난해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언론신뢰도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매체들이 정파적,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실 왜곡, 의혹 제기 및 부풀리기, 정파적 증오와 선동적 보도를 일삼고, 때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신문 방송 등 기성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의 자유는 넘치지만 신뢰도는 바닥인 상황에서 법무부가 지난 9월 28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 언론사가 포함되면서 시끄럽게 되었다. 상법 개정안은 19개 법률에 흩어져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아예 상법으로 규정해 일반 분야로 확대·도입한다는 취지이다. 상법상 회사인 언론사도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이 된다. 오보나 가짜뉴스에 대한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보도에 따른 손해의 5배 범위 내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법무부 발표 이후 언론계는 물론이고 언론학계에도 치열한 찬반논쟁이 벌어졌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즉각 반대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 법안을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법안 개정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하였다. 또한 이들 단체는 “악의적 가짜뉴스라는 모호한 잣대로 언론에 징벌적 처벌을 가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현 제도로도 충분히 허위 보도에 따른 피해구제가 가능하다”고 반박하였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이 법은 언론사를 겨냥한 법안이 아니며, 주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악의적으로 왜곡된 보도를 한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목적은 단순히 손해배상 액수를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손실의 보상을 넘어서서 피해의 재발을 막으려는 것이다...고의나 악의로 저지른 피해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가해자의 재산과 수익에 비례해서 적용“되기 때문에 언론자유 위축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미디어오늘-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서 “허위·조작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국민의 81%가 찬성하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시켜서는 안 된다. 동시에 이 법이 악의적인 가짜뉴스 생산을 줄이고, 오보로 인한 개인의 피해를 줄임으로써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넘치는 언론의 자유에 상응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도 높아져야 한다. 자유만 누리고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언론의 신뢰를 높일 수가 없다. /권혁남(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핵융합(인공태양) 발전’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규제자유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