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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회는 왔고, 이제는 책임의 시간

6·3 지방선거를 통해 전북은 지자체장과 의회 구성원 등 리더십의 대대적인 교체를 맞이했다. 도민의 엄중한 선택은 변화의 열망이자 더 나은 전북을 바라는 기대이다. 이제 선거의 시간은 끝났고, 책임의 시간이 시작된다. 도민의 선택이 바람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집행부와 의회 모두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지금 전북의 앞에는 역사적인 기회가 놓여있다. 최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만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새만금을 ‘AI 밸리’로 명명하며 새만금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월, 9조 원이라는 역대 유례없는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 협약 이후 본궤도에 오른 새만금 개발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엔비디아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피지컬AI 구축을 위한 강력한 동맹은 눈앞에 펼쳐질 새만금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새만금은 대규모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활용이 용이하다. 여기에 항만과 철도 등 물류 인프라 확충도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AI데이터센터, 수소 산업, 로봇산업과 같은 미래산업이 요구하는 핵심요소이다. 여기에 비교적 유연한 제도적 환경까지 더해져 미래 산업의 성장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의사는 새만금이 단순히 개발 부지를 넘어 인공지능, 로봇, 에너지 산업이 결합된 첨단 산업 집적지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연관 산업이 연계·확산될 경우 전북 산업구조 전반에 걸친 변화의 흐름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회는 결코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제12대 도의회는 지난 35년간 정체되었던 새만금의 숙제를 풀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기업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투자 유치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제도적 기틀을 닦았다. 현장을 발로 뛰며 기업의 고충을 듣고, 정부를 설득해 인프라 조성을 앞당기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왔다. 비록 리더십은 바뀌지만, 이러한 정책의 연속성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가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행정 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신뢰할 수 있도록 각종 인허가는 신속히 처리되어야 하며, 전력과 교통 등 핵심 인프라 역시 적기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업 기반 조성에 맞춰 주거·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개선을 병행하는 것 또한 놓쳐서는 안될 과제이다. 생활 인프라가 든든든하게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인구 유입과 정착이 가능해지며, 이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 첨단 산업과 에너지 분야 등의 특례를 담은 전북특별법 개정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어렵게 일궈낸 투자 환경과 협력 관계가 정치적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일관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민들은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약속이 어떻게 실천되는지, 전북의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현실로 만드는지 지켜보고 있다. 제13대 의회와 새로운 지자체 수장들이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전북 발전’이라는 이름의 원팀이 되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의 AI 밸리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의 위대한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북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 제12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하반기 문승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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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11 18:20

[기고] 민선 9기 전북의 운명- 예산이 아니라 전략의 시대

대한민국 지방정부들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 새 정부 출범은 언제나 지역에 기회이자 위기다. 누구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누구는 또 한 번 변방으로 밀려난다. 민선 9기를 앞둔 전북특별자치도가 바로 그런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전북은 국가균형발전 정책 속에서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새만금을 개발했으며 국가식품클러스터와 탄소산업을 육성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인구는 줄고 청년들은 떠나며 기업 유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역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방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거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중앙정부 예산 확보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 전략과 얼마나 정합성을 갖느냐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한다.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를 이끌고 초고속 인터넷망이 디지털 강국의 토대가 되었듯,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전략은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RE100 산업단지, AI 산업 육성으로 요약된다. 이는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는 새로운 성장 프로젝트다. 전북은 이 국가전략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사실 전북은 누구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새만금은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 거점이 될 수 있으며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은 수도권이 갖지 못한 경쟁력이다. 전북은 단순한 발전지역이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을 이끄는 ‘에너지 수도’를 목표로 해야 한다. 세계는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제조업 쇠퇴와 도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슈퍼블록(Superblock)’ 정책을 통해 기후정책을 도시경쟁력 전략으로 전환했고, 덴마크는 풍력을 발전소 건설에 그치지 않고 풍력이라는 에너지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했다. 발전소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제조, 금융, 유지보수 산업까지 연결하며 세계적인 녹색산업 생태계를 만들었다. 전북 역시 태양광 패널 몇 개 더 설치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생산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ESS 산업, 그린수소, 탄소금융, 탄소배출권 시장, 기후테크 산업까지 연결해야 한다. 특히 AI 시대는 전력 확보 경쟁의 시대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먹고 성장하지만, 그 데이터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전기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만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부지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전북은 지금 AI와 에너지가 만나는 국가 실험장이 될 수 있다. 농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북은 더 이상 농산물 생산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탄소농업, 농업 탄소배출권 시장, 대체식품 산업을 결합한 ‘기후스마트 농생명 수도’로 진화해야 한다. 민선 9기 전북의 성공 여부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전북은 국가전략에 올라탈 것인가.” 지금은 예산 경쟁의 시대가 아니다. 전략 경쟁의 시대다. 에너지와 AI, 탄소중립과 농생명 산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전북이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면, 앞으로 10년은 전북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전북은 또 한 번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민선 9기 전북특별자치도에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어쩌면 지금이 전북의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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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10 16:44

[기고] 유튜버 사회문제, 벗어나는 길

알고리즘 시대, 전 세계에는 약 1천만 개 이상의 개인 방송국이 동시에 송출되고, 하루 350만~400만 개 영상이 업로드 되고 있다. 인류는 가장 거대한 광장 한가운데 서 있다. 누구나 방송국이 되었고, 손안의 휴대폰 하나가 세계를 향한 송신탑이 되었다. 매 순간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데이터로 흘러간다. 작은 외로운 소리, 고통의 시대에서 말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운 시대로 넘어왔다. 기술이 아니라 문제는 인간이다. 유튜브 콘텐츠의 대부분은 교육, 정보, 취미, 문화, 지식, 예술이다. 세상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많은 배움과 기회를 얻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유튜버 사회문제의 10%가 전체 인양 말들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뇌는 진실보다 자극을 먼저 선택하기 때문이다. 평온한 지식은 조용히 지나가지만, 분노와 갈등은 즉시 반응을 일으킨다. 인간은 위험을 먼저 기억하도록 진화했다. 생존의 본능이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 역설적으로 사회 갈등의 연료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악하지 않다. 그것은 단지 인간의 욕망을 거울처럼 비출 뿐이다. 우리가 분노를 클릭하면 분노가 늘어나고, 우리가 갈등을 소비하면 갈등이 시장이 된다. 결국 오늘의 미디어 환경은 기술이 만든 세계가 아니라 인간 심리가 만든 문명이다. 여기서 유튜버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 유튜버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조회수 경쟁 속에서 제작자는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자극시키고 있다. 시청자는 순간의 흥미를 위해 판단을 유보한다. 그리고 사회는 스스로 만든 소음 속에서 피로를 호소한다. 이것은 미디어 위기가 아니라 문명의 성숙도 시험이다. 과거 인류는 문자 사용법을 배워야 했고, 인쇄술 시대에는 읽는 법을 배워야 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바로 “보지 않을 자유”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트위터, 티톡, 쇼츠, 등 많은 것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시대에 무엇을 보지 않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능력, 그것이 현대 시민의 품격이다. 좋아요와 댓글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방향을 결정하는 투표다. 분노에 반응하는 순간, 우리는 알고리즘에게 더 강한 자극을 달라고 요청하는 셈이다. 유튜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규제나 검열에 있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줄이는 사회는 건강해질 수 없다. 진짜 해답은 시민의 수준 상승이다. 제작자는 영향력을 자각해야 한다. 조회수는 돈이지만 신뢰는 자산임을 알아야 한다. 플랫폼은 속도보다 책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술은 중립이지만 설계는 철학을 담아야 하고, 시청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문명을 만드는 참여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판단의 빈곤” 속에 처해있다. 지식은 넘치는데 지혜는 부족하고 연결은 많아졌는데 이해는 줄어들었다. 유튜브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미디어의 미래는 플랫폼이 결정하지 않는다. 정부도, 기업도 아니다. 결국 세상을 만드는 것은 말끝의 품격과 클릭의 양심을 가진 시민인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수준이 기술의 얼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분노는 즉각적인 쾌락을 주지만 사회를 소모시키고 사유(思惟)는 느리지만 문명을 성장시킨다. 문명은 거대한 혁명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단 하나의 클릭, 민주주의 투표수다. 분노를 멈추고 생각하는 시민. 그 순간, 이미 새로운 시대는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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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07 19:27

[기고] 농어촌 살리는 기본소득 추가 선정, ‘준비된 지역’이 되어야

요즘 농촌.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공동체는 빠르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존의 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농촌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 그 해법으로 주목 받는 게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 정책이 아니다. 주민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고 지역 내 소비와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지역 활성화 정책이다.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청년과 귀농·귀촌 인구 유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근본책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10개 군을 선정했다. 이어 올해 추가로 5개 군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히 특정 지역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다. 농촌의 미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국가적 실험이자, 향후 농어촌 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일각에서는 선정 과정에서 지역 안배와 균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지역 균형 역시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이번 시범사업의 본질은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성공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 그렇다면 선정 기준은 지역 안배보다 사업의 준비도와 실행 가능성, 그리고 성과 창출 가능성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하면서도 즉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준비된 지역’이 선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앞서 진안군은 선언적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군민 설문조사 결과 91.8%가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할 정도로 공감대가 높다. 또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조직과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사업예산 확보와 기본소득 통합복지 플랫폼 구축까지 마쳤다. 공모에 선정되는 즉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행정적, 제도적 기반을 이미 충분히 마친 상태다. 진안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추진된다면 이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지급된 소득이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주민들의 생활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청년과 귀농·귀촌 인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인구감소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진안군이 지향하는 목표는 단순한 현금 지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본소득을 토대로 의료·돌봄·교통 등 필수 기본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군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진안형 기본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주민이 지역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진안군의회 역시 군민들의 높은 기대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두 차례에 걸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진안군 선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며 사업 추진에 힘을 보태왔다. 농어촌이 살아야 국가의 균형발전도 가능하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은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결단 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준비된 지역에서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시 시행이 가능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준비된 진안’에서 시작된 농어촌 기본소득의 성공모델이 대한민국 농촌의 새로운 희망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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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03 18:12

[기고] 전북형 아리랑로드, 문화관광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전북은 오래된 땅이다. 그러나 역사는 단지 보존될 때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보존될 때 품격이 되고, 해석될 때 콘텐츠가 되며, 기술과 만날 때 산업이 된다. 지금 전북은 문화관광의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 필요한 것은 개별 사업의 관리가 아니라, 전통문화유산과 예술, 첨단기술, 청년 인재, 글로벌 교류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문화관광 마스터플랜이다. 전북의 14개 시·군은 개별 관광지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문화콘텐츠 생산기지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전북의 국가유산 997건은 흩어진 유물이 아니다. 하나의 이야기로 엮일 때 세계인이 찾아오는 브랜드가 된다. 전주는 한류 전통미학의 도시, 남원은 국악과 사랑의 서사 도시, 익산은 백제 역사의 거점, 군산은 근대문화와 청년창업의 실험장이다. 문화관광의 경쟁력은 볼거리의 양이 아니라 경험의 깊이에서 나온다. 외국인 관람객은 공연을 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소리의 원리를 묻고,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며, 자신의 언어와 감각으로 한국문화를 다시 해석하려 한다. 공연장과 관광명소에 AI 기반 녹음·녹화·편집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무대의 감동은 즉시 숏폼 콘텐츠로 재탄생해 유튜브, 틱톡, OTT를 타고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전통예술은 기술과 결합할 때 미래 산업의 언어가 된다. 2024년 전북 방문객은 9,864만 명, 외국인 방문객은 234만 명을 넘어섰다. 양적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중요한 것은 방문객 수 자체가 아니라 지역에 남는 문화경제다.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고, 공연을 보고, 지역 음식을 맛보고, 청년이 만든 콘텐츠와 상품을 구매하고, 다시 전북을 찾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인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회복을 원한다. 산사의 정적, 서원의 고요, 생태습지의 바람에 국악의 소리가 더해지면 전북은 그 자체로 치유의 공간이 된다. 국립민속국악원의 ‘국악명상’과 ‘여유’ 공연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북은 전통예술과 자연, 명상과 체류관광을 결합해 한국형 웰니스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나아갈 수 있다. 전북의 시선은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몽골과 중국 청소년은 한국 전통문화 체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K-POP에 대한 관심이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수요로 확장되고 있다. 전주를 거점으로 전통예술과 K-컬처를 결합한 대형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촬영·편집·유통이 가능한 통합 제작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전북은 관광지를 넘어 세계 문화산업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국제교류의 서사를 잇는 핵심 플랫폼은 ‘전북형 아리랑로드’다. 아리랑은 특정 지역에 갇힌 노래가 아니라, 지역과 세대를 넘어 전승되고 재창조되어 온 한국인의 문화 언어다. 판소리와 농악, 민요와 춤, 음식과 길을 전북형 아리랑로드로 묶으면 전북의 문화는 하나의 세계 브랜드가 된다. 전북 문화관광 르네상스는 구호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이제 전북은 축제와 시설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별 역할, 전통문화 콘텐츠, 청년 창작, 체류형 관광, 디지털 유통, 국제교류를 하나로 묶는 문화관광 통합 설계도가 필요하다. 전북의 소리와 길, 맛과 사람을 하나의 브랜드로 세울 때 전북은 한국에서 가장 품격 있는 문화도시권이 된다. 문은 이미 열려 있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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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01 18:39

[기고] 술 익던 청수정 골목, 전주전통주의 DNA를 깨우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도시 재생’이라는 말이 익숙한 화두가 되었다. 낡은 골목길에 벽화가 그려지고, 오래된 공간이 세련된 카페나 편집숍으로 탈바꿈하는 풍경을 전주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공간이 깔끔해지고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화려하게 단장된 외관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지우기 힘든 아쉬움이 남곤 했다. ‘우리가 정말 복원해야 할 것은 저 건물의 껍데기일까, 아니면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최근 그 아쉬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주목한 곳이 있다. 바로 현재 전주공예품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그곳은 일제강점기 때 ‘청수정(淸水町)’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그저 전주 유명 관광지의 일부로만 기억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전주공예품전시관, 즉 ‘청수정 65-5-번지’는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맑은 물이 흐르는 동네’라는 이름답게 전주의 맑은 물로 술을 빚던 근현대 주류 산업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이곳은 새벽마다 은은하고 구수한 냄새가 풍기던, 하루도 빠짐없이 ‘술이 익어가는 동네’였다. ​대기업의 거대한 공장형 주류에 밀려 이제는 추억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그 시절 동네 양조장은 단순히 술을 제조하는 공장이 아니었다. 농번기가 되면 농민들의 고단한 땀방울을 씻어줄 막걸리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마을에 잔치가 벌어지거나 누군가 상을 당할 때 인륜지대사인 혼인을 할때 혹은 환갑을 맞이할 때 등 술은 언제나 인간의 희노애락과 함께하던 로컬 커뮤니티의 중심이었다. 즉, 전주 시민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매개체이자 문화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라진 문화이다. ​그런데 최근, 서서히 사라져간 전주의 술 문화에 대한 기억을 공고하게 붙잡아줄 뜻깊은 계기가 마련되었다. 일제강점기 전주 지역 양조업의 실태와 우리 술의 엄혹했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송주상 소장 문건(근대 양조 문서)’을 그 후손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기증해 준 것이다. 한 개인의 공간에서 잠자고 있던 100여 점의 소중한 문서들이 공공의 자산이 되는 순간, 전주가 왜 전통주의 메카이며 우리가 어떤 뿌리를 가졌는지가 비로소 실증적 증거를 통해 세상에 명확히 드러나게 되었다. ​지금 전통주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트렌디한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청년들이 전통주를 소비한다. K-콘텐츠 열풍은 막걸리를 포함해 K-푸드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유행의 속도에 휩쓸리기보다 전통의 깊이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외형적인 성장 뒤에 숨은 진짜 ‘우리 동네 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할 때다. ​우리가 오일주조장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증받은 송주상 문건을 연구하여 세상에 알리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조들이 지켜낸 기록과 해방 이후 시민들의 삶을 달래주었던 양조장의 기억이 핏줄처럼 이어져 왔기에 지금의 ‘맛의 고장 전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매력은 새것을 얼마나 잘 지어 올리느냐가 아니라, 오래된 기억을 어떻게 보존하고 이어가느냐에 달려있다. 후손들의 소중한 기증으로 되살아난 옛 기록과 청수정 65-5-번지에 품고 있었던 오일주조장의 이야기는 오늘날 전주 전통주의 가장 단단한 DNA다. 낡은 문서와 양조장 터에 숨어있는 전주의 기억을 불러내어 시민들과 나누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도시 재생이자 문화의 복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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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31 17:05

[기고] 위조 공문·공무원증까지⋯지능화되는 소방 사칭 사기 주의보

최근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조직화되고 있으며, 전북특별자치도 내에서는 소방기관을 사칭하여 물품 구매 및 선결제를 요구하는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기 범행을 넘어 공공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로서 엄중한 경계가 필요하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도내에서 접수된 소방공무원 사칭 피해는 19건이 발생했고, 피해 금액은 약 2억 950만 원에 이르러 그 규모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이러한 범행은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피해 확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범행 수법을 보면, 피의자는 ‘소방본부 관계자’ 또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사칭하여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이후 화재 안전 점검 또는 안전관리 강화를 명목으로 소방용품 비치를 권고하면서 특정 업체를 통해 물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위조된 공무원증을 제시하거나 실제 공문과 유사한 형식의 문서를 송부하여 피해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등 치밀한 기망행위를 동반하고 있다. 이와 같은 행위는 형법상 다수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한다. 우선, 공무원 신분을 허위로 표시하는 행위는 형법 제118조의 공무원자격 사칭죄에 해당한다. 또한, 존재하지 않는 공문서를 작성하거나 이를 실제 문서처럼 사용하는 행위는 형법 제225조의 공문서 위조 및 변조죄, 제229조의 위조 공문서 행사죄가 성립한다. 특히 공문서 위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평가된다. 나아가 이러한 기망행위를 통해 금원을 편취한 경우에는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여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병과될 수 있다. 결국 본 사안은 단일 범죄가 아닌 복합적 범죄가 결합된 형태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 심리적 허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확인 의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소방기관을 포함한 어떠한 공공기관도 특정 업체를 지정하여 물품 구매를 요구하거나 금전 이체를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공문을 수신한 경우에는 기재된 연락처를 그대로 신뢰할 것이 아니라, 공식 홈페이지나 대표번호를 통해 교차 확인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긴급성을 강조하며 결제를 요구하는 전화나 문자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을 전제로 대응해야 하며, 공무원증이나 공문서 역시 외형적 진정성만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주의만으로도 상당수 피해는 예방할 수 있다. 법은 범죄 발생 이후의 처벌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방을 위한 기준이기도 하다. 공공 신뢰를 침해하는 사칭 범죄는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사안이며,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심과 확인이라는 최소한의 주의가 막대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신고와 주의가 이러한 범죄를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다. 공공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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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7 17:45

[기고] IOC 개혁의 분수령, 전주 올림픽은 ‘플랫폼형’으로 답해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올림픽 운영 방식, 종목 및 개최도시 선정 구조까지 재설계하는 수준의 개혁이다. IOC가 추진 중인 ‘미래 적합성(Fit for the Future, F4F)’ 개혁은 향후 올림픽의 방향을 결정할 중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속도감 있게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올림픽 유치도시 선정방식 재검토를 비롯해 여성 선수 보호, 청소년올림픽의 적절성, 미래 수익 창출 등을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잇달아 출범시켰다. 현재 올림픽 종목, 대회 운영, 올림픽 예선 시리즈 등을 포함한 총 9개의 실무그룹이 가동 중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올림픽 유치도시 선정 절차에 ‘전환단계’ 도입을 예고했고, 지난 7일 IOC 집행위원회에서는 2030년 청소년올림픽 개최도시 선정 절차 중단과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 종목 축소 가능성까지 논의했다. 오는 6월 열리는 제146차 IOC 총회는 미래 개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IOC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비용 부담은 줄이고 지속가능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토마스 바흐 전 위원장은 2014년 ‘올림픽 어젠다 2020’과 2019년 ‘새로운 표준’을 통해 복수의 국가 및 도시, 지역의 대표성을 가진 명칭 사용을 허용했다. 그 결과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2030년 프랑스 알프스, 2034년 솔트레이크시티-유타처럼 단일 도시 중심을 벗어난 모델이 등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하계올림픽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은 최대 9개 도시에 걸쳐 분산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독일의 몇몇 도시도 다지역·다도시 모델을 추진 중이고, 필리핀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다국가 분산형 모델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분산형 올림픽이 미래형 올림픽은 아니다. 분산 개최는 비용 절감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대회 운영의 복잡성, 이동 부담, 관중 경험 저하라는 한계도 안고 있다. IOC가 종목의 축소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2036년 전주 올림픽의 전략적 방향이 중요해진다. 전북 전주는 분산형을 넘어, 분산된 도시와 시설을 하나의 디지털 운영체계로 통합하는 ‘플랫폼형 올림픽’을 제시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 경기장, 수송, 숙박, 에너지, 안전, 미디어, 관중 서비스를 실시간 데이터 플랫폼으로 통합해 대회 운영과 관중 경험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통합 허브를 기반으로 한 도시 간 자원 자동 배분과 경기 운영 최적화가 핵심이다. 여기에 교통·안전·환경 통합 제어와 실시간 시뮬레이션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디지털 운영체계가 결합된다. 이는 도시 중심이 아닌 운영 시스템 중심의 차세대 올림픽 모델이다. 나아가 올림픽 운영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기도 하다. 한국은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 운영 경험이 있다. 전북 전주는 이러한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 역량과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방 도시가 주도하는 지역 분산형 올림픽을 차세대 플랫폼형 올림픽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무대라 할 수 있다. 올림픽의 미래는 더 큰 도시가 아니라 더 지능적인 시스템에 달려 있다. 전주가 제시해야 할 것은 올림픽의 미래 운영 모델이다. 정은천 전북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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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6 18:45

[기고] 부모님 기억력 저하 걱정된다면, 증상 전 뇌 변화 살펴야

“요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또 하세요”, “아버지가 예전보다 깜빡하시는 게 늘었어요”, “기억력이 좀 떨어지신 것 같은데 나이 때문인가요”… 가정의 달이 되면 이런 이야기를 들고 외래를 찾는 보호자들이 부쩍 늘어난다. 평소 바빠 미뤄뒀던 부모님 건강을 5월이 되어서야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이 증상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억력 변화의 원인을 보다 이른 시점에 확인하려는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과 관련된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정상적으로도 소량 생성될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이 단백질이 뇌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며 염증 반응과 신경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결국 기억력과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치매 증상이 뚜렷해지기 15-20년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력 저하가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뇌 안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보다 이른 시점에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검사가 바로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이하 아밀로이드 PET)’이다. 아밀로이드 PET은 뇌 안의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어 있는지 영상으로 확인하는 검사이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안의 병리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모든 기억력 저하 환자에게 무조건 필요한 검사는 아니며, 인지기능 검사와 진료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의가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치료를 넘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병리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여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질병조절치료제가 등장했다. 레카네맙은 이러한 치료제 중 하나로,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 등을 통해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레카네맙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대상자를 정확히 선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치료 효과뿐 아니라 안전한 투약 관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투약 전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고, 치료 중에도 이상반응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부모님의 기억력 변화가 모두 알츠하이머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감, 약물, 기저 질환, 수면 부족, 영양 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도 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약속을 자주 잊거나,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면 단순한 노화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많이 진행된 후 대응하는 질환이 아니라, 가능한 한 이른 시점부터 뇌 건강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이번 가정의 달이 부모님의 기억력 변화를 세심히 살피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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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1 18:21

[기고] 새만금 행정통합, 샌프란시스코에서 배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두 도시, 북부의 샌프란시스코와 남부의 로스앤젤레스는 프로야구·농구·미식축구에서 저마다 독자적인 팀을 보유하며, 지역 라이벌 의식만큼이나 도시 발전의 궤적도 뚜렷이 다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883년 뉴욕 고담스(New York Gothams)로 출발해 1886년 뉴욕 자이언츠로 개칭한 뒤, 1958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8회. LA 다저스 역시 같은 해인 1883년 브루클린에서 창단되어 1958년 LA로 이전했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9회를 자랑한다. 두 팀은 역사의 뿌리도, 이전 시기도 똑같지만, 지금은 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매 시즌을 불태운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팀의 승패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만(灣) 일대의 도시들이 걸어온 광역 협치(廣域 協治)의 경험이다. 샌프란시스코만 주변에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산호세·프리몬트·헤이워드·버클리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만을 에워싸고 있다. 이들은 각각 독립된 자치단체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속도로망이 뻗어나가고 교외 주거지가 급팽창하면서, 교통·주택·환경 문제가 더 이상 한 도시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1961년, 지역 공통 현안을 광역적 시각으로 다룰 필요성을 인식한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캘리포니아 최초의 지방정부협의회인 ABAG(Association of Bay Area Governments, 베이 지역 정부 연합)를 결성했다. ABAG는 출범 이후 주택·교통·경제개발·환경 등 광역 현안을 꾸준히 다뤄왔으며, 1970년에는 베이 지역 최초의 종합 광역계획인 「지역계획 1970~1990」을 수립했다. 2021년에는 약 4년의 작업 끝에 2만여 명의 주민 의견을 반영한 「Plan Bay Area 2050」을 채택했다. 주택·교통·경제·환경 4개 분야에 걸친 35개 전략과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비전으로, 2050년까지 영구 저렴주택 100만 호 공급, 저소득층 대중교통 요금 개혁, 일자리 훈련 및 기본소득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강제력 없이도 101개 도시와 9개 카운티를 하나의 테이블에 모아 60년 넘게 광역계획을 이어온 것, 그것이 ABAG의 가장 큰 성취다. 새만금 권역은 만경강과 동진강을 품은 광활한 방조제 안쪽에 대규모 호소(湖沼)가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수변도시·산업단지·연구단지·관광단지·농업용지·공항·철도·항만이 층층이 포진해 있다. 기존의 군산·김제·부안 세 자치단체가 권역을 에워싼 채 각자의 행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롭게 조성 중인 새만금수변도시(인구 4만여 명 규모)는 그 틈새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중이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 속에서 네 주체를 단번에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제도적 정비는 물론, 주민 공감대와 정치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샌프란시스코만의 경험은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행정통합이라는 최종 목표를 중장기 과제로 두되, 우선은 군산·김제·부안과 수변도시가 광역 협의체를 구성해 공통 현안부터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구축, 통합 도시계획, 환경 관리, 산업 기반 조성 같은 과제들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로 모르던 두 사람이 시간을 두고 만남을 이어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한 가정을 꾸리듯이, 새만금 행정통합 역시 신뢰와 협력의 축적 위에서 단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합이 아니라, 함께 시작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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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0 18:14

[기고] 전북은 민주주의 성지다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스스로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정치제도가 민주주의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평등한 주권재민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온전한 주권이 주어져 화평을 이루었다면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것이다. 백성의 평등 권리인 대동사상을 외쳤다 하여 조선의 집권 세력은 당사자는 물론 함께하였던 올곧은 1000여명의 유능한 천재 선비들을 참혹하게 참사하여 결국 임진왜란까지 당하게 한 사태가 바로 기축옥사이다. 대동계를 조직하여 서기 1589년에 대동사상과 민주주의의 원초인 공화주의를 주창하였던 위대한 정여립 선생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고 진안 죽도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지금으로부터 430여 년 전 일이다. 그로부터 200년 후인 서기 1894년에 권력자의 탄압에 백성을 구하고자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켜 주권재민의 쟁취를 위하여 선봉에 섰던 전봉준 장군의 탯자리도 전북 정읍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민주 영토를 이룩한 대동사상과 동학사상이 도도하게 흐르는 전북에 때아닌 주권재민의 함성이 처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바로 6.3 선거를 두고 일어난 사태이다. 정당정치는 민주사회의 기본 통치 이념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은 그 나름대로 정강이 있어야 하고 오직 국민을 위하고 바라보는 설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나오는 당을 여당이라고 하며 그 상대당을 야당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여당 대표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비밀 아닌 비밀로 막강하여 국정운영의 한가운데 있다. 이 집권 여당의 당정 활동이 주인인 국민에게 얼마나 헌신했는가 더 나아가 나라를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였는가에 따라 다음 꼭지에서 운명이 갈리게 된다. 즉, 국민들은 그동안의 성과를 선거로서 심판을 하게 된다. 그 심판의 중간 과정이 바로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도지사를 비롯하여 교육감 및 시장·군수·지방의원들을 선출하는 날이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든지 그 지역민들이 주인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주인은 도민들이다. 어떤 과정이든 주인에게 주어진 기본적 권리와 권한을 무모한 압력으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작금에 집권 여당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불평등한 잣대를 도민들에게 내비치는 처사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 황당한 것은 어느 누가 보거나 들어도 불평등이 확실한 처사에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를 겁박하고 감찰하라는 철없는 행위는 사태의 해결이 아니라 불 난데 부채질하는 꼴이 될까봐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위험스런 선거놀이가 계속된다면 멀지 않는 대선과 총선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하며 집권 여당의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인선 과정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민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혹여 검은 먹줄이 튀지 않을까 우려스럽고 전북도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행위의 결과에 전국민들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한가운데 있는 도민들이야말로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되며 만약 이런 불합리하고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전북도민은 상대가 누구이든지 민주주의의 텃밭을 지키는데 주저하지 아니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였다. 정성껏 가꾸면 그만큼 보답을 받을 것이고 게을리하면 막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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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9 19:25

[기고] 불 끄는 영웅들, 마음의 불은 누가 끄나

재난 현장과 응급상황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바라볼 때, 우리는 소방공무원의 헌신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손상과 정신건강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반복되는 외상 경험은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치료와 예방이 필요한 직업성 정신건강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은 화재, 교통사고, 사망사건, 자살 현장, 아동학대, 대형 재난 등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충격적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장애, 불안장애, 수면장애, 알코올사용장애, 소진 증후군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특히 외상은 한 번의 강한 사건보다 반복적이고 누적된 노출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여도 감정둔마, 과각성, 악몽, 회피 행동, 짜증 증가,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소방공무원이 이러한 증상을 직업상 당연한 반응으로 여기며 참고 견딘다는 것이다. 조직문화상 강인함을 요구받는 분위기,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 상담 기록이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동료에게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심리 등이 치료 접근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외상 경험의 영향은 근무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반복된 긴장과 스트레스는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일상생활과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감정 표현이 줄어들거나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인내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충분한 회복과 심리적 안전망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조직 차원의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지원은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필수 안전 정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외상 사건 직후 심리적 응급처치, 고위험군 선별검사, 정기 정신건강 평가, 익명 기반 상담체계, 교대 근무자를 고려한 야간·비대면 진료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PTSD나 우울 증상이 확인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평가를 통해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수면치료,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이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특히 관리자 교육도 중요하다. 부하 직원의 수면 변화, 음주 증가, 분노 조절 문제, 결근, 대인관계 위축 등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치료를 권유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신체 부상은 즉시 치료하면서 마음의 부상은 방치하는 이중적 태도는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 더 나아가 소방공무원 스스로도 ‘아프면 치료받는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마음의 상처 역시 치료 가능한 질환이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결코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회복하려는 태도는 현장을 지키는 전문가로서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안전의 문제이다. 현장 대응 인력이 건강해야 판단력과 집중력이 유지되고, 시민에게 더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민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키는 일,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사회가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안전 인프라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 그것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안전의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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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7 18:38

[기고] 전주 ‘파랑새관’ 명칭 재고해야

전주 완산칠봉 자락에 ‘동학농민혁명 파랑새관’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관과 민이 화해한 전주화약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혁명 130주년을 맞은 2024년에 건립됐다. 전주화약은 단순한 종전을 넘어 민이 행정의 주체로 참여하는 집강소 설치의 발판이 된, 당시로서는 매우 선구적인 민중 자치와 민관 협치의 기록이다. 동학농민혁명의 핵심 무대인 전주에 뜻깊은 공간이 마련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정작 ‘파랑새관’이라는 이름을 마주하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농민군의 희생과 기억이 깃든 공간의 이름으로 ‘파랑새’를 내세운 것은 역사적 맥락과 어긋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 민요에서 ‘녹두’는 전봉준 장군과 농민군을, ‘청포장수’는 고통받는 민중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파랑새’는 누구일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 민요의 ‘파랑새’를 일본군이나 외세 침략 세력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푸른색 계통의 군복을 입고 조선에 진주했던 일본군을 민중들이 파랑새에 빗대어 불렀다는 것이다. 즉, 이 노래는 일본군(파랑새)이 농민군(녹두밭)을 짓밟지 말기를 바라는 간절한 경계와 혁명이 실패할 때 민중(청포장수)이 겪게 될 절망을 담은 비극적인 참요(讖謠)다. 현대인들에게 파랑새는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동화 덕분에 ‘희망’과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물론 ‘파랑새관’이라는 이름에는 희망과 평화의 이미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에서 이 상징을 단순한 희망의 이미지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당시 민중에게 파랑새는 동경이 아닌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공간에서 상징을 차용할 때는 대중적인 친숙함보다 그 시대가 품었던 본질적인 정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건립 과정에서 이 명칭이 지닌 역사적 함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배우러 온 아이들이 “파랑새가 일본군을 뜻한다는데, 왜 기념관 이름이 파랑새관이에요?”라고 묻는다면 전주시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혁명의 정체성보다 대중적이고 익숙한 이미지를 우선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그대로 둔다면, 후대에 전해야 할 혁명의 서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기념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향한 우리 사회의 기억 방식이자 선열에 대한 예우를 담은 공간이다. 공공기념물의 이름 하나에도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가치를 후대에 남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담긴다. 혁명의 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명칭 대신 혁명의 주체와 민중의 삶을 담아낸 이름으로 조속히 변경해야 한다.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혁명의 좌절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민중을 상징하는 ‘청포관’, 전주화약의 핵심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관민상화기념관’ 등이 하나의 예다. 이름은 공간의 역사 인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1894년, 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 이름 없이 스러져간 농민군들을 기억한다면, 전주시는 이제라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명칭 변경에 나서야 한다. 이름을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그날의 외침에 응답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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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3 18:28

[기고] 축사 안전, 이제는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축산업 현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축산시설의 대형화와 밀집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 이면에는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안타까운 그늘이 존재한다. 축산 농가의 상당수가 영세한 1인 농가이거나 생계형 자영업 형태라는 점이다. 산업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설과 안전 환경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낡고 열악한 축사 시설은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불씨가 되었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전기설비는 수십 년간 방치되어 노후화되었고, 가연성 물질은 무방비로 적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 농가에 “안전 시설을 보강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사실상 자생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또 다른 경제적 짐을 지우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축사 화재를 단순히 농가의 부주의로 치부하거나, 계도 중심의 일회성 예방 활동으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농촌의 구조적 빈틈을 메워줄 ‘국가적 정책 과제’ 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축사 안전은 우리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서는 안전 컨설팅과 현지적응훈련, 출동로 확보, 축산업 종사자 교육, 예방순찰 등 현장 중심의 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제도적 한계로 인해 보다 근본적인 개선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탁상공론식 홍보가 아닌, 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영세 축산 농가를 위한 맞춤형 전기 안전 지원 사업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축사 화재의 주범인 낡은 전기설비를 민간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영세 축산 농가의 노후 전기시설을 무상으로 점검하고, 시설 개선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둘째, 농가의 규모와 관계없이 필수 안전 장비를 보급하는 ‘안전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1인 농가라도 화재로부터 생계를 지킬 수 있도록, 자동화재감지설비와 간이 소화 장치 설치 비용을 전액 또는 대폭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현장 밀착형 컨설팅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소방서는 직접 찾아가 축산 농가별 위험도를 분석하고, 현실적인 예방 매뉴얼을 제공하는 과학적 관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소방서·행정·축산 농가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민관 협치 시스템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넷째, 축사 동간 간격 5m 이상 확보 권고를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보완해야 한다. 밀집된 축사는 화재 확산 위험을 키우는 만큼, 이격거리 확보를 제도화하거나 방화 구획 등 대체 기준을 마련하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향한 인식의 대전환이다. 안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예방에 투입되는 비용은 소모가 아니라 우리 축산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축사 안전은 농가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며, 우리 농업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일과 이어진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정책을 발굴하고 강력히 추진해, 더 이상 화재로 인해 농가의 꿈과 땀방울이 재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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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2 18:18

[기고] 대학도 이제 ‘연구 기술 산업화와 일자리 창출’로 지역과 상생, 성장해야

대학은 오랜 세월 지식의 창출과 교육적 확산을 사명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급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일자리 수도권 집중, 재정 압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지방 대학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북대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립대육성사업, 등록금, 산학협력수익, 대학발전기금에 의존하는 현 재정 구조로는 수도권 대학은 물론 세계적 대학들과 경쟁은커녕 지속 가능한 성장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문제는 ‘재원의 부족’이 아니라 ‘재원 구조의 한계’에 있다. 한정된 예산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는 연구 경쟁력도, 구성원 복지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없다. 이제 대학은 전통적 교육기관을 넘어 ‘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학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1년 만에 전북 인구가 1만 3000명 유출. 전북, 지방소멸 가속화”라는 소식은 충격이다. 지역과 함께해온 대학교수로서 자괴감이 몰려왔다.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은 무엇을 했는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은 교수와 연구자의 기술을 기반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을 배출하며 실리콘밸리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 지역에 기여했다. 매사츄세츠 공과 대학 역시 연구 성과를 기업과 연결해 막대한 “기술 이전 수익과 지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 ‘방울토마토’, 테크니온공대 ‘USB’와 같은 산업 브랜드를 전북대학교도 창출하는 것이다. 이들 대학은 연구 결과가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화·산업화로 연결하여 지속가능한 재정 확보는 물론 지역과 도시 발전에 기여 해왔다. 핵심은 ‘지분 확보형 산학협력’이다. 대학이 기술을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술을 활용한 기업에 일정 지분을 참여함으로써 장기적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기적 기술료 수입을 넘어 지속적인 배당과 자산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자에게는 동기부여를, 대학에는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다. 이제 이러한 전략을 전북대학교에 적용할 시점이다. 전북대학교는 농생명, 식품, 탄소 소재, 방산 그리고 피지컬 AI 분야까지 차별화된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성과들이 산업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 성과의 사업화, 기술지주회사 활성화, 창업 지원, 그리고 지분 참여형 투자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문화산업 시대를 맞아 K-컬처 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북의 문화유산을 콘텐츠 산업화하는 데에도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새만금 개발과 연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은 전북대학교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학이 연구개발의 중심이 되고, 기업은 생산과 시장을 담당하는 ‘공동 성장 모델’을 구축한다면 지역과 대학이 상생 번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재정 확보를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제 대학 재정을 외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지역 거점대학 전북대학교 스스로 기술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여 돈도 벌고, 일자리 창출로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전북 지역과 함께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대전환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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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1 18:49

[기고]예술로 완성되는 도시, 전북 문화관광의 미래

도시는 단순한 건물들의 집합이 아니다. 거리와 광장, 골목과 공원은 시민들의 삶과 기억이 축적되며 하나의 유기체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건축물 미술작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의 감각과 이야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지닌 지역이다. 전주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며 한국적 미감을 전달해 왔다. 이제는 보존을 넘어 체험으로 확장할 시점이다. 전통 공간에 현대 미술을 결합하고 거리와 광장에 설치미술을 더한다면 관광객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공간 속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군산 또한 근대 건축과 산업 유산이 밀집된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갖는다. 오래된 공장과 창고, 근대 건물은 역사적 가치와 함께 현대 예술과 결합할 잠재력을 지닌다. 이를 활용한 설치미술과 미디어 아트는 도시 재생과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다. 건축물 미술작품은 공간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삶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전북의 문화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도시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최근 관광은 보는 것에서 머무르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짧게 스치는 방문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기억을 쌓는 체류형 관광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건축물 미술작품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전북은 도시 곳곳에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포토존을 넘어 자연스럽게 머물며 감각을 경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전주에서는 전통 건축과 결합한 야간 미디어 연출로 낮과 다른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고, 군산에서는 근대 건축과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예술 프로젝트로 역사와 현대의 공존을 체험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소도시와 농촌에서도 폐교나 빈집을 활용한 예술 공간은 지역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장이 된다. 이는 공동체 활성화와 관광 콘텐츠 확장을 동시에 이끄는 전략이다. 다만 건축과 미술의 통합 기획과 지속적인 관리, 주민 참여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경쟁력 있는 문화관광 지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전주는 전통과 현대의 융합, 군산은 산업유산의 재해석, 익산은 역사 자원의 시각화 등 각 도시의 정체성을 살린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관광객의 이동을 고려한 예술 동선을 설계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 증강현실과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결합하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유지와 관리, 콘텐츠 갱신까지 포함한 운영 체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건축물 미술작품이 지역의 역사와 삶을 담아낼 때 공간은 특별해진다. 도시는 기억으로 완성되며, 그 기억을 만드는 힘은 예술에 있다. 전북이 예술과 건축, 관광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이곳은 단순한 방문지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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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6 18:36

[기고] 우리의 일상을 결정하는 진짜 선택, 왜 지방선거인가?

흔히 민주주의를 ‘꽃’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그 꽃이 뿌리를 내리는 토양인‘지방자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안타깝게도 가뭄 수준이다.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우리는 왜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만큼 지방선거에는 열의를 보이지 않을까. 최근 투표율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79.4%,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67.0%에 비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50.9%에 그쳤다. 대통령 선거와 28.5%P 차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우리 동네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앙정치의 거대 담론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내 집 앞 쓰레기 처리 방식과 우리 아이의 급식 질을 결정하는 투표에는 침묵하고 있는 셈이다. 무관심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결 구도에 종속되며 지역 의제가 묻히는 현실, 단체장·의원·교육감을 동시에 뽑는 복잡한 구조와 정보 부족, 성과가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지방정치의 특성, 그리고 “그놈이 그놈”이라는 냉소가 그것이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이야말로 기득권이 가장 반기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지방선거는 더욱 중요하다. 지방선거는 나와 내 가족의 일상을 결정한다. 지자체장은 주민이 낸 세금으로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며 이 예산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지 결정한다. 도로를 확충할지, 청년 지원에 집중할지, 복지 인프라를 확대할지는 전적으로 이들의 공약과 정치 철학에 달려있기 때문에 후보마다 공약을 검토하는 것은 필수이다. 국회에 법이 있다면 우리 지역에는‘조례’가 있다. 지방의회는 주차 문제, 층간소음 방지, 지역 상권 활성화, 돌봄 지원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조례를 만든다. 유능한 지방의원 한 명은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교육감은 한 지역의 교육 예산과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고, 어떤 가치를 배우며 성장할지는 교육감의 교육 행정 철학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이렇듯 지방정치는 이는 추상적 정치가 아니라, 주민들의 4년간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정치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높은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선거는 조직표와 고정 지지층 중심으로 굳어진다. 반대로 주민들이 꼼꼼하게 공약을 비교하고 투표장으로 향할 때 후보들은 긴장한다. 학연이나 지연, 막연한 정당 지지세만으로는 당선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던지는 한 표는 단순히 인물을 선택하는 행위를 넘어, 당선자에게 임기 내내 당신을 지켜보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거대 정치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곳을 얼마나 더 안전하고, 투명하고, 살기 좋게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실천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지,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할 의지가 있는지,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리는 묻고 판단해야 한다. 나의 한 표가 우리 동네의 보도블록을 바꾸고, 내 아이의 급식 질을 바꾸고, 돌봄의 수준을 바꾼다. 2026년 6월 3일, 나와 내 가족의 4년을 위해 투표소로 향하자. 이한선 변호사(전주시 덕진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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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5 16:41

[기고] 수성(守成)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창업(創業)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 즉 사업을 일으키는 기업(起業)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질서나 가치 제도 등 사업을 창조하고 개척하는 과정으로, 도전과 창의 결단과 추진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성과물이다. 반면 수성(守成)은 글자 그대로 지킬 수(守) 이룰 성(成)으로, 이미 세워진 성과와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지혜와 인내 그리고 덕성으로 완성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창업과 수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관계로, 일직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국내 중소기업 창업은 113만 여 개였으나, 페업은 100만개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수성의 성공률이 미미하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수성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창업 후 수성에 실패하며 폐업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각계의 찬사를 받으며 최근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모범 사례로 재조명된 한 재일교포 중견기업인의 성공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재일교포 2세로 1944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히로시마 거인’이라 불리고 있는 하쿠와(白和)그룹의 권양백 회장이다, 권 회장이 겨우 두 살이었던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며 도시는 잿더미로 변했다. 참혹한 폐허 속에서 가난과 차별을 견디며 성장한 그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분뇨 수거차 단 1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권 회장은 일본인보다 더 ‘철저한 의리와 정당당당함’을 경영 철칙으로 내세워 회사를 모범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 결과 현재는 환경과 서비스업 등 6개 자회사에 15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기업의 수장으로서, 재일교포의 위상을 드높이며 안팎으로 추앙받는 경영자가 되었다. ’정정당당’은 태도나 수단이 공정하고 떳떳하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기업경영에 있어 꼼수나 편법이 아닌 정도(正道)로 경영하는 것이 권 회장의 기업 수성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권 회장이 창업 당시 재일교포가 종사할 수 있는 직종은 토목 노동이나 분뇨 수거, 쓰레기 소각과 같은 거칠고 고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는 이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정정당당’이라는 경영 철학을 고수하며 기업을 일구었고, 그 결과 히로시마 내 고액 납세자 1위에 오르는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그는 재일교포 2세 52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는 한편,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도 앞장섰다. 특히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희생된 2만여 명의 동포들을 기리기 위해, 50여 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건립하는 특별한 공적을 남겼다. 결론적으로 재일교포 권양백 회장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정당당’이라는 경영 철칙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편법이나 요행에 기대지 않고 오직 정도만을 걷는 정직한 경영을 통해 기업의 수성에 성공했으며, 오늘날까지 모범적인 기업으로서 유지·발전시켜 왔다. 권 회장의 숭고한 기업가 정신을 본받고 계승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제2, 제3의 성공적인 기업가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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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3 18:42

[기고] 8년의 기다림을 넘어, '공공의료 사관학교' 남원의 새로운 시작

2026년 4월 23일, 전북도민의 8년 숙원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국회 본회의에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립의전원법)’이 최종 의결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법안이 통과된 것을 넘어, 8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전북도민의 끈질긴 인내와 노력이 만들어낸 승리이자, 대한민국 공공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전북의 의료 고비는 지난 2018년 남원 서남대 폐교에서 시작되었다. 지역 의료의 한 축이었던 의대 정원 49명을 허망하게 내려놓아야 했던 아픔은 곧 지역 의료 공백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농어촌 지역이 많고 의료 취약지가 넓게 분포한 우리 전북에 있어 의사 인력 부족은 곧 도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였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분야의 공동화 현상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인력난과 겹치며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국립의전원법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강력한 제도적 장치다. 국립의전원은 국가가 학생 선발부터 교육, 배치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공공의료 인력의 요람’이 될 것이다. 선발된 학생들은 학비와 기숙사비 등 학업 경비 전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대신, 졸업 후 15년 동안 의료 취약지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게 된다. 이는 기존의 자발적 시장 원리에 맡겼던 의료 인력 수급 체계를 국가 책임제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모델이다. 이제 우리의 시선은 ‘남원 유치’라는 실질적인 실행 단계로 향한다. 일각에서는 타 지자체와의 경쟁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국립의전원의 최적지가 남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서남대 폐교에 따른 국립의전원 설립의 약속 이행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준비 측면에서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남원시는 이미 설립 부지를 확정하고,전체 부지의 55.1%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설립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법 시행 직후 보건복지부에 설치될 ‘설립준비위원회’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남원이 최적의 입지로 최종 확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도시관리계획 결정과 잔여 부지 매입 등 후속 행정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여 조기 착공의 기반을 다질 것이다. 국립의전원이 전북 남원에 설립되면, 남원의료원은 단순한 진료 기관을 넘어 교육과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거점으로 진화할 것이다. 우수한 의료진이 유입되고 최신 의료기술이 도입됨으로써 우리 도민들은 지역 내에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교육·연구 인프라 확충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효과는 서남대 폐교 이후 침체했던 남원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법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국립의전원을 중심으로 공공의료와 교육, 연구가 결합된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여 대한민국 공공의료 정책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도약할 것이다. 지난 8년의 시련 속에서도 국정과제 반영과 법안 발의를 위해 힘써주신 지역 정치권과 국회, 그리고 무엇보다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도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 도는 2030년 개교라는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전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 그것이 전북특별자치도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끝까지 책임져야 할 실천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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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9 18:18

[기고] 교육은 투입된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된 삶의 깊이로 평가받아야 한다.

특수교육은 단순히 교육의 한 영역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가를 가늠하는 척도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며,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특히 장애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속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은 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 가치다. 현실은 그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 졸업 이후 안정적인 사회 자립으로 이어지는 교육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졸업은 보호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는 지원은 충분치 않다. 이로 인해 교육의 단절은 삶의 단절로 이어지고,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이다. 교육청은 특수학교와 직업 중점학교를 지정하여 맞춤형 직업교육과 현장 실습으로 특수교육 대상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설과 예산, 전문 인력 부족은 여전히 큰 제약이다. 단순 체험 중심 교육으로는 자립을 담보할 수 없다. 취업과 직결되는 실질적 교육을 위해 산업 현장과 연계된 전문화된 환경과 체계적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이후까지 이어지는 연속성이다. 학교에서 습득한 기술과 경험이 사회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면 교육의 효과는 반감된다. 직업교육은 졸업과 동시에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취업·적응·지속 가능한 정착까지 이어지는 흐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취업 연계, 현장 적응 지원, 사후 관리까지 포함한 통합적 지원과 지역사회, 기업, 공공기관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다. 논의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는 ‘접근성’이다. 장애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시설은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다. 이동 제약이 큰 현실을 고려할 때, 안전하고 편리한 통학이 가능한 입지 선정은 기본 전제다.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교육시설은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 최근 개교한 장수군 특수학교는 약 300억 원이 투입되었지만, 교통 여건과 통학 거리 한계로 16명의 학생과 교사 19명, 행정5명, 공무직11명으로 출발했다. 결국 인근 시·군에서 학생을 모집해 개교했는데, 이는 수요와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 확충이 얼마나 비효율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교 설립은 단순한 물리적 확충이 아니라, 실제 수요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 수요 분석과 통학 거리, 교통 환경, 지역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지 선정이 선행돼야 한다. 장애는 특정 개인이나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예기치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삶의 조건이며, 결국 모두의 문제다. 특수학교는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준비’다. 지역사회 이해와 연대 없이는 진정한 교육도, 통합도 이룰 수 없다. 교육은 투입된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된 삶의 깊이로 평가받아야 한다. 장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사회 속에서 자립하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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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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