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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걸 더 잘 하자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나와 동료들은 못하는 것을 알면서 화려한 조명이 나를 비추게 하는 곳에 선다는 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하고 정신줄을 바짝 차리게 하며 예민한 작업인지 너무나 뼈저리게 알고 있다.

우리처럼 직업으로 삼아 일하는 성악가들도 그러는데 학생들이 입시나 콩쿠르 실기라는 무대에 나설 때 얼마나 긴장되고 떨리겠는가?

그 때마다 내가 제자들,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어차피 준비된 건 여기까지다.네가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더 좋아지는 건 한계가 있다. 인정하고 네가 잘 하는 부분에 집중해라.” 이 얘기를 공연 한달 전부터 하는 건 아니고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너무나 긴장하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5장, 6장 길게는 12장이 넘는 그 곡들을 대할 때 계속해서 못 하는 곳에 집중하고 그 곳을 해결하려고 모든 관심을 거기에만 둔다면 들어가는 걸음에서부터 무겁고 한숨 섞인 걸음걸음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 고비 한 고비 넘길 때마다 다행히 잘 했다면 모르지만 (잘 해내기가 쉽지 않다. 무대에서는 더 긴장하기 때문에 더 실수하게 될 때가 많다.) 계속 실수하게 된다면 노래하는 사람의 표정은 점점 굳어질 테고 자신감은 바닥을 칠 것이며 다음으로 진행하는 게 계속 겁나고 무서울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어차피 못 하는 부분들은 버려. 생각하지도 말아. 그리고 네가 지금 잘 하고 있는 이 부분에 집중을 하고 이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신경 써.” 그렇게 주문을 하면 일단 표정부터 달라진다. 자신감이 생겨나고 무대에 설 때도 좀 더 환한 표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 맘으로 진행하면 평소에 안 되던 부분들이 풀릴 때도 있다. 어차피 안 풀리고 어려운 부분이라면 이런 자세로 편하게 대하면 일단 즐겁지 않을까?

걱정을 여기저기에서 끌어다가 해서 문제가 풀리고 해결이 될 거 같으면 몇 날 며칠을 끌어안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하하하, 어떻게든 되겠지’ 했을 때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를 후배들에게 했던 적도 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친구들이 아니고 너무나 열심히 준비했고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대할 때 해주는 조언이다. 무대 들어가기 전까지 벌벌거리고 계속해서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세상 뭐 있어? 그냥 썅~ 하고 꼴통처럼 하고 나와버려’ 이렇게.

어차피 조건은 똑같다.

같은 조건에 너무나 걱정을 하고 못하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보단 걱정은 일단 접어놓고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보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테고 나 또한 주눅들어 하지 않고 ‘어쩔 건데?’ 하면 자신감 있게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을까? 그럼 결과는 어느 것이 좋을까?

무대에서만 통하는 방법은 아닌 거 같다.

그런 것을 깨달으면서 나의 인생에서도 내가 잘 하는 것에 집중을 해서 일을 해결할 때 오히려 잘 풀리는 것들이 많았다.

부정적인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좀 더 밝은 모습의 사람으로 변했다. 자연스레 주변에 사람들도 많아지게 된 거 같다.

조심스럽게 여러분에게도 조언이라는 것을 해본다.

‘일단 걱정은 접어두시고, 잘 하는 걸 더 잘 해 보세요.’

뭐 어떤가? 이제 태어나도 아무리 길어도 100년밖에 더 살겠는가? 인생 길지 않다. 못 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월보다는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월이 많은 것이 내게 좋지 않을까?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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