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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십일월 - 김유석

새들이 왔다.

 

막 동남아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가수의

쉰 목처럼

아이들을 불러들이며 저무는 어미의 목소리처럼

 

작년에 흘렸던 울음통 다시 지고

한쪽 어깨가 느슨해질 때마다

한 방울씩 떨어뜨려 간격을 조이며

 

공중에 긋는 한 줄의 밑줄…… 기러기 떼가 왔다.

 

나는 돌아오지 못한다, 떠난 적이 없으므로

 

무리 지을 줄 모르므로

저 밑줄 위에 울음을 적지 못하고

그 줄 끌어내려 저무는 이 들판

봉하는데 쓸 뿐

 

한 철 머물다 뜨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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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마중하기 좋은 계절이다. 느슨해질 때마다 마음의 간격을 조이며 작년의 들판으로 돌아오는 철새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떠난 적이 없어 돌아올 줄도 모르는 사람은 기러기 떼 줄지어 날아가는 하늘에 또박또박 눌러쓸 울음이 없다. 괜찮다. 여름 내내 뭇 생명들을 키워내느라 진이 다 빠졌을 들판을 기러기 밑줄로 봉해준다. 들판도 나도 포근한 잠에 들겠다.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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